사제의 공간

"모략"/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22. 14:58

"모략"



누군가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성취라는 '구원경륜'을 뜻하는 말을 '모략'이라는 말로 번역을 해서 한글 성경에 실었습니다. 곧 하느님의 계획이라는 지극히 거룩한 일을 '거짓으로 남을 해롭게 하는' 모략이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한 셈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를 그 단어의 뜻 그대로 이해하고 그 결과를 좋은 것으로만 둔갑시켜 사용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당하다는 듯이 '맞춤형 모략'을 사용합니다. 그 끝은 하느님을 전하고 구원받을 이들을 모은다고 말하지만 그 거짓에 길을 나선 이는 그 모략을 감사해야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하느님께서도 거짓말을 하신다'는 정식이 가능해지고 그의 백성들도 거짓말로 구원을 추구하는 이들이 됩니다. 물론 구원만 이루어진다면 그 모든 것은 괜찮은 방법, 혹은 필요한 악의 형태로 가르침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는 천국은 모략이 판을 치는 곳일 겁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속였는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뽑아 주셔서 감사해야 하는 집단이 됩니다. 모략은 그렇게 집단을 거짓말로 연결시킨 공동체가 되게 하고 거짓말을 공유하고 손을 잡는 끈끈한 불의의 집단이 되어 하늘나라를 말하는 또 다른 모략을 도모하게 됩니다.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세상 승리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하느님의 선이 아닌 선과 악의 기준도 모호한 개인의 선일 뿐입니다. 모략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하느님의 백성은 모략을 방법으로 선택해서는 안됩니다.


이미 사람들은 이 '모략'으로 하느님을 십자가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