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손에 쥔 돌멩이 하나.../정호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23. 08:39

손에 쥔 돌멩이 하나...



이 돌을 맞이할 할 사람이 길에 있습니다. 그 사람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죽어야 하고 또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생명에 권리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돌을 던져야 할지 말아야 할 지는 나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내 결정의 문제입니다.


한 사람이 살아있습니다. 그에게는 죽기까지 남은 시간이 있습니다. 그에게 어떤 권리가 있지는 않지만 그것에 대해 내가 그의 남은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을지의 문제는 다른 문제입니다.


만약... 인생의 다른 순간에 어떤 이유로든 같은 권한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죽을 죄를 지은 죄인을 살려주는 것은 인권을 생각한다는 것 이전에 어려운 결정의 문제입니다. 그를 도무지 용서할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를 증오하고 죽이려 하는 이 이유가 또 다른 살인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차가워질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죽음의 잔인함을 알면서도 그것으로 그를 벌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위해 또 누군가에게 살인을 지시해야 하고 그 죽음을 목격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죄 없는 한 여인이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 일곱 남편을 잃고 죽어서도 누구의 것이 되느냐의 결정 앞에 놓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간음하다 잡혀 죽게 된 여인을 떠올리게 되는 밤입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힘 없고 약한 이를 조롱하는 말들 속에 올리는 일들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