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최저라는 기준에 대해.../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20. 15:00

최저라는 기준에 대해...



사람들이 함께 사는 집단을 '사회'라고 합니다. 그 사회에는 함께 살기 위한 기준이 존재하고, 그 기준에 동의하여 정한 것을 보통 '법'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법은 늘 '최저의 기준'을 말합니다. 최소한, 적어도 라는 말을 사용하며 이것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그 말은 최소의 의미이지 적절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그 기준을 가지고 생활하는데 익숙합니다. 적어도 이것만 안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보통 이 최소의 기준은 사회를 구성하는 이가 적어도 사람으로서 비인격적 삶을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마지막 선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자존감을 뜻합니다. 곧 누군가 이 선 아래로 떨어지면 우리 모두가 그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회복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의 기준을 늘 올리려 노력해야 하고, 그것은 우리가 자주 말하는 경제, 생활 등의 수준과 같은 뜻입니다. 곧 우리가 이 최소의 기준을 올리는 것은 누군가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자 우리의 격이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회전체를 보면 이 기준을 올린다는 것이 누군가를 망하게 하고 나라를 어렵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만드는 어떤 나쁜 요소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지 최소의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탓해야 할 이유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최소를 가지고 욕심이라고 말하는 무례와 불의한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최소란 말은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럼에도 이 최소를 지키기에 버겁다는 말이 현실임은 우리가 참 못되게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더 가진 이들이 나눈다면 이 생각도 삶도 고쳐집니다. 능력이 안되어서 못고치는 세상이 아니라 그것을 해야 할 이들이 하지 않아서 어떤 법도, 제도도 '무리하다'는 말을 듣는 것 뿐입니다.


그들이 힘이 있는 한 이런 시도는 계속될 것이고 그들 덕분에 살아가는 이들도 그들의 말을 계속 반복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말이 맞다는 식의 거짓말을 입에 올리지는 않길 바랍니다. 기준은 그 사람의 격을 드러내며 그 사람의 수준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무너뜨리고 그 무질서의 꼭대기를 바라며 게걸스럽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입니다.


최저는 지켜야 할 기준이 아닙니다. 우리는 최저 이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최저에서 모두가 벗어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으고 도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