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을 기다리며/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21. 11:34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을 기다리며



2001년 2월 1일. 추운 칼바람이 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우는 겨울 붉게 깔린 카페트에 엎드렸습니다. 하얀 천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엎드린 채 부르심을 기다렸습니다.


이 길을 함께 걷기위해 잰 걸음을 걸어오는 이들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길은 제 앞에도 ...제 뒤에도 있으나 그 길에 들어선 이들의 모습이 점점 줄어든다는 우울한 이야기가 있으나 그럼에도 그 길이 다져진 많은 이들의 발자국이 물러지지 않는다면 이 길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 길을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 아래 이 길을 처음 만들고 다지고 초대하신 주님의 부르심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알기에 걱정보다 소중한 마음과 삶을 봉헌할 누군가를 축복하는 기도와 기대가 계속되길 바랍니다.


자주 생각합니다. 정말 주님의 충실한 종이 되기 위해선 신학교 입학할 때 바로 서품을 받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하지만... 시간과 비례해서 느는 불충한 모습의 끝에 주님께 '받아주소서'를 기도해야만 하는 시간에 서품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자격을 의심해야 할 시간에 봉헌 외에는 아무것도 주장하거나 내세울 수 없을 때 그분께 맡겼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시간에 비례하여 더 나아지지 못한채 자꾸만 허물어져가며 그 정도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간 앞에 서 있습니다. 경험은 늘어났고 못할 것도 별로 없는 위치이지만 그 삶을 추구하기에 순수하지 못하고 꾀가 늘어난 것은 땀흘리면서도 게으를수 있음을 알게 합니다.


언젠가 저 푸르른 이들 중 하나가 물었습니다.

 

"신부님 저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가 있는 듯 합니다."


또 어떤 자리에서 많은 선배들이 후배에게 충고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너도 무너져봐야 한다. 그러니 바르게만 살려고 하는 집착을 버려라!"


선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랬습니다.

 

"학사님, 원래 사람은 착해야 해요. 그건 컴플렉스가 아니라 당연한 거랍니다."

"학사님, 가능하면 틀리지 말아요. 그러나 그 틀림에 빠진 이들을 외면하지는 마세요."


우리는 자주 틀립니다. 그리고 망쳐버릴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시작부터 틀리고 보라고, 그것이 사람이라고 무너뜨리는 우리의 태도가 어쩌면 누구도 하늘나라에 들어갈 꿈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린 아이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발견할 만큼 영적인 부분의 식별이 불가능한 본당 못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사라진 아이들. 그들에게 경쟁보다 함께를 가르치고 어떤 경우에도 사랑을 가르치는 우리의 교육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걱정한다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길에 나서는 이 작은 이들에게 그 큰 짐을 떠맡겨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 먼저 그들의 길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 선배는 틀렸지만 너희는 바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그 길로 계속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따르며 그들이 틀리지 않도록 곁에서 앞에서 함께 해야 합니다.


이미 축하합니다. 미리 존경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