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로 기억되는 자캐오.
전 키가 작습니다. 부산교구에서 현직 신부 중 가장 작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키로 절 기억합니다. 복음에서 자캐오가 등장할 때마다 미소짓는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갑니다.
저는 제 키에 만족합니다. 지금껏 이만큼 커 본적도 없기 때문에 요즘도 건강검진 때마다 조금씩 커지는 키에 놀라는 중입니다.
누군가가 말한 '동산 위에 올라서도 160'은 저보다 많이 큰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례명을 자캐오로 지을 걸 그랬습니다.
그러나 자캐오는 키보다 돈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같으면 그를 욕하면서도 부러워 했을 겁니다. 그는 그것으로 세상 거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겁니다.
부와 명예, 권력도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니 그가 지금이었다면 생각이 좀 달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좀 더러워도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진짜 자캐오라면 예수님을 여전히 만나고 싶었을 겁니다. 그는 잘 살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우리 곁을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보기가 힘들까봐 걱정입니다. 그가 나무에 올라서도 그를 가리려는 나쁜 이들이 너무 많으니까 말입니다.
자캐오의 주머니를 노리는 가짜 예수는 더 많고 말입니다. 휴~~
'사제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을 기다리며/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0) | 2019.11.21 |
---|---|
최저라는 기준에 대해.../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0) | 2019.11.20 |
새로운 하늘과 땅에서 온 벗들.../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0) | 2019.11.20 |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0) | 2019.11.19 |
독수리 떼 아래 있는 이들에게.../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0) | 2019.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