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ㆍ인권

법원 "대리운전 기사도 노동자 맞다" 첫 확인

松竹/김철이 2019. 11. 20. 15:16

법원 "대리운전 기사도 노동자 맞다" 첫 확인

업체가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 기각, 사실상 종속관계 인정
2019.11.19 12:20:11


법원 "대리운전 기사도 노동자 맞다"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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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상 대리운전 기사들도 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이나 파업 등 '노동3권' 행사가 가능한 근로자로 인정되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재판장)는 손오공과 친구넷 등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대리운전업체 2곳은 부산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하는 곳으로 대리언준 접수·기사 배정을 위해 동일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대리기사 3명은 지난 2017년 9월과 10월 두 업체와 각각 계약을 맺고 운전 업무를 해왔으며 2018년 12월 이들 중 한 명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남은 2명을 조합으로 가입시킨 뒤 회사를 상대로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는 올해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업체들에게 단체 교섭을 요구했으나 업체들은 이를 거부하면서 대리기사들은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업자일 뿐 노동자가 아니라며 법원에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리기사들의 업무 수행 방식과 대리운전비 수수 방식을 볼 때 이들 업체와 사실상 '사용종속관계'로 근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고 생활하는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리운전 업무 내용, 대리운전이 주로 이루어지는 시간, 대리운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우선배정 방식에 의한 대리운전기사 배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업체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대리운전비가 주된 소득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대리기사의 소득 의존성을 받아들였다. 

또한 "업체가 대리운전비를 결정하고 기사들에게는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고 기사들은 업체를 통해서만 대리운전영업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며 "업체가 복장 착용과 교육 의무 부과, 업무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점에서 기사들이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약한 측면이 있더라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하지 않고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대리기사는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일정한 경우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bsnews3@pressi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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