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ㆍ인권

"노동자들은 지금도 기계에 끼이고 추락해 사망"

松竹/김철이 2019. 11. 19. 11:25

"노동자들은 지금도 기계에 끼이고 추락해 사망"

발전 노동자들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돌입...."조사위원회 권고 즉각 이행하라"
2019.11.18 19:46:26

"노동자들은 지금도 기계에 끼이고 추락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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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은 제주도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기계에 끼어 사망한 고 이민호 군의 2주기다. 이 군의 2주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태안화력발전소의 고 김용균 씨의 사망 1주기가 돌아온다.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이후 '김용균 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김용균 법'은 김용균 씨와 같은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 김 씨가 하던 작업은 여전히 도급이 가능하다. 오히려 하위 법령 개정으로 도급 금지는 더욱 완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후퇴'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와 STX 조선 폭발사고 이후 정부는 조사위원회를 직접 꾸렸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와 구의역 진상조사위원회 등도 국무총리실 훈령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위원회에서 사고의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지목하고 직접고용, 다단계 하도급 금지를 권고한 것이 수 개월 전의 일이다. 아직까지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22개의 권고안 중 단 하나도 이뤄진 것이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설명이다. 

"노동자들은 지금도 매일같이 기계에 끼이고 추락하고 질식해 사망"

노동자들이 정부 조사위원회 권고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한다. 위험의외주화금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위험의외주화금지대책위원회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참여했다. ⓒ프레시안(조성은)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모두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얘기했다"면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죽지 않고 일 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노동 존중'을 입에 올릴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조선업 조사위원회와 김용균 특조위 모두 '위험의 외주화'를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을 지적했다.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해 민영화의 철회와 직접고용 정규직화,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현장의 위험요인 개선, 사업장 내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안전보건 체계 마련,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법 제도 개선 등의 권고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처음 권고가 나온 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이뤄진 내용이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설명이다. 

대책위는 정부의 노동자 생명안전 정책이 심각한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 관련 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말해온 노동시간 단축이 무색하게 최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며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는 방안들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덤이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실행과정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임기 절반에 이르지도 못한 채 포기했다"며 "이제는 일본 수출규제를 이유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화학물질 관련 법의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영동지회 소속 노동자 박태완 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 씨는 '김용균 법'을 두고 "용균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우리들이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를 지키며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조성은)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중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하청노동자들은 하청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린다"며 "이는 분명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청노동자가 사망해도 원청은 500만 원도 안 되는 벌금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회장은 또 "조선업의 70%는 하청노동자"라며 "다단계 하청 착취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절대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정부의 임기가 절반이 지났는데 무엇이 이뤄졌나"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이 정부는 미동조차 않는다"면서 "오히려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연행했다"며 비판했다.

또 "산업재해로 1년에 2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했지만 ‘김용균 법’에는 김용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의역 김 군도 없고 조선하청노동자들도 없는 노동법으로 무엇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 이 정부를 믿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다시 농성장에 들어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정부 조사위원회 권고사항 이행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제정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산재사망 책임자 처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생명안전 제도 개악 박살을 요구하며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한다.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김용균 씨 분향소와 그 옆에 만들어진 농성장. 대책위는 이날부터 농성에 돌입한다. ⓒ프레시안(조성은)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 분향소. 다음달 10일은 고 김용균 씨의 사망 1주기다. ⓒ프레시안(조성은)

 

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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