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광
松竹 김철이
높다란 하늘 아래 전쟁이 터진 듯이
시절 향한 선전포고로 한순간 공습경보도 없이
포격 지점을 찾았는지 고추잠자리 편대의
저공비행이 한참이고 겁에 질린 실베짱이
죄 없는 엉덩이만 하늘로 치솟더라
비 내리고 햇살 내려준 은혜가 어딘데
그 은공도 잊은 채 코스모스 일곱 빛깔
삿대질은 하늘 똥구멍을 찌르고 비웃는 듯
들국화 옆으로 웃는 웃음에
게으른 귀뚜라미 한 쌍은 아랑곳없이
음계도 음률도 없는 계절 교향곡 이중주를
대자연 오선지에 그려 넣기에 여념이 없다.
배부른 계절, 느긋해진 황소의 울음은
이삭줍기하듯이 풍년 든 논두렁에 끝없이 늘어지고
어디선가 호젓이 들려 드는 향수에 젖어 들 때
가을걷이 치른 들녘에 떡비가 내려
배고파 서럽던 시절, 깡촌의 악동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던 배꼽시계 달래려고
몇 알 밀알 껌 씹던 그 모습 떠올라
서글픈 마음 더욱 예인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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