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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광/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

松竹/김철이 2019. 9. 28. 08:33

가을 풍광


                          松竹 김철이



높다란 하늘 아래 전쟁이 터진 듯이

시절 향한 선전포고로 한순간 공습경보도 없이

포격 지점을 찾았는지 고추잠자리 편대의

저공비행이 한참이고 겁에 질린 실베짱이

죄 없는 엉덩이만 하늘로 치솟더라


비 내리고 햇살 내려준 은혜가 어딘데

그 은공도 잊은 채 코스모스 일곱 빛깔

삿대질은 하늘 똥구멍을 찌르고 비웃는 듯

들국화 옆으로 웃는 웃음에

게으른 귀뚜라미 한 쌍은 아랑곳없이

음계도 음률도 없는 계절 교향곡 이중주를

대자연 오선지에 그려 넣기에 여념이 없다.


배부른 계절, 느긋해진 황소의 울음은

이삭줍기하듯이 풍년 든 논두렁에 끝없이 늘어지고

어디선가 호젓이 들려 드는 향수에 젖어 들 때

가을걷이 치른 들녘에 떡비가 내려

배고파 서럽던 시절, 깡촌의 악동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던 배꼽시계 달래려고

몇 알 밀알 껌 씹던 그 모습 떠올라

서글픈 마음 더욱 예인케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