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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로맨스/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

松竹/김철이 2019. 9. 23. 14:14

가을 로맨스


                    松竹 김철이



어느 계절 어느 벌판에서 놀던 놈팽이 바람일까

한 줄기 건들바람이 건들건들 불어와

푸르던 잎새 마음을 흔드니 어느 사이

계절 안방에 앉은 단풍잎 붉으레 물이 든다


시절은 세월 열차에 올라

무형의 레일을 타고 앞만 보며 달리는데

어느 임의 품에 쉬던 가루 바람

잘게 부서져 내릴 때

이성을 밝히는 섹바람 이리저리 불다가

물오른 나뭇잎에 여튼 입맞춤하니

은행잎 노랗게 반색을 한다


한 시절 타작 뒷마당

배부른 시절은 동면할 이부자리를 까는데

어수선한 길거리 생떼를 쓰듯 낙엽은 뒹굴고

어느 놀이판에 불던 바람인지

호색꾼 강쇠바람 살포시 불어와

먹구름이랑 끝에 고이 자던 여우비 흔들어 깨우니

여우비 맑은 가을날에 잠시 내려

더 짧은 가을을 더 화려하게 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