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시집

고목/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

松竹/김철이 2019. 10. 3. 14:35

고목


                  松竹 김철이


고목은 결코 시들지 않는다

다만 꽃을 피우지 못할 뿐이지


아직 눈 들뜬 들녘

실바람 조심스레 불어와

가루비 곱게 뿌려놓으니

물 덜 오른 나뭇가지 가지마다 싹트게 하고

눈부시도록 화려한 꽃 피워도

건넌방 할미의 서글픈 심정이다


오뉴월 문틈으로 문바람 몰래 불어와

초록 물 들어갈 너른 벌판

꿀비를 달게 뿌려놓고 달아나니

오곡백과 어미의 젖 물린 갓난쟁이처럼

토실토실 살쪄가도

사랑방 할비의 근엄한 눈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생사를 지켜볼 토함산 그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