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松竹 김철이
고목은 결코 시들지 않는다
다만 꽃을 피우지 못할 뿐이지
아직 눈 들뜬 들녘
실바람 조심스레 불어와
가루비 곱게 뿌려놓으니
물 덜 오른 나뭇가지 가지마다 싹트게 하고
눈부시도록 화려한 꽃 피워도
건넌방 할미의 서글픈 심정이다
오뉴월 문틈으로 문바람 몰래 불어와
초록 물 들어갈 너른 벌판
꿀비를 달게 뿌려놓고 달아나니
오곡백과 어미의 젖 물린 갓난쟁이처럼
토실토실 살쪄가도
사랑방 할비의 근엄한 눈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생사를 지켜볼 토함산 그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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