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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따라 삼천리/우리가 비 그대는 時 6집 중에서(화숲)

松竹/김철이 2019. 10. 8. 11:42

전설 따라 삼천리


                       松竹 김철이



시절은 아직 차가운데

할 일 많은 봄 들녘 서성이던


실바람

서슬 시퍼런 동장군 칼춤이 두려워

언 하늘이랑 속 깊이 잠자던

일비 몇 오라기 흔들어 깨워 

완도의 외로운 해변 언저리

동백꽃 꽃 마음을 심더라


매미 울음들 들리지 않는데

사지가 축 늘어진 나뭇가지 꼴상이 꼴사나워

나그네 걸음으로 마냥 떠돌던

산바람 몇 점,

시절 잠자던 잠비를 나무라 깨우니

하늘의 촛불 오도산 계곡마다

피나물 진노랑 꽃가루를 한껏 뿌리더라


쥐꼬리만 한 시절 해 자락이

못내 원망스러워 더욱 바쁜 갈바람

몇 걸음 멈춰 서서

온 들녘 여유로 이 내리던

떡비를 불러 모아

너른 바다 그리워

아래로 내려다볼 높은 산 넋으로 피었을까

설악산 천왕봉 존귀한 닻꽃을 피우더라


서두르는 동장군 위세는

앞창, 뒤창을 넘보는데

신명 난 황소바람 매서운 바람 꼬리 세차게 휘둘러

잠시 쉬던

작달비 거세게 퍼붓게 하여

두지나루 황포돛배

왕복 6㎞를 아픈 심정으로 노 젖던 뱃사공 더욱 서럽게 하고 

겨울을 닮은 임진강 어름치,

동지섣달 북풍한설로 마냥 내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