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
松竹/김철이
닫힌 계절의 삽짝을 살며시 열고
문틈 뾰족이 내미는 입술
무심코 지나가던 계절풍이 입맞춤하니
부끄러운 듯
꽃잎은 얼굴 붉혀 빈 나뭇가지마다 꽃수를 놓는다.
호젓한 숲길에 가냘프게 들려오는 비명
휘둥그레 눈을 뜨니
어린 초목 하나둘 앞 다투어
고된 허리띠 풀어놓고 시절의 산통을 치르고
숲 속 가득 금줄을 친다.
살점 시린 시절 내내
동장군 칼춤이 두려워 벌벌 떨며
숨 막히는 도랑에 갇혀
자유 잃은 난민처럼 숨죽이던 도랑물은
자유를 찾아 기약도 없는 소풍 길에 걸터앉는다.
아지랑이 꼬물꼬물 허공에 재롱을 부리는데
오작교 춘향이 된 양
수양버들 그네 타는 춤사위 허공을 가른다.
저 멀리
시절 부르는 나팔 소리 들녘에 펼쳐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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