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봄의 기운/아람문학

松竹/김철이 2017. 2. 1. 10:00

봄의 기운


                         松竹/김철이



닫힌 계절의 삽짝을 살며시 열고

문틈 뾰족이 내미는 입술

무심코 지나가던 계절풍이 입맞춤하니

부끄러운 듯

꽃잎은 얼굴 붉혀 빈 나뭇가지마다 꽃수를 놓는다.


호젓한 숲길에 가냘프게 들려오는 비명

휘둥그레 눈을 뜨니

어린 초목 하나둘 앞 다투어

고된 허리띠 풀어놓고 시절의 산통을 치르고

숲 속 가득 금줄을 친다.

 

살점 시린 시절 내내

동장군 칼춤이 두려워 벌벌 떨며

숨 막히는 도랑에 갇혀

자유 잃은 난민처럼 숨죽이던 도랑물은

자유를 찾아 기약도 없는 소풍 길에 걸터앉는다.


아지랑이 꼬물꼬물 허공에 재롱을 부리는데

오작교 춘향이 된 양

수양버들 그네 타는 춤사위 허공을 가른다.
저 멀리

시절 부르는 나팔 소리 들녘에 펼쳐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