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이 사람아 자넨 무엇을 비웠누?/(수필)솟대문학

松竹/김철이 2017. 2. 1. 10:15

이 사람아 자넨 무엇을 비웠누?


                                                                김철이

 

 창공을 나르는 새끼 새가 빈 창공 속에 무엇을 얻겠는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속 치어(稚魚)가 그 너른 물속에서 무엇을 얻겠는가. 그래도 굶지 않고 성조(成鳥)로 성어(成魚)로 성장하여 생식 능력을 지닌 채 종족 보존을 이어가는가 하면 거센 물살 저며 헤치며 나름대로 제자리에서 제 몫을 다 하는 걸 보면 대자연의 위대함을 한순간 오감(五感)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감조차 지니지 못한 미물들도 이러한데 오감은 물론 미래를 향한 희망과 생각을 할 수 있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칭호까지 부여받은 세상 뭇 인간들은 이다지도 위대한 힘을 지닌 대자연의 슬하에서 그 무엇을 얻었을까? 하는 자문(自問)을 나 자신에게 던져볼 때가 있는데 아무도 보는 이도 듣는 이도 없건만 이 자문에 대한 자답(自答)은 선뜻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다. 이유는 한 가지, 대자연을 공유하여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인데 미물이라 하찮게 여기는 온갖 새와 물고기들은 쉽게 비울 줄 알고 나눌 줄 아는 반면 유독 인간들만이 쉽게 비울 줄도 나눌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특혜를 부여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대자연이 세상 뭇 짐승들에게 내어준 생의 기간은 길어야 1, 20년, 그 생의 시한도 보장된 것이 아니라 자연 죽음과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약육강식(弱肉强食)에 의해 태어남과 죽음이 쉽게 이어지는 통에 미래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반면에 대자연이란 같은 테두리 안에서 날짐승, 들짐승, 길짐승, 물짐승보다도 천 배 만 배도 더 되는 혜택을 부여받아 누리며 사는 우리 인간들은 하루를 살아가며 풀을 뜯고 물속을 헤엄치는 세상 뭇 짐승들보다 더 비우지 못하고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도 단 한 가지, 인생들 좁은 가슴에 매 순간 자라는 갖은 욕심의 씨앗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해서 천 년이고 만년이고 무한정 살 수 있는 특혜를 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종과 민족의 구분 없이 사람마다 생각하는 대로 다 얻을 수 있고 취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어찌 인생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버릴 수 없는 것은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하나 얻지 못하니 이것이 우리네 인생들이 한평생 세상 살아갈 삶의 모습들이라 말하지 않더냐. 사람마다 입 밖으로 내뱉는 말로는 한도 없고 수도 없이 마음을 비우고 갖은 욕심 다 버리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속에서 무엇을 비워내고 그 무엇을 버려야만 올 고른 삶을 살 수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오히려 더 채우려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데 마음으로는 무엇이든 다 채우려고 해도 정작 그 무엇으로 채워야 할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마음 밖으로 보이는 것은 비우고 버리려는 생각을 가로막는 갖은 욕심의 유리벽이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유리한 허울 좋고 게걸스런 탐욕만 남겨놓을 뿐일 거라는 것이다. 누군가 “이 사람아 자네가 진정 버린 것이 무엇이며, 얻는 것 또한 그 무엇이었단 말이더냐?” 하고 묻는다면 “얻는 것이 비우는 것이지요,” 하고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비우는 것이 얻는다 하였거늘 무엇을 얻기 위해 비운단 말이더냐?” 하고 반복하여 묻는다면 생각하지 않고 아무런 계산도 없이 단번에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애착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더러운 쓰레기뿐인 것을 비울 것이 무엇이며 담을 것 또한 무엇이라 하더냐?” 하고 반문할 자 또 몇이나 되겠는가? 어차피 빈손으로 터덜터덜 걸어가야 할 인생길에 이것도 저것도 세상만사(世上+萬事) 다 어깨를 짓누르려는 무거운 짐인 것을…….

 

 한평생 사노라면 갠 날도 흐린 날도 있겠지만, 갠 날엔 소금이 잘 팔려 소금장수 아들의 장사가 잘되니 행복하고 흐린 날엔 우산이 잘 팔려 우산장수 아들의 장사가 잘되니 행복해서 사람 살맛 난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야 굳이 비울 필요도 없을 것이고 마음속 쓰레기통은 늘 청결하여 쓸어 내다 벌릴 빗자루도 가끔 마음의 때를 닦아낼 걸레조차 필요 없을 것이다. 총선(總選)을 코앞에 둔 이즈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슬하에 둔 노파의 마음이라면 온 국민이 두 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