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꾸미지 않는 마음의 향기/(수필) 한비문학

松竹/김철이 2017. 2. 3. 14:42

꾸미지 않는 마음의 향기

 

                                                   김철이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마음속에 피고 지는 꽃의 향기를 지니고 태어난다. 심향(心香)은 사람마다 농도도 차이가 나고 색깔도 다르다는 것인데 이 심향을 피우는 방식과 접어 지우는 방식은 세상 그 누구도 가르칠 수 없고 배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세상에 태어날 때 지니고 태어난다는 선천적인 마음속에 피고 지는 심향들이 사람에 따라 그 색깔도 농도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참으로 오묘한 것은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많은 사람과 서로 부딪기며 살지만, 올 때나 갈 때나 길동무 하나 없이 오고 갈 뿐인데 그 누가 가르쳐 주 길래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하고 타고난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듯이 착한 마음, 미운 마음, 심술궂은 마음, 여린 마음, 고약한 마음 등등 이들 마음속에 피고 지는 심향들이 향기의 농도와 색깔의 짙기가 왜 다르게 나타난단 말일까…?

 

 사람이 한번 마음먹기에 따라 천하 최고의 악명 높은 악마가 될 수도 있고 마음 한번 고쳐먹기에 따라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천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해야 파종하려고 고르게 잘 가꾸어놓은 봄철 텃밭처럼 돌멩이 하나 없이 언제나 평온함을 유지하고 제 위치에서 제대로 된 마음의 향기를 풍기며 살 수 있을까? 다 함께 고심하고 찾아내는 방법의 하나로 마음을 다스리는 해법을 나열해 보기로 하는데 자애로운 심향은 사람의 본성에 숨겨진 깊은 품성에서 비롯되거늘 언제나 한결같은 베풂을 영혼 속 믿음처럼 알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세상 모든 진실은 아름다운 심향의 황금빛에서 자생하니 한결같은 겸손과 미덕의 뿌리에서만 생겨난다는 것이다. 은혜란 모든 잘못을 죄다 용서하고 화해하는 결속의 미덕일 것이니 더욱더 아름다움 심향을 마음속 우물에서 길어 올려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세상엔 결코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분노를 삭이지 못함은 그 내면에 깔린 화기의 불꽃이 용광로와 같을 것이니 먼저 먼 하늘에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조용히 화기 진노한 자신을 달래라는 것이다. 성냄은 다스리지 못한 내면의 불꽃에서 비롯될 것이니 마음을 사뭇 고요하고 평화롭게 다스리라는 것이다. 증오는 나 자신의 마음속에 자란 작은 화기의 싹이 분노로 쌓여 생겨날 것이니 선행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자세를 낮추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시기는 상대를 무시하는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이며 가시 돋친 장미를 상대의 가슴에 꽂는 행위와 같을 것이니 나 자신이 그 상대보다 낮다고 스스로 자책해야 할 것이다. 한결같은 용기를 실천하는 사람은 보배스런 믿음과 같을 것이니 늘 삶의 앞길에 걸림돌 하나 없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인내는 오랜 기다림의 미학(美學)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그 어떤 매우 급한 상황에서도 몇 줌의 먼지를 털어내듯 초조함을 떨쳐버리고 너그러운 자세로 그 시간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세상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함은 인자(仁者)의 도리이고 본분일 것이니 올바른 뜻과 판단을 토대로 겁먹지 말고 덤벼들어야 할 것이다. 매사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사뭇 가난하고 천해도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항상 부유하고 귀해도 근심이 태산 같을 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아무리 큰 걸림돌에도 걸려 넘어지지 않는데 인생의 가장 작은 좌절은 아무리 큰 영광에도 영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라. 감사하다 보면 감사할 일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니 마음속 텃밭에 사계절 희망의 꽃을 피우라는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소원의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인생사 가장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아가라는 것이고 세상사 가장 큰 강물이 말라 갈 때는 작은 물결부터 살려야 한다는 것이며 갖은 초목의 텃밭에서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나무의 뿌리를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순간, 비록 앞이 흐려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강가에 물 흐르듯 소중한 시간 그저 손 놓고 흘려보내지 말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모난 세상을 배우면서도 모난 세상을 애써 닮지 말라는 것이다. 모난 세상을 비굴하게 따르지 말라는 것이며 미물만 한 일도, 옮음도, 차이도 미물만 한 진보를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미물처럼 작은 존재 속에 이미 큰길로 나가는 빛이 존재하고 큰 것은 미물처럼 작은 것들을 비추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라는 것이다. 당면한 현실과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은 앞서 행복한 삶을 살아 나아가라는 "희망"이 된다는 것이다.

 

 시간도 흐르고 세월도 흐르는데 세상 사람들의 마음인들 흐르지 않고 변하지 않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논을 가는 소처럼 길들이기에 따라 천하에 둘도 없이 선한 사람의 본분을 다하며 더없이 향기로운 심향을 온 누리에 퍼뜨려 갖가지 모습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칫 마음 한번 잘못 먹기에 따라서는 세상에 둘도 드문 악인의 심향을 세상천지에 퍼뜨려 세상 사람들 오감을 죄다 더럽게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염된 세상을 정화해 나아가는 시간은 누구 한 사람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일이 소모되지만, 깨끗하게 정화된 세상을 오염시켜 나아갈 때 걸리는 시간은 극히 짧은 시일이 소요돼도 문어가 먹물을 뿜듯 단시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우러나오면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갖가지 모양과 색깔들을 애써 꾸미지 않아도 오감 적으로 능히 느낄 수 있고 세상 그 어떤 향기에도 비할 수 없이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심향을 세상에 풍겨 전할 수 있는 마음의 염원을 가지런히 수록해 보기로 하자.

 

 여유 없는 각박한 세상에 내 마음의 심향이 눈부시게 영롱한 빛깔로 구워져 아주 특별한 손님을 접대할 때만 간혹 꺼내놓는 화려한 장식장 속의 값진 그릇보다 모양새가 화려하지 않아 눈에 선뜻 띄진 않지만, 언제든지 아무렇게나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허전한 집안 구석 한켠에 들꽃 한 아름 꺾어 꽂아두면 풍성한 어울림으로 다가설 만한 질퍽한 사기 항아리 같았으면 좋겠다.

 


 단 한 번으로 만족해야 할 세상 인간사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적절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여도 자신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드높이지 않고 잠시 잠깐 본인의 억울함과 쓰라림을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심을 가지고 거짓과 회유가 거대한 산맥을 이루어 시기와 질투의 눈사태가 온몸을 덮쳐 쉬 녹지 않는 설빙으로 남는다 하여도 진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심향(心香)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꾸며진 세상에서 꾸며진 영혼과 육신으로 살면서 꾸며진 미소와 외모보다는 거짓의 회오리바람이 휘감아 올렸다 자갈 깔린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하여도 진실한 마음과 생각으로 자신을 정갈하게 다듬을 줄 아는 지혜를 쌓으며 가진 것이 적어도 나눠주는 작은 기쁨을 맛보며 행복해할 줄 알며 거짓 없고 욕심 없고 소박한 마음 늘 간직하며 좀 더 정직한 심향(心香)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다.

 

 계절의 여왕 오월을 맞아 갖가지 꽃들이 수 수술 암 수술 부부의 연을 맺어 본능에 따라 지닌 향기를 제각기 앞 다투어 천지를 점령하려 할 때인 이즈음 비록 본능에 따라 지닌 향기는 없지만, 세상 사람들 역시 태어날 때 타고난 마음의 향기 즉 후각적으로도 맡을 수 없고 청각적으로도 들을 수 없으며 시각적으로도 볼 수 없는 영혼의 심향(心香)으로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유혹하는 오월을 저만치 뒤로 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