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10화 그림 속의 떡/(동화)아람문학

松竹/김철이 2017. 2. 17. 13:29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 제10화 그림 속의 떡  -

                                                     김철이

 

 크고 작은 갖가지 생김새의 곤충들이 단비를 맞아 잔치 분위기 속에 제각기 나름대로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니 마치 앙증맞은 철부지 아기가 아빠 엄마 슬하에서 마냥 어리광을 부리는 듯하여 문득 물의 나라 수나라에 계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진 동글이는 세상구경도 이만하면 할 만큼 했으니 고향으로 돌아가 엄마 아빠 품에 안길까도 생각했으나 수나라 고향에서 부모님 몰래 세상구경 나온 잘못을 용서해 주시며 수나라 임금님이신 아빠께서 동글이에게 내리셨던 어명이 떠올라 아빠께서 자기 잘못을 용서해 주셨듯이 동글이도 아빠께서 내리신 어명을 제대로 따라 본분을 다하고 고향인 수나라로 멋지게 돌아가야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하고 곤충들의 짓궂은 놀이 속에서 자기의 도움이 필요한 일을 찾기로 했어요.

 

강도래: “넌, 어디 있다 나타났어. 이렇게 천둥 같은 화를 내는 거야”
물좀: “그렇지 않아도 하늘에서 천둥을 치니 무서워 죽을 지경이구먼.”
물방개: “너 죄를 많이 졌나 보구나. 천둥소릴 무서워하는 걸 보니”
물장군: “너희 정말 이러기야. 지금 농담이나 하며 낄낄대고 있을 때냐!”
게아재비: “작년 겨울부터 여태 심한 가문이 들어 제대로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물장군: “우리 곤충 나라 백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
게아재비: “이렇게 소중하게 내리는 생명수를 가지고 경망스럽게 장난을 칠 때냐고”
물장군: “저쪽을 좀 봐. 가뭄으로 물이 귀했던 탓에 우리 곤충들뿐만 아니라”
게아재비: “날 곤충 길 곤충 할 것 없이 마른 목이라도 축이려고 구름처럼 몰려들잖니”
물맴이: “미안해. 우리가 미처 거기까진 생각을 하지 못했어.”
물자라: “게다가 우릴 더욱 힘들게 했던 건 사람들의 얕은 생각들이었지.”
소금쟁이: “쓰다만 농기구 기름이나 사용하다 남은 농약을”
날도래: “냇가, 개골창, 개울, 하천, 등을 무분별하게 마구 흘려보내”
물좀: “우리들의 손과 발을 꼼짝 못 하게 꽁꽁 묶어놓았지”
물장군: “어디 그뿐이냐”
장구애비: “쓰다 버린 폐농약이나 폐유의 지독한 냄새 탓에”
물장군: “질식하여 죽어간 우리 가족이 몇이냔 말이야.”
장구애비: “더욱 화가 나는 건 한순간 잘못 생각한 사람들 때문에”
물맴이: “우리 꼴이 이게 뭐냐고”
강도래: “다리가 성한 게 하나 없고 이젠 마시고 싶어도 마음 놓고 마실”
물맴이: “깨끗한 물 한 방울 찾아보기 힘이 드니 이젠 우린 어떻게 살지!”
동글이: “그래서 너희 도우려 이렇게 내가 왔지 않니”
소금쟁이: “아니 넌 어디서 온 누구니?”

 

 갑자기 나타난 동글이를 본 곤충들은 무척 어리둥절해 하며 초대하지 않은 낯선 손님의 방문에 긴장한 표정을 짓고는 동글이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 궁금했어요. 곤충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동글이가 세상구경을 하며 여태 만난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곤충 나라 백성들도 사람들의 손길 탓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 아파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동글이는 자기가 곤충 나라 백성들을 헤치러 온 게 아니라 도움을 주러 왔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려 안간힘을 다 썼어요.

 

동글이: “애들아! 너무 놀라지 마! 난 너희를 도우러 왔지. 절대 해치러 온 게 아니야. 난, 물의 나라에서 온 동글이라 하는데 방금 목말라하는 너희를 도와 주라시는 하늘의 명을 받고 내려왔어.”
물자라: “정말이니? 어휴! 신나 그럼 앞으로 물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네.”
물맴이: “고마워 우린 그동안 심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 길래”
물장군: “많은 사람이 우릴 못살게 굴자 하늘도 우릴 저버린 줄 알았지.”
동글이: “왜 그런 생각을 하니 하늘은 세상 어떤 생명체도 버리지 않아”
날도래: “고맙긴 한데 이 물을 마실 수 있을지 걱정이네.”
동글이: “왜? 마시면 되지.”
게아재비: “너도 참 속 편한 소리 하고 있네. 맑은 물 구경한지 광대 굿 구경한 것 같구먼. 벌써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물맴이: “냇물이나 개울을 마구 빼내 가더니”
물자라: “그것도 부족했던지 쓰다 남은 농약과 공장 폐수와 폐유를 흘려보내”
물장군: “물이란 물은 죄다, 이렇게 오염시켜 놓은 거야.”

 

 동글이와 물에 사는 갖가지 곤충들과 걱정 섞인 얘길 나누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많은 날 곤충과 길 곤충들이 떼를 지어 냇가로 몰려드는 것이 아니겠어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곤충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하나같이 죄다 울상을 짓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나비: “애들아! 목이 너무 말라 숨이 절로 막힐 지경이니”
장수하늘소: “우리에게 목이라도 축일 물 좀 나누어 주지 않겠니?”
땅강아지: “부탁이야. 우린 벌써 열흘이 넘게 한 방울의 물도 구경 못 했어.”
물좀: “아니 너희는 이웃 마을에 사는 애들 아냐?”

 

 어디서 그렇게 많은 날곤충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던 건지 며칠을 물 구경을 못 했던 건지 심한 갈증에 온몸과 네 날개가 축 처진 채 코를 댓 자나 빠뜨리고 목은 맨땅과 뽀뽀라도 하려는 건지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물속을 헤엄치며 생활하는 물속 곤충들한테 물을 구걸하러 왔고요. 다 같은 곤충들인데도 갈증과 허기에 굶주린 날곤충들을 맞이하는 물속 곤충들은 왠지 냉랭하고 냉정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어요.

 

개미: “맞아 몇 달째 비가 내리지 않으니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밑들이: “마실 물이 없어 물을 마실 수 없었는데”
무당벌레: “너희 마을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 소문을 듣고 이렇게 부랴부랴 달려왔지”
사마귀: “해서 말인데 너희 마을에 내린 많은 빗물 중에”
방아깨비: “우리에게 마실 물이라도 좋으니 아주 조금만 나눠줄 수 없겠니…?”
강도래: “흥! 한없이 높은 창공과 더 넓은 땅을 마음대로 날고 긴다고”
물맴이: “우릴 우물 안 개구리라 놀려대며 잘난 척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굽실거리느냐?”
물자라: “비가 많이 내렸으니 땅에 고인 물만 해도 적지 않을 텐데”
물좀: “그 물만 가지고 마시고 몸을 씻어도 몇 달은 아쉬울 것 없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않니”
반딧불; “그건 그렇지 않아 비가 너무 오랫동안 내리지 않아서”
하늘소: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렸다 해도 땅이 너무 바삭 말라 있어 비가 내리자 말자”
사슴벌레: “비가 언제 내렸느냐는 듯이 땅과 나뭇잎에 물기가 다 말라버렸어.”
여치: “미안해 우리가 잘못해서 제발 부탁이니 목만이라도 축일 수 있을 물이라도 몇 방울씩 나누어 주렴”

 

 온 대지가 타들어 가는듯한 심한 가뭄에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지만, 몇 달에 걸쳐 비가 내리지 않았던 대지라 비가 내리자마자 깊은 땅속으로 죄다 스며들어 오랜 세월 물이 부족해서 흙탕물로 변해 말라가는 웅덩이나 개골창 물에 간신히 목만 축여오던 날곤충들에겐 이웃 마을인 물속 곤충 나라에 꿀과 같은 많은 단비가 내려 냇가마다 개울마다 물로 가득 찼다는 소식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