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 9화 세상에 물이 없다면?/(동화)아람문학

松竹/김철이 2017. 1. 23. 10:11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 제9화 세상에 물이 없다면? -

                                                          김철이

 

 깊은 산 속에 숨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곳에 몸을 감춘 채 살아오던 야생 꽃 야생 열매 야생버섯들은 갑자기 나타나 자기들이 은밀하게 나누던 얘기를 엿듣다 못해 작은 식물 나라의 비밀스러운 얘기까지 해달라고 조르는 동글이를 사람들이 보낸 첩자인 줄 오해한 나머지 동글이의 말을 좀체 들으려 하지 않았고요. 완고하게 고집을 부리는 식물 나라 백성들을 설득하고 자기는 사람들이 보낸 첩자가 아니라 어쩌면 식물 나라 백성이 걱정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듣게 얘기하려는 동글이의 이마에는 진땀이 절로 흘렀어요.

 

동자꽃: “물의 나라 수나라? 그런 나라도 있었느냐?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데?”
동글이: “수나라는 말이야.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데 세상 생명체들 눈엔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
갓버섯: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들을수록 모를 말만 하네.”
망고: “너 죄다. 새빨간 거짓말이지. 우리가 깊은 산중에 숨어 산다고 우리 속이려 들어”
동글이: “아냐 그런 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가 너희를 왜 속이겠어. 모든 물의 나라 임금님이시자 물의 아버지이신 둥글이 임금님께선 세상 누구든 남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쁜 짓이라 가르치시며 세상 어떤 생명체든 둥글고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어.”
말불버섯: “너 정말 지금까지 했던 말에 책임질 수 있고 맹세할 수 있어?”
동글이: “암~ 책임질 수 있고 맹세할 수 있고 말 고지.”
기린초: “너 만약 우릴 속였다간 살아남지 못할 거야.”
산당화: “내가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아 우리 한번 믿어보자.”
백량금: “좋아 앞날을 훤히 꿰뚫어 보는 산당화 네가 믿자고 하니 믿어보기로 하자.”
다래: “동글 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넌 이 험한 산속까지 뭐 하러 왔니?”
동글이: “으응~ 그건 말이야. 세상 갖은 생명체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라 잡은 물의 나라 수나라에선 세상 갖은 생명체들에게 생명수를 골고루 나눠주고 있는데, 요즈음 들어 바람결에 전해오는 풍문을 얻어듣자니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힘이 세다고 으스대는 사람들이 그 힘과 지혜를 동원해서 욕심 없이 마냥 아래로만 흐르는 물꼬를 이용하여 힘 약한 생명체들을 못살게 한다기에 물의 나라 임금님께서 몰래 세상 구경을 나온 나를 시켜 세상 물의 세계를 두루 살피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신 거야.”
머루: “그랬었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네게 무례를 있는 대로 범했으니 이를 어쩜 좋아”
동글이: “상관없어 모르고 했던 일인데 뭘”
토종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사람들 정말 너무해. 이 깊은 산 속까지 찾아와서는”
싸리버섯: “얼마나 오래 살 심사인지 몸에 좋은 약이 된다면”
인동초꽃: “물불 가리지 않고 죄다 꺾어가고 따가니 이러다간 우리도 멸종하고 말겠어.”
홍화: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한데 모여 우리 앞날을 의논하던 중이었단다.”
평백열매: “몸에 좋은 약제뿐 아니라 깊은 산 속에 꼭꼭 숨어 생활하는”
감탕: “야생 꽃이든 열매든 버섯이든 깡그리 다 가져가니 우린 어쩌면 좋니”
범부채: “출렁 이 임금님께 아뢰어서 물방울 마음처럼 세상 사람들의 모난 마음을”
황근: “그저 둥글게 만들 수 없을까?”
동글이: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수나라로 돌아가는 날 임금님께 말씀드려 세상 온갖 생명체를 두루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을 옥수 같은 물로 씻어 둥글게 해 달라 졸라볼게”
상사화: “제발 부탁이야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우리 모두 마음 모아 기도할게”

 

 세상 사람들의 손길이 두려워 깊고 깊은 산 속에 꼭꼭 숨어 살던 갖은 생명체들의 간절한 소망을 받아 둥근 품에 안은 동글이는 수나라 임금님이신 둥글이 임금님의 어명을 제대로 이어받으려고 사람들의 욕심 많은 손길에 시달림을 받고도 힘없이 신음해야만 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찾아 촐랑거리며 흘러갔어요.

 

 갖가지 야생 열매, 버섯,  꽃들이 들려주었던 얘기 한 마디 한 마디를 되새김질하며 세상에서 가장 못나고 어리석은 이가 누구겠나 하는 생각으로 온통 머릿속이 꽉 차있어 다른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오지 않을 때였어요. 갑자기 하늘에서 동글이를 부르는 물의 나라 둥글이 임금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동글아! 너처럼 세상 모든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비를 내려야 하고 공기 중의 수증기가 기온이 높아지면서 공기 중의 소금기가 미세한 먼지들과 한데 엉키어 뭉쳐 비구름을 만들어 세상에 비를 내리려 하는데 이 일에 함께할 수 있겠느냐…?” 하는 굵직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엉겁결에 “네!” 하고 대답한 동글이는 다른 물방울들과 함께 하늘에서 내리는 한줄기 소나기 물방울 무리 속으로 스며들어 오뉴월 뙤약볕 햇살과 1년 가깝게 비가 내리지 않아 심한 가뭄으로 무척이나 갈증이 났던 여름 냇가 궁전인 곤충 나라를 방문하려고 “후드득 툭툭” 노크를 하였어요. 천둥소리와 함께…

 

물방개: “와! 비가 내린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던 소나기가 내린다.”
물맴이: “야! 신난다. 우리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미뤄두었던 수영 시합 하자”
강도래: “그 좋지~ 수영 시합 하나 마나 1등은 내 차지니 너희 넘보지 마라.”
물자라: “1등, 좋아하시네. 누구 마음대로 넌, 너 주제도 모르느냐?”
날도래: “내 주제가 어때서 너보단 그래도 내가 낳았지 않을까”
물자라: “넌, 매년 수영 시합이 열릴 때마다 그랬잖아. 헤엄도 못 치고 그저 풍덩 풍덩”
강도래: “그러는 넌, 어떻고 헤엄 실력이 매년 꼭 같은 거북이걸음이면서 뭘”
물맴이: “너희 둘 또 만났다. 싸우는 걸 보니 낄낄낄”
물방개: “애들이 왜 이러나 수영의 달인 이 물방개 어른을 두고 1등을 입에 올리다니”
물좀: “어휴!~ 재 으스대는 것 좀 봐 눈뜨곤 못 봐 주겠네”
물맴이: “그러게 지가 헤엄을 잘 쳐봐야 개헤엄이지 뭐!”
물방개: “어허!~ 애들이 정말 왜 이럴까 내가 얼마나 헤엄을 잘 쳤으면 우리 조상들이 내 이름을 물방개라고 지었을까 알려면 좀 제대로 알아라.”
물좀: “갖다 붙이긴 참 잘도 갖다 붙인다.”
소금쟁이: “저런 애들을 두고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나온 거 아니겠어.”
물장군: “참 너희 딱하기도 하다. 너희 언제 철들래”

 

 몇 달에 걸친 심한 가뭄 끝에 내리는 비가 아주 반갑고 모두 들뜬 마음에 뛸 듯이 기뻤던 곤충 나라 백성은 기쁘고 좋다는 표현을 제각기 작고 아담한 몸집으로 표했어요. 곤충 나라 백성들은 하나같이 잔치 분위기로 감히 누구 하나 말을 건네기 힘이 들었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던 동글이 역시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한 채 멀찌감치 떨어져 천하를 다 얻은 듯 기뻐 날뛰는 갖가지 물속 곤충들을 바라보며 덩달아 기뻐하다 보니 자기의 본분을 까맣게 잊고 말았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