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소풍 길에서
김철이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서 좋으나 싫으나 한평생 자신들에게 주어진 몫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러나 과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세상 소풍 길에서 정말 거방지게 놀았고 자신을 세상에 보내주신 이의 큰 뜻에 보답하며 잘 살았노라고 한순간 숨 고르지 않고 단번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지만 천석꾼 천 가지 걱정 만석꾼 만 가지 걱정을 지닌다는 옛 속담처럼 천 석의 벼를 지닌 이는 천 가지 걱정을 만석의 벼를 지닌 이는 만 가지 걱정을 지닌 채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천석 도 만석도 지니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볼 때 가진 것 없어 가난하지만, 그 삶이야말로 걱정 하나 없을 테니 천복을 지녔다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많이 가진 사람들 열에 아홉은 이미 많이 가져봤기 때문에 더 많이 가지려 갖은 용을 다 쓰며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제 손에 쥔 아홉보다 남의 손에 든 하나가 더 탐이 나서 그 하나마저 가지려는 탐욕 탓에 사막의 모래바람이 파놓은 모래 늪에 빠지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치다 점차 그 늪으로 빠져들어 천적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곤충들처럼 자기 자신이 스스로 파 놓은 탐욕의 늪 속으로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살아생전 가난한 자들의 처지에 서서 그들의 대변인을 자청하고 철저히 그들의 편이 되어주며 청빈의 삶을 몸소 실천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세상 너른 들녘에 펼쳐놓으신 가난한 삶만이 천국 가는 지름길을 차지한다는 인생 거목의 크나큰 교훈과 금지옥엽 귀한 신분을 하루아침에 벗어던지고 무소유의 창시자가 되셨던 석가모니 가르침에 가장 가까이 귀 기울이며 무소유 삶의 뿌리를 세상 텃밭에 뿌려놓으셨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인생 지론과 인생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 왔다, 한 번은 꼭 돌아가는 것이 세상 진리고 이 세상 소풍 길을 오가는 이들 누구나 빈손으로 다녀가야 하기에 죄다 손과 마음을 가벼이 해야 한다며 당신이 직접 표현하시길 이 인생철학 같은 개똥철학은 가난한 자들에게도 해당하겠지만, 부유한 자들은 더더욱 사람 몸에 피처럼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언어의 마술사 시인답게 글로서 인생 지론을 펼쳐놓은 천상병 시인의 고집 센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위의 세 분 어른의 큰 가르침을 이 야박하고 각박한 시대를 사는 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양질의 양식으로 간직함이 옳을 것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도 그 모습이 조금씩은 다르듯이 세계 70억 인구의 생김새와 마음 씀씀이가 다른 건 당연지사 또한 그 70억 인구가 자생하며 피워 나아가는 마음의 꽃향기도 죄다 다를 뿐 아니라 그 향기를 찾아 날아드는 나비를 불러 모으는 모양새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자신이 지닌 능력보다 분에 넘칠 정도의 자선과 봉사의 삶을 살고 어떤 이는 그야말로 보편적인 삶,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지닌 욕심보로도 부족하여 남의 마음속 엄밀한 곳에 숨겨진 갖은 욕심 보를 빌리는 한이 있어도 만삭의 임산부처럼 뱃골의 살이 터져 금이 가도록 사람의 본성으로 지닐 수 있는 일곱 가지 탐욕을 죄다 부리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인데 이 세 가지 유형의 삶 중에 지옥의 벌에서 구원할 나비가 날아든다면 어떤 삶의 향기를 찾아 날아들겠는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앞에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말이 입 밖으로 나와 아이의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아이의 입에선 질문에 걸맞은 답이 뛰쳐나올 것이고 묻는 이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아이 대하기 무색하여 흔적도 없이 가출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한평생 세상 소풍 길에서 본능에 따라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어떤 모양새고 어떤 향기를 지녔는지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 보기로 하자
먼저 남들이야 먹든지 굶든지 아랑곳없고 남산만 한 자신의 뱃속을 더 많이 채우다 부족하여 사돈의 팔촌까지 한평생 배를 빵빵하게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물욕을 부리며 부를 축적해 나아가는 유형의 삶을 죽어서 접할 염라대왕의 신판 대에 올려본다면 평생을 세상 소풍을 하면서 철부지 어린아이들 가을 소풍에서 산과 들에 늘려있어 곱게 물든 단풍잎들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데 부질없는 욕심을 부려 소풍 가방 가득히 단풍잎을 주워오는 철부지 어린아이들처럼 재물욕을 너무 많이 부려 소풍 끝날이 되어도 평생 모은 재산을 두고 가려니 평생 영혼을 고생시키며 모았던 재산이 아까워 두고 가질 못하겠고 가져가자니 평생 모은 재물을 넣어갈 만큼 큰 가방이 없으니 남들은 소풍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부자는 소풍 길에 홀로 주저앉아 울고 말 테지. 보편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중산층을 신판 대에 올린다면 평생을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삶 속에서 얻었을 거라고는 나만 아니면 태산이 무너진 들 아무런 상관없다는 이기심의 잔뿌리뿐일 터, 그러므로 염라대왕의 후한 점수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한평생을 살아내면서 지나친 욕심을 부려본 적도 나 아닌 다른 영혼을 지닌 타인들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의 삶도 살아본 적 없이 오로지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울타리 안에 묶인 이들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전전긍긍하다 부름을 받은 영혼들이라 받을 것도 줄 것도 없는 계산 무인 삶이었으므로 육신을 떠난 이들의 영혼은 염라대왕조차 판단력이 흐려져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갈팡질팡하고 있지나 않을는지
무슨 운명의 신 장난이 그렇게도 짓궂었던지 다른 사람 복을 타고 태어날 때 갖은 고생만 바가지로 지니고 태어났는지 모를 일이지만, 끝으로 현세에서 굶기를 돈 많은 사람 세 끼니 밥 먹듯 하며 현세에서 숨넘어갈 정도로 힘겨운 삶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했으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핑계로 평생을 헐벗고 가난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영혼이 염라대왕 신판 대에 선다면 이들의 사후(事後)는 보나 마나 보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들 포시러운 생활 중에 입맛이 떨어져 진수성찬 수라상도 한술 밥도 뜨지 않고 한순간에 물릴 적에 너무나 가난하여 죽 한 그릇 먹지 못해 뱃가죽이 등창에 달라붙고 왕방울만 한 두 눈은 영락없이 표류하는 통통배인양 해골 속으로 빨려 들어가길 세 끼니 밥 먹듯 하였으니 이들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서야 할 인생 소풍 길을 가볍게 비웠으니 사후세계 삶에서는 두 손 가득 무겁게 복을 받아 누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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