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온 마음을 다하여 경청하는 인성

松竹/김철이 2016. 8. 23. 10:31

온 마음을 다하여 경청하는 인성

 

                                           김철이

 

 

 사람이 한평생을 사노라면 갖가지 힘겨운 역경들이 예고도 없이 스며들어 평탄한 인생 판을 혼잡하게 해놓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누군가의 한쪽 어깨를 잠시 빌려 기대어 앉아 지친 마음을 풀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지만 하소연도 온 마음을 다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하면 그 사람과의 친분은 가장 거리가 먼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아름답지 못하고 편하지 못한 그 어떤 사실이나 이야기로부터 세상 사람들은 죄다 고개를 돌리고 마음을 떠나려 하는 본능도 지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인들과의 교류는 완전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나 자신을 모두 이해하길 바란다면 욕심이자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달이 뜨면 해가 지기 마련인데 밤이라도 다 같은 밤이 될 수 없고 낮이라도 다 같은 낮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나기가 내리던 낮, 세차게 내리던 소나기가 그치고 비구름이 걷히면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지만, 세찬 소나기가 내리는 보름날 밤, 그 소나기가 그치고 먹구름이 걷히면 더없이 밝고 풍요로운 보름달이 더 또렷하고 빛나듯, 어느 한순간이라도 진실로 이해하고 교감하는 행위는 세상 그 어떤 가치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척이나 큰 가치로 세상 사람들 영혼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풍요롭고 보람차게 느껴질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인간관계를 맺기 마련이고 그 인간관계를 밑바탕으로 삼아 한평생 살아가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숱한 인연과 만나고 헤어지며 이러한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학문에도 없는 인간관계를 배워간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만남과 헤어짐 중에 특별나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있을 수 없겠지만, 특별히 좋은 인간관계 나쁜 인간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 삶의 모습과 인생 스승들로부터 인간관계를 배워 나아가는데 좋은 인간관계는 배우면서 서로가 성장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인생은 몹시 맑고 푸른 사과처럼 싱그러워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하소연을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평생 친구, 평생 지인으로 섬겨도 무방할 것이며 인생길에 큰 덕이 될 것이다.

  

 백 이십 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누군가에게 한 걸음 바싹 다가앉아 가슴에 해 묶은 하소연 보따리 풀어 헤쳐놓고 경청해 주었던 적이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외침을 받아 나라를 잃고 국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국제 거지인 난민 신세를 면치 못하는데 있어서는 그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나라 살림을 맡은 정치 지도자들은 하늘의 목소리인 국민의 뜻을 귀 밖으로 들었을 것이고 정치인들을 불신하는 국민들은 아무리 설득력 있는 제안을 내놓아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이며 남녀노소 하나같이 다른 사람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제 목소리만 높혀가니 나라가 온전할 리 만무하고 사공 많은 배가 어찌 산으로 오르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우리나라 역시 그러한 아픔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이 겪었던 나라 중 하나라 하겠다.

 

 전체 국론이 흐트러짐 없이 하나가 되어도 부강한 나라로 가는 길이 험준할 터인데 지금 우리나라 실정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입 밖으로 절로 가출하여 백두산을 넘고 압록강을 건너 히말라야 산맥과 태평양 강줄기따라 헤맬 것이다. 온 국민이 하나같이 신념과 생각의 차이로 목소리를 높혀가고 남의 밥 곁에 숟가락 하나 더 걸치려고 아옹다옹 이며 생존권을 지키려고 악악대니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해 묶은 모든 사건 사고 죄다 흔적없이 사라질 세월의 무덤에 묻고 하나 된 국론으로 새롭게 태어나 온 마음을 다하여 경청하는 인성을 지닌 국민으로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