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로 살기
김철이
누구나 오목렌즈와 볼록렌즈가 맡는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시피 볼록렌즈는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며 실상을 맺게 된다. 반면 오목렌즈는 빛을 퍼지게 하고 허상을 맺는다. 실상이란 빛이 실제로 한곳에 모여 상을 맺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허상은 빛이 지나가진 않아도 그 연장선이 만나는 곳에 상이 맺히는 것을 말한다. 흔히 우리가 보는 거울은 허상이고 돋보기 등은 실상이다. 또한, 졸보기는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가장 잘 사는 사람은 돈이 많은 부자도 아니요, 직위가 높아 천하를 호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 꼴값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어느 누가 생김새
그는 올해 만 육십 세로 2014년 갑오년 말띠 해에 제 꼴값 제대로 잘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으로 소개하기에 한층 더 걸맞은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는 서울 출생으로 스물한 살 되던 해인 1974년 봄 개나리 필 무렵 꽃다운 나이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군 복무에 임했는데 일 년 뒤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지니게 되었다. 사고 후 몇 달까지는 분명해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술과 여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하루 중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자신이 입대 전 다녔던 성당에 나가 묵묵부답 아무런 말없이 휠체어에 의지하여 성전에 앉아있자니 이유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스크린에 비친 허상의 인물처럼 머릿속 한 장면으로 스쳐 갔는데 자신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중증 장애인들과 한 지붕 한가족으로 오순도순 행복하게 생활해 나아가는 모습의 환시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 환시(幻視)를 보고 난 그의 생활방식은 판이하게 달라져 갔다. 먼저 입대 후 취득했던 운전면허는 필요치 않으니 장애인용 운전면허를 다시금 취득한 후 부모님이 자신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기로 되어있던 얼마간의 돈을 타내어 트럭에 몸을 얹어 그 당시 강원도 삼척 시골 마을로 향했다. 그 마을은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삼척에 삶의 부리를 내린 그는 자신이 가져간 돈으로 비록 작지만, 중증 장애인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아담한 집 한 채를 지었다. 그 후 그는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여름에 간신히 열사병에 걸려 죽지 않았지만, 그 죽음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으며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들을 한 사람 두 사람 모으는 한편 생활필수품 도매상에서 갖은 생활필수품을 떼다 가게마다 대주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직접 행상을 해서 생긴 수입금으로 장애인 가족들의 생활비로 사용하곤 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무리 성인군자라 해도 관심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집착이 지나치면 욕심이 되는 법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 지니고 태어나는 물욕(物慾), 식욕(食慾), 수면욕(睡眠慾), 애욕(愛慾), 명예욕(名譽慾), 정욕(情慾,), 색욕(色慾), 일곱 가지 욕심이 있는데 그중 가장 더러운 물욕의 씨앗이 그의 마음속에 돋아날까 두려워 한국 가톨릭 내 어느 한 수녀원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관리해줄 수도자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여 더러운 욕심 때문에 장차 일어날지도 모를 갖은 사건 사고를 미리 방지했었다. 그런가 하면 인생길은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소풍 길이라는 진리를 실천하는 뜻으로 그가 중증 장애인들과 합심하여 애써 일궈낸 보금자리는 한국 가톨릭 내 지방 소속 교구에 헌납하고 또 다른 장애인 공동체를 일궈내기 위해 자신은 홀연 단신 이름 모를 오지를 향해 구르는 네 바퀴 걸음을 옮겨 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도 타인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중증 장애인이면서도 자신보다 더 딱한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휠체어 네 바퀴를 굴리느라 굳은살이 박인 손길을 누구보다 먼저 내미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네다섯 채의 장애인 공동체를 설립 헌납한 그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머릿속에 제 꼴값 제대로 하는 영혼으로 영원히 피어지지 않을 것이다.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며 실상을 맺게 한다는 볼록렌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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