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수필 3부작
말띠 해에 들어보는 말들의 이야기
- 제2부 명마와 영웅호걸-
김철이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들어온 역사는 이제 약 100년이 넘는다. 그, 전에는 가마, 말, 도보 등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옛날에는 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빠르고, 힘센 말은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특히 전쟁터에서 말은 가장 필요했을 터, 특히 이름을 날린 영웅들 곁에는 항상 그와 함께한 명마들이 존재했었다.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에게도 뛰어난 명마가 있었다. 이들의 이름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 그들의 명마들도 이름을 날렸다. 지금부터 2014년 갑오년 말띠 해를 맞이하여 삼국지 속의 명마들과 설화 속의 명마에 얽힌 이야기들을 만나보기로 하자.
첫 번째 이야기로는 그 이름도 유명한 적토마(赤兎馬)는 삼국지 속의 명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일 것이다. 적토마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이름으로도 능히 알 수 있다. 천 리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을지 모른다. 천 리는 지금으로 따지면 서울과 부산의 거리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 거리를 하루 만에 달려갔던 말이 바로 적토마이다. 적토마의 주인이 처음부터 관우였던 것은 아니었다. 둘이 만나기까지 적토마는 몇 번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동탁의 말이었지만 여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동탁은 자신의 말인 적토마를 선물로 주는데 동탁을 주인으로 만난 적토마는 얼마 못 가 조조에게 패한 동탁에 의해 새롭게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조조와도 깊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관우를 만나게 된다.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적토마를 선물로 준 것이다. 이후 적토마는 진정한 주인인 관우를 만나 오랜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하게 되었다. 적토마의 죽음은 마지막까지 관우를 따랐다. 관우가 마충에 잡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후 마충은 뛰어난 명마 적토마를 자신의 말로 삼기 원했지만, 적토마는 먹이를 거부하고 관우를 따라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보통 말의 수명은 30여 년 정도인데 적토마는 약 34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로 유비의 목숨을 구한 천리마 적로(赤虜)이야기다. 적로의 얼굴은 처음부터 호감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적로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했었다. 마상을 보지도 않고 이야기만 듣고 모두 적로의 주인이 되기를 거절했었다. 적로의 다리는 네 개 모두 하얀색으로 되어 있어 이것을 보고 흉 마로 불리게 되었다. 또 이마에는 크게 흰 점이 있는 것도 인상을 나쁘게 만들었다. 유비와 함께 지내던 적로는 유포가 탐을 내던 말이었다. 하지만 적로의 상마 이야기를 듣고 거절을 하게 되죠. 그러던 중 적로는 숨겨져 있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였다. 군사들에게 쫓기고 있던 유비를 태우고 약 7m나 넘는 어마어마한 계곡을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적로를 타면 죽는다는 이야기와 다르게 유비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었다.
세 번째 이야기로 소개할 말은 대완마(大宛馬)를 대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대완”이라는 곳에서 나는 말이라고 해서 붙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한혈마라고 불리던 말인데, 대완마의 피부가 선홍색이라서 땀을 흘리면 마치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이름난 역사 속 인물에게는 뛰어난 명마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명마들이 명인들의 옆에 있었기에 이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아닐까?
네 번째 이야기로 조운(조자룡)이 타던 말의 이야기다. 꼬리에 푸르스름한 색조를 띄고 있다. 당(唐)나라 현종(顯宗) 때 고구려(高句麗) 유민(遺民) 출신이었던 고선지(高仙芝) 장군이 '안 서(安西) 대도호(大都護) 절도사(節度使)'가 되어, 서역(西域)과 중동(中東) 지방을 누빌 때 타고 다닌 말이 청총마(靑총馬)이다. 이 청총마에 대하여 대시인(大詩人) 두보(杜甫)의 칠언고시(七言古詩) '고도호총마행(高都護총馬行)'에 실려 역사적으로 실재(實在)한 명마(名馬)였음을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 서역(西域)에 대완(大宛)이란 나라, 지금 중앙아시아 우즈베크공화국 지방으로 실크로드의 길목에 있었다. 이 대완국에 좋은 말이 많은데 그 중 피땀을 흘린다는 한혈마는 천마의 후손이라고 <사기>는 적고 있다. 산 아래에 있는 오색 암말을 방목하다가 암내를 피우면 이 천마가 내려와 교배하여 낳는데 그 말을 한혈마라 불렀다고 한다. 한나라의 천적인 흉노와 싸우는 데 가장 약점이 말이었다. 따라서 한혈마에 대한 유혹은 2차대완 원정군을 발진케 했다. 병력 6만 명에 말 3만 필의 대원정이었다. 살아 돌아온 병력은 겨우 1만 명에 불과했으나, 바로 이사성에 쳐들어가 한혈마 순종을 탈환해 오는 데는 성공했다. 돌을 밟으면 자국이 나고, 어깨의 바깥쪽 위팔의 윗머리 부분에서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고 하여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예로부터 선조들의 큰 말씀이 담긴 서적을 접할 때마다 느낀 것인데, 특출한 명장(名將)이 있었던 시대에 명장 곁에는 영혼처럼 명검(名劍)과 명마(名馬)가 존재하였다. 명검과 명마는 명장에게 있어 훌륭한 스승의 역할을 했었다. 명검과 명마가 없었던 시대에는 명장의 탄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에선 과연 세상에 이름을 떨칠 훌륭한 명검과 마치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처럼 주군을 태우고 천하를 호령하던 명마와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마저 헌신짝 여기듯 했었던 명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 해의 벽두 갑오년 말띠 해를 맞아 세상을 관장하는 신께 바라곤 데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하여 명마를 타고 명검을 하늘 높이 휘두르며 이 나라 금수강산을 호령할 명장을 내렸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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