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추단상三秋壇上
- 松竹 / 김철이 -
일각이여삼추(一刻如三秋)라
조급한 농심
허수아비 등 돌려놓고
극성맞은 참새떼 시름을 한다
들녘은 붉게 물들어
계절은 무르익는데
마른 가지 이별할 잎새는
땅에 뒹굴며 억지를 부린다
시절은 만삭滿朔이고
귀뚜라미 느긋한 가락은
길어져 갈 가을밤을 울어
음표 없는 가을 환상곡 절로 짓는다
갈 길 바쁜 고엽은
미래를 생각할 수 없지만,
오늘을 주신 하늘에 몸소 제물이 되어
잠시 머물다 갈 시절의 제祭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