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2화 어! 물고기 허리가 굽었네

松竹/김철이 2015. 6. 30. 13:22

제2화 어! 물고기 허리가 굽었네

 

 작은 몸집의 민물고기들이 검푸른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했어요. 난생처음 동글이 눈에 비친 물고기들의 생활은 정말 평화롭고 자유로워 보였어요. 동글이는 물속을 끝없이 헤엄치며 노는 물고기들과 한데 어울려 마냥 놀고 싶어 흐르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갖가지 모습과 표정으로 물속 아래위를 헤엄치던 민물고기 무리 곁으로 다가갔어요. 그런데 멀리서 봤을 때와 달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물고기들의 헤엄치는 모습들이 활기차 보이지 않고 왠지 기운이 없어 보였어요.
 “애들아! 나랑 함께 놀자
 “넌, 누구니?”
 “으응 난 동글이야”
 “동글이? 처음 듣는 이름인데
 “어디서 왔니?”
 “난 물의 나라에서 왔는데, 세상 많은 생명체를 만나는 여행을 하다 너희가 놀고 있어서 잠시 함께 놀다 가려고
 “그래. 우리랑 함께 놀자 그렇지 않아도 항상 이곳에 갇혀 우리끼리만 놀자니 심심했었는데 잘 됐구나.”
 “그런데 이곳은 왜 이렇게 어둡고 답답하니”
 “너무 답답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네.”
 “너야말로 참 답답한 소리 한다.”
 “내가? 아니 왜?”
 “넌 어느 깨끗한 물의 나라에서 살다 왔는지 모르지만,
요즈음 세상 어디를 가도 정말 티 없이 깨끗한 물은 접할 수 없을 걸
 “아니, 왜?”
 “그걸 우리에게 물어보면 어떡해! 물의 나라 역사책을 읽어보면 더 잘 알 텐데
 “애들아! 제발 화는 내지마. 정말 내가 몰라서 그래”
 “물의 나라에 살면서 물의 역사를 모르는 내 잘못이 크지만, 난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었어.
 “물은 모든 생명의 젖줄이고

 “물의 모습은 본디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해야 한다고 배웠었기에…”
 “그래….” 맞아 네 말이 다 맞는데 우리 몰골을 자세히 좀 보란 말이야. 우리 모습들이 온전하게 정상적으로 생긴 물고기가 누가 있는지”
 “그렇구나. 너희 몸이 왜 그렇게 변했니? 허리도 굽었고 몸에 온통 반점들은 또 뭐니?”
 “너, 정말 벽창호구나

 “그렇게 말해줘도 못 알아듣겠니.
“우리 물고기들과 너 물은 때 놓으려야 결코 떼놓을 수 없는 사이인데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모른다니…”
 “정말이야 난 아무것도 몰라.

 “세상에 태어나서 깨끗하고 한 점 티도 없으신 부모님 슬하에서 생활하다 처음 바깥 구경을 나온 탓에.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니

 “우리가 왜 이런 환경 속에 이런 모습으로 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 줄 테니까
 “듣고 가서 물의 나라 임금님께 보고 들은 대로 전해주고.

 “이 검은 수렁에서 우리 좀 구해주시라고 부탁해줘…”

 

 마땅히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물이 한없이 흐르는 물에서 더 없이 활기찬 모습으로 헤엄치며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생활해야 할 물고기들의 생활인데도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다 버려둔 그물들이 얼기설기 엉켜서 자유로이 헤엄치며 개울이나 냇물의 제각기 갖은 재롱을 부리며 생활해야 할 물고기들이 제대로 헤엄도 치지 못했고 농사철에 농민들이 농사일에 사용하다 논두렁 밭두렁에 아무렇게나 버려둔 갖가지 농약병에서 흘러나온 폐 농약들과 여러 공장에서 무분별하게 흘려보낸 기름 덩이들 때문에 물고기들의 몸에는 하나같이 검은 반점이 생기고 허리가 굽어 있었어요. 연세 높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닌데도 말이에요. 새색시처럼 곱고 아리따운 각시붕어, 버드나무 밑에서 헤엄치며 노는 버들치, 헤엄치는 속도가 무척이나 재빠른 살치, 소나무 마디와 색깔이 비슷한 송어, 겨울철 깨끗한 얼음 밑에서 생활하는 빙어,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리면 몹시도 아픈 쏘가리, 수수를 닮은 수수미꾸리, 산과 하천의 물고기라는 산천어, 온몸이 붉고 파란 무늬로 장식한 피라미, 강이나 호수, 시내나 못에서 두루 사는데 웬만한 일이 아니면 삶터를 떠나질 않는 동사리를 비롯한 갖가지 민물고기들이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무분별하게 자연 생태계를 함부로 파괴해온 사람들 탓에 입었던 몸과 마음의 상처들을 쫑긋쫑긋 앙증맞은 입을 모아 이구동성으로 쏟아냈어요.   


 통사리: “너도 봐서 잘 알겠지만 이게 뭐냐고

 각시붕어: “이런 환경에서 생명이 숨 쉬며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갈겨니: “이건 아니잖아 

 큰가시고기: “ 아무리 힘이 세고

 버들치: “세상 만물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라 해도 우리도 살아있는 생명인데 말이야.
 은어: “이제라도 우리들의 힘을 모아 대자연을 함부로 파괴하면

 쏘가리: “어떤 결과가 온다는 걸 보여줘야 해
 수수미꾸리: “세상 사람 누구라도 다 낡은 그물에 갇히거나.

 가 물치: “버려진 기름이나 농약들로 썩어들어가는 물속에서 살아보라지.
 산천어: “흥! 모르긴 몰라도 한 시간도 못되어

 열목어 “사람 살려!” 하며 천 리고 만 리고 뺑소니치고 말걸”

 통사리: “흥! 그건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냐”

 각시붕어: “그래 맞아”

 

 그동안 어디다 묻어놓았던지 몸집이 작은 민물고기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불평과 하소연들은 마치 폭발하는 화산과 같았어요. 세상 모든 생명체 중에 가장 지혜롭고 다른 생명체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고 이기적인 생각 탓에 몸과 마음에 쉽게 고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갈 생활 터전조차 잃어가는 민물고기들의 슬픈 사연을 전해들은 동글이는 무척이나 마음이 아리고 아팠어요. 제각기 아름다운 생명을 지닌 채 어느 생명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마냥 물속을 헤엄치며 평화로이 살아가는 작은 민물고기들이 힘이 세고 지혜가 뛰어난 사람들에게 해를 당해 생명조차 보장할 수 없는 가련한 민물고기들이 가엾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 동글이는 울지 않으려 해도 눈에선 자꾸만 뜨거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