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4화 주인 떠난 대자연

松竹/김철이 2015. 9. 14. 17:30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4화 주인 떠난 대자연-

 

                                                                      김철이


 오염된 물에서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의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각종 물고기와 마음 아픈 사연과 이별을 하고 또 다른 여행지를 향해 아래로 흘러가던 동글이는 잠시 쉬어갈 심사로 어느 작은 냇둑에 혼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고 있을 때였어요. 냇둑 건너편에서 사람 몇이 걸어오며 짜증 섞인 얘기를 나누었어요. 사람들을 난생처음 대하게 된 동글이는 등창에 날개도 돋지 않았고 헤엄칠 수 있는 물속도 아닌데 두 다리로 꼿꼿이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 모양이 한 편으론 신기하고 또 한 편으론 우습기도 했어요.

 

 “아하!~ 저런 모습으로 걸어 다니며 생활하는 생명체들이 전에 물고기들이 얘기해 주었던 사람이라 하는구나!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질 않네! 물고기들에게 듣기로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무섭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데 말이야. 힘도 그렇게 세 보이지 않고 건들건들 움직이는 모양이 넘어질까 아슬아슬하기만 한데 무엇이 무섭고 겁난다는 건지 원, 쩝쩝”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두 발로 엉성하게 걷는 사람들을 바라본 동글이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두려운 존재가 안 된다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민물고기들에게 전해 들었던 얘기들이 겁많은 물고기들의 지나치게 과장된 말이라 여기고 돌아서려는 순간이었어요. 주고받는 사람들의 말속에서 무서운 얘기가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물속에서 평화로이 헤엄치며 살아가는 물고기를 잡아먹어야겠다느니 창공을 날며 고운 목소리로 많은 생명체에게 평화와 평온을 주는 새들을 잡아먹어야겠다느니 들을수록 소름 끼치는 말들이 입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한 편으론 너무나 기가 막혔고 한 편으론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 동글이는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의 계속되는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어요.

 

 “여보게! 난 어제 윗마을 제방뚝에 투망을 쳐서 많은 고기를 잡았다네”

“재미 좋았겠네! 그래”

“고기를 얼마나 잡았는지 몰라도 그건 아무것도 아닐세”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아랫마을 사는 최 서방은 사흘 전 싸리골 오리 못에 폭약을 터뜨려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았던지 온 동네 사람들이 큰 물고기 잔치를 벌이며 포식을 했다더군”

“맞아 요즈음엔 낚시로 고기를 낚는 사람은 촌놈이라 놀림을 면치 못한다던데”

“참! 자네들 소문 들었나?”

“무슨 소문?”

“영주골 개똥이네 아범이 열흘 전에 뒷산에서”

“엽총으로 집채만 한 멧돼지를 잡았다는 소문 말일세”

“예끼! 이 사람아”

“거짓말도 좀 분수 있게 하게나 집채만 한 멧돼지가 세상에 어디 있나?”

“아냐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소문이 그렇게 났더라고”

“그래? 그럼 오늘 밤 나도 뒷산에다 덫을 나봐야겠는걸”

“혹시 눈먼 고라니라도 걸리려나”

“고라니는커녕 고라니 눈이나 다치게 하지 말게. 흐흐흐”

“아서라 말아라. 멧돼지를 잡기는커녕 멧돼지에게 물려 가지나 말게 하하하”

“멧돼지가 아니면 공기총으로 꿩이나 잡아 볼까나 껄껄껄”

“꿩은 그리 쉽사리 잡힌다든가”

“아닐세 작년 겨울 독물을 풀어 많은 날짐승과 산짐승을 잡았었다네”

“그러다 이장에게 발각되면 혼날 텐데 벌금도 물 테고 말이야.”

“사람 순진한 것인가 어리석은 것인가?”

“누가 나 지금 금지된 사냥 하러 갑니다 하고 소리 소문내고 다닌다든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대화 내용이라곤 죄다. 대자연의 슬하에 자녀들이라 할 수 있는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배를 불리려는 속셈으로 마음이 가득 차있었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누가 더 많이 대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파괴하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대자연의 아들과 딸들인 날짐승 들짐승 산짐승을 잡기 위해서는 온갖 짐승들의 둥지 격인 자연을 마구 파 뒤집고 물길을 막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던 동글이는 자리를 떠나 무작정 흘러만 갔어요. 얼마쯤 흘러가다 들으니 어느 작은 개여울 언덕 위에서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 얘기 소리가 들려왔어요. 사람들 대화 내용이야 다 매한가지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쳐 버리려 하다 행여나 하는 기대심에 잠시 머물러 사람들의 얘기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하였어요.  

 

“어휴! 이 지긋지긋한 장맛비 언제나 그치려나” “그러게 날씨조차 갤 날이 드문데 온도마저 높고 후덥지근하니 원!”

“그뿐인가, 불청객 모기들은 예년보다 왜 이리 극성인지”

“정말 걱정이야 날씨가 오랜 기간 흐리고 무더우면 갖은 병균도 극성을 부린다던데”

“너무 더워서 밤엔 단잠을 통 못 이루겠어.”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어디 있겠어. 하루라도 빨리 시원한 가을이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차라리 추운 겨울이 났겠어.”

“추우면 옷 한 벌 더 입으면 되지만 이렇게 찌는 여름엔 그를 수도 없으니”

“가을이 온다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어. 오히려 농민들 마음만 더 아플 듯싶은걸”

“그러게 말일세”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저온 기온 탓에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갖가지 곡식을 비롯한 과일과 채소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전국의 농민들은 벌써 울상을 짓기 일쑤라 하던데”

“이게 다 우리 사람들이 파놓은 덧이 아니겠어.”
“도시 개발을 핑계로 무분별하게 대자연을 마구 파괴했던 벌이지 뭐겠어.”

“그동안 자연이 얼마나 아파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람들이 정신 차려 반성해야지 큰일 나겠어.”

“이게 다 우리 인간들이 만든 건데 누굴 원망하겠어.”

“모두가 다 우리 인간들의 자업자득인걸”

 

 사람들이 나누는 얘길 다 듣고 나서 자리를 떠나려던 동글이는 한결 마음이 가벼웠어요. 민물고기들의 말만 들었을 땐 세상 사람들 죄다. 마음이 갖은 욕심으로 세상 모든 생명체의 둥지인 대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파괴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세상엔 아직도 대자연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아무리 세상이 오염이 되어가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으로…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