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4화 주인 떠난 대자연-
김철이
오염된 물에서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의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각종 물고기와 마음 아픈 사연과 이별을 하고 또 다른 여행지를 향해 아래로 흘러가던 동글이는 잠시 쉬어갈 심사로 어느 작은 냇둑에 혼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고 있을 때였어요. 냇둑 건너편에서 사람 몇이 걸어오며 짜증 섞인 얘기를 나누었어요. 사람들을 난생처음 대하게 된 동글이는 등창에 날개도 돋지 않았고 헤엄칠 수 있는 물속도 아닌데 두 다리로 꼿꼿이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 모양이 한 편으론 신기하고 또 한 편으론 우습기도 했어요.
“아하!~ 저런 모습으로 걸어 다니며 생활하는 생명체들이 전에 물고기들이 얘기해 주었던 사람이라 하는구나!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질 않네! 물고기들에게 듣기로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무섭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데 말이야. 힘도 그렇게 세 보이지 않고 건들건들 움직이는 모양이 넘어질까 아슬아슬하기만 한데 무엇이 무섭고 겁난다는 건지 원, 쩝쩝”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두 발로 엉성하게 걷는 사람들을 바라본 동글이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두려운 존재가 안 된다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민물고기들에게 전해 들었던 얘기들이 겁많은 물고기들의 지나치게 과장된 말이라 여기고 돌아서려는 순간이었어요. 주고받는 사람들의 말속에서 무서운 얘기가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물속에서 평화로이 헤엄치며 살아가는 물고기를 잡아먹어야겠다느니 창공을 날며 고운 목소리로 많은 생명체에게 평화와 평온을 주는 새들을 잡아먹어야겠다느니 들을수록 소름 끼치는 말들이 입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한 편으론 너무나 기가 막혔고 한 편으론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 동글이는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의 계속되는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어요.
“여보게! 난 어제 윗마을 제방뚝에 투망을 쳐서 많은 고기를 잡았다네”
“재미 좋았겠네! 그래”
“고기를 얼마나 잡았는지 몰라도 그건 아무것도 아닐세”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아랫마을 사는 최 서방은 사흘 전 싸리골 오리 못에 폭약을 터뜨려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았던지 온 동네 사람들이 큰 물고기 잔치를 벌이며 포식을 했다더군”
“맞아 요즈음엔 낚시로 고기를 낚는 사람은 촌놈이라 놀림을 면치 못한다던데”
“참! 자네들 소문 들었나?”
“무슨 소문?”
“영주골 개똥이네 아범이 열흘 전에 뒷산에서”
“엽총으로 집채만 한 멧돼지를 잡았다는 소문 말일세”
“예끼! 이 사람아”
“거짓말도 좀 분수 있게 하게나 집채만 한 멧돼지가 세상에 어디 있나?”
“아냐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소문이 그렇게 났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