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3화 은혜를 잊은 사람들

松竹/김철이 2015. 7. 20. 14:42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3화 은혜를 잊은 사람들-

                                                              김철이

 

 끝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친 동글이는 달아오른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름대로 아픈 상처들을 작고 앙증맞은 입을 쫑긋거리며 제각기 앞다투어 줄을 잇는 민물고기들의 사람들에 향한 원망을 좀 더 들어보기로 하였어요. 금수강산 옥수같이 맑은 물에서 자유와 평화를 한껏 누리며 헤엄치던 민물고기들은 마냥 온화하고 정이 넘쳐 흐르던 사람들이 더없이 넓은 세상이 가까워지고 좁아지는 통에 세상 사람들 가슴속엔 정이 메마르고 영악스럽게 변해가던 틈바구니에서 입었던 몸과 마음의 상처들이 더욱 아프고 시렸어요.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누구 하나 상처 입어 아파하던 민물고기들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지 않다가 동글이가 자기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니 민물고기들은 신이나 작고 앙증맞은 입들을 쫑긋거리며 제각기 한마디씩 하였어요. 가슴속에 눈더미처럼 쌓인 불평과 하소연들을 아가미를 움직일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물방울처럼 마구 쏟아내며…

 

쏘가리: “두말하면 잔소리고 세 말 하면 입 아프지”

은어: “세상 사람들 자기네끼리 하는 말로는”

버들치: “툭하면 양심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산천어: “사람이 은혜를 모르면 미물보다 못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쉬리: “자기네들이야말로 대자연에 입은 은혜가 태산 같고 바다 같은데”

수수미꾸리: “은혜를 갚기는커녕”

숭어: “온갖 정성을 다 베풀어 내려주는 대자연의 은혜를”

피라미: “잘 살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파괴를 해”

살치: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열목어: “해도 해도 너무한단 말이야. 세상 사람들이”

 

 몇 마디 안 되는 민물고기들의 하소연을 들었지만, 어떤 일 때문에 어떤 사연이 있었고 그 일들 탓에 이토록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귀여운 민물고기들이 사람이라는 생명체들에게 몸과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 탓에 세상 사람들을 싫어하다 넘쳐 마음속에 미워하는 씨앗이 자라고 있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던 동글이의 마음속엔 미지의 생명체들에 향한 궁금증과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저토록 작은 몸집에 엄청난 원망이 쌓였을까 하는 생각들이 오뉴월 풀 포기 자라듯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하였어요. 

 

피라미: “우리처럼 몸집이 작은 물고기들이야.”

빙어: “큰 물고기들의 먹이로 늘 위험에 처해 있지만”

산천어: “틈만 나면 물가로 쪼르르 달려와서는”

각시붕어: “큰 고기 작은 고기 가리지 않고”

통사리: “물고기라면 무분별하게 잡아내니 어디 무서워 살겠어.”

밀어: “요즈음 사람들이 그래서 안경을 많이들 끼나 봐”

쉬리: “그건 또 무슨 말이니?”

밀어: “그 옛날 사람들은 대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해 줬거든”

살치: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눈이 어두워서”

버들치: “대자연을 훼손하면 먼저 자기네들 코앞에 위험이 오는 것을 모르니”

빙어: “세상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 치 앞도 못 보는 장님들이지 뭐”

동자개: “난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납자루: “사람들은 세상에 가장 무서운 존재가”

새코미꾸리: “호랑이 사자 고래상어 등등이라고 말하지만”

빙어: “실제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이기적인 존재란 걸 모르나 봐”
피라미: “이익이 되는 일이라 물불 가리지 않는

쉬리: “약삭빠른 사람들 걸음 소리만 들려도 너무 무섭고 싫어
살치: “난 다시 태어난다 해도 사람으로는 태어나지 않을 테야.

수수미꾸리: “티 없이 맑은 물에 아무런 욕심도 없이

새코미꾸리: “자유로이 헤엄치는 물고기로 태어날 거야

송어: “동글이라고 했지? 제발 부탁이니

빙어: “네가 사는 물의 나라로 돌아가거든 물의 나라 임금님께 말씀 잘 드려

납자루: “우리가 사는 이곳에도 옥수처럼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하여

붕어: “바다와 강에 온갖 물고기들이 자유로이 헤엄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동자개: “우리 소원을 대신 전해줘 부탁이야.

동글이: “그래 아무 걱정하지 마. 빠른 걸음 재촉해서 세상구경 다 하고 돌아가면 임금님께 꼭 부탁할게”


 동글이는 세상에 태어나 여태 사람이란 생명체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민물고기들의 말만 듣고도 얼마나 이기적이고 다른 생명체들이야 어찌 됐던 자신들 처지밖에 모르며 대자연이 뭇 생명체들한테 끊임없이 베풀어주는 은혜조차 잊은 채 사람들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서라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다 같은 대자연 슬하의 자녀들인 다른 생김새의 생명체들에게 어떻게 해를 끼쳐 왔는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민물고기들뿐만 아니라 다른 생김새에 생명체들이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달림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났어요. 

 

산천어: “꼭 그렇게 해줘. 네가 돌아올 때까지

밀어: “우리가 이렇게나마 살아있을는지 보장은 못 하지만 말이야

동글이: “무슨 소리야 내가 물의 나라로 돌아가서 내 친구들과 함께 옥수 같은 물줄기를 이곳으로 몰고 올 테니 그때까지만 힘들고 지치더라도 꾹 참고 기다려줘 머지않아 꼭 돌아올게
빙어: “예전엔 우리나라도 어느 냇가 어느 시내를 가더라도

돌고기: “맑고 푸른 물이 흘러 살기 좋은 삼천리금수강산이라 칭송이 자자했었는데

끄리: “언제부터 이다지 못쓰게 변해 개울마다 똥물이 흐르고

꾹저구: “냇가마다 하천마다 기름띠를 두른 구정물이 악취를 풍기며

금강모치: “제 세상을 맞은 듯이 갖은 횡포 다 부리다 부족해서
버들붕어: “온갖 생태계를 위협하게 되었는지 원! 한심스러워

동사리: “동글이 네가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 해서

감돌고기: “이렇게도 병들고 아파하는 물이 되살아날까?

미꾸리: “솔직히 난 이곳을 떠나고 싶어
동글이 “그런 말 하지 마. 너희가 이곳을 굳게 지켜줘야지 너희마저 이곳을 외면하고 떠난다면 나와 나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너희와 어우러져 살고 싶어 하는 온갖 새들과 곤충마저 떠나갈 것이고 그다음엔 누가 떠나갈까?”
버들치: “동글이 네 말을 듣고 생각하니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살치: “그래 네 말대로 이곳은 우리가 지키고 있을게. 한시라도 빨리 다녀와

산천어: “그래 그리고 너랑 우리가 한데 어울려 물밑까지 들여다보이는

빙어: “맑디맑은 물속에서 자유를 누리며 평화로이 삼천리금수강산을 노래하자꾸나
동글이: “꼭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려 줘. 곧 돌아올게…” 

 

 동글이는 온갖 민물고기들과 짧은 만남의 이별을 하고 다음에 친구들과 돌아올 때에는 강마다 개울마다 옥수같이 맑고 티없는 물이 흐르게 하여 갖은 민물고기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헤엄치며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으로 굳게 기도하며 더 넓은 물의 세상을 향해 흘러갔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