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숨바꼭질 제1화 길 잃은 산토끼

松竹/김철이 2013. 4. 15. 00:42

숨바꼭질 제1화 길 잃은 산토끼

 

 화천리라는 어느 평화로운 산골 마을 아이들은 자기 생각만 하는 도시의 아이들과는 달리 같은 마을 친구들과 늘 한데 어울려 놀면서 다급하고 도울 일이 생길 때면 마치 자기들의 일처럼 앞다투어 서로 도우며 친구 간의 우정을 쌓아갔어요. 화천리 아이들은 물 좋고 공기 좋은 대자연과 벗하며 어린 동심 속에 해맑은 추억거리를 절로 새기며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마음껏 뛰놀았어요. 화천리는 주변 마을 중에서도 가장 작은 다섯 가구밖에 되지 않는 막네 마을이었어요. 워낙 작은 마을이라 온 마을 주민이 마치 한 지붕 밑에 사는 가족처럼 내 것 네 것 잘 가리지 않으며 정답게 살았어요. 
 

 화천리에는 열두 살에서 여덟 살까지 고만고만한 남녀 아이 아홉이 살았는데 화천리 아이들은 공기 좋고 물 맑은 고장을 놀이터 삼아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뛰놀기를 좋아했어요. 도시에서 생활하는 여느 애들처럼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없는 건 물론 화려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난감도 가질 수 없었고 아이들 전용 놀이터 한곳 없었지만, 더없이 넓게 펼쳐진 산과 들을 놀이터 삼고 끝없는 창공을 나는 각종 새와 산과 계곡을 자유로이 뛰노는 작고 앙증맞은 산짐승 들짐승을 동무 삼아 대자연이 내려준 평화 속에 동심을 길러갔어요. 

 

 화천리 아홉 아이는 사시사철 저녁밥만 먹고 나면 한 둬 시간 마을 어귀에서 숨바꼭질하였어요. 도시 아이들처럼 마땅히 하고 놀 놀이가 없어 그랬겠지만, 여느 도시와 달리 하루해가 빨리 저무는 산골 마을이라 초저녁부터 잠을 자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긴 밤을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기도 너무 지루하여 어른들 허락을 얻어 생각해 낸 것이 숨바꼭질이었어요. 그날 저녁도 하늘에 별이 총총 나오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하나 둘 마을 뒷동산으로 올라가 아름드리 소나무 곁으로 모여들었어요. 아름드리 소나무를 진을 삼아 숨바꼭질을 하였으니까요.
 
 “가위! 바위! 보! 와!~ 난 이겼다 난 졌어. 그럼 네가 술래야 애들아! 우린 빨리 숨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영수: “다들! 숨었냐? 그런데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안 보여”
 철민: “그러니까 숨바꼭질이지”
 영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어두워 힌트라도 좀 주면 안 될까?”
 경화: “별들한테 물어봐♩~ 별들한테 물어봐♭~ 우리가 어디 숨었는지♪~”
 용구: “어휴! 무서워라 호랑이 나올까 겁나네! 영수 형 큰일 났네”
 민서: “그러게 영수가 우릴 못 찾을 게 뻔하니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
 깨숙: “그럼 영수 오빠가 너무 가엾잖아. 우리가 봐주자 호호호”
 영수: “민서 너! 그랬단 봐라. 너 술래 때 단단히 골려 먹을 테니”
 숙자: “쉿! 애들아! 조용히 해 영수가 우리 말소리 듣고 찾으려 들잖아”
 종철: “큰일 날 뻔했네! 지금부터 우린 침묵이다”
 예민: “어머나! 깜짝이야 이게 뭐야”
 숙자: “넌, 또 왜 그래 조용히 하라니까”
 예민: “언니야! 그게 아니라 여기 뭐가 꼼틀 꼼틀해”

 

 덩달아 놀란 아이들은 숨바꼭질하다 말고 제다. 예민이가 숨어 있던 제법 큰 바위틈으로 몰려들었어요. 낮에 세찬 빗줄기가 지나갔던 탓인지 심통 난 아이의 모습처럼 밤하늘이 유난히 어두워 한 치 앞도 가름하기 어려웠어요. 단숨에 우르르 몰려든 아이들은 바위틈 이곳저곳 두루 살피며 예민이를 놀라게 했던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영수의 눈에 띌까 봐 머리를 숙인 채 바위틈에 숨어 쪼그리고 앉아 있던 예민이의 발등을 건드리던 것은 온데간데없고 영수가 들고 있던 손전등을 비춰본 한 곳에 새까맣고 아주 작은 토끼 똥 몇 개가 얌전히 놓여 있었어요. 

 

 철민: “난, 또 뭐라고 토끼잖아”
 영수: “요런 고얀 놈 우리 공주님을 놀라게 해놓고 어디 갔어.”
 예민: “영수 오빠 놀리지 마! 난 무서웠단 말이야.”
 용구: “요런 겁쟁이 토끼 처음 봤어.”
 민서: “그러게 술래잡기도 망치고 이게 뭐야”
 경화: “너무 그러지 마! 깜깜한 밤중이니 놀랄 수도 있지”
 깨숙: “경화 말이 맞아 나도 같은 경험이 있는데 얼마나 무서웠다고”
 종철: “다들 이러지 말고 토끼나 찾아봐 멀리 못 갔을 거야”
 숙자: “그래 이 근처에 숨어 있을 거야 우리와 함께 숨바꼭질하고 싶어서”

 

 아이들은 흩어져 제각기 토끼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외등이나 가로등 하나 없이 달빛과 별빛으로만 토끼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나무 뒤 바위틈 풀 속 이곳저곳 한참 동안 토끼를 찾던 아이들이 폭신한 침대처럼 나란히 깔린 토끼풀 위에서 새근새근 자는 아주 어린 새끼 토끼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예민: “어머나! 여기 있었구나! 귀여워라”
 종철: “예민아! 넌, 그렇게 놀래긴 토끼가 귀여워?”
 깨숙: “사람이나 짐승이나 아기들은 다 귀엽잖아”
 민서: “형들! 누나들! 이 토끼 우리 마을로 데려가자”
 경화: “그건 안돼!”
 철민: “왜 안 된다는 거야?”
 경화: “잘 들어봐 민서 너도 작년 겨울 엄마랑 읍내 장에 갔다가 길을 잃었지!”
 민서: “응! 그땐 정말 무서워 혼났어. 엄마 아빠도 보고 싶고 말이야.”
 경화: “그래 그거야”
 민서: “그거라니? 누나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줘?”
 경화: “짐승은 사람과 달리 대자연이 낳고 기르는 생명체지 그래서 있던 곳에 그냥 두면 대자연이 알아서 절로 보호하기도 하고 나중엔 길잃은 새끼 짐승들을 엄마 아빠가 찾아와 데려가기도 하지. 그래서 사람의 생각과 힘으로 대자연을 함부로 바꿔놓아서는 안 된다는 거야”

 

 경화의 말을 다 듣고 난 아이들은 마치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들은 듯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며 주변에 늘려 있는 풀잎들을 뜯어 모아 포근하고 앙증맞은 새끼 토끼의 침대를 만들어 주고는 어깨동무를 하고 콧노래 흥을 되며 동산을 내려와 엄마 아빠가 기다릴 집으로 향했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