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숨바꼭질 제2화 꼬부랑 할머니

松竹/김철이 2014. 1. 13. 16:04

숨바꼭질 제2화 꼬부랑 할머니

 

                                                         김철이

 

 화천리의 밤하늘은 여느 시골 마을 밤하늘보다 유달리 아름다웠어요. 밤이면 밤마다 숱한 별 이야기들이 온 하늘을 메웠고 노도 없이 늘 한가로이 노 저어가는 달님의 뱃노래가 절로 들리는 듯하였어요. 그런가 하면 온갖 밤새가 서로 앞 다투어 고운 울음을 울고 장단이라도 맞추듯 사시사철 갖은 풀벌레 노랫소리가 밤을 연주하는 대자연 품속에서 때 묻지 않은 동심들이 커가고 있었으니 화천리에 터전을 잡고 사는 마을 주민은 이 아름다운 고장에서 생활하는 자기들은 하늘의 큰 복을 받은 사람들이라 자랑스럽게 여겼어요.

 

 그날도 길지 않은 가을 해가 서산마루에 걸터앉아 저녁노을 꼬리를 붉게 늘어뜨리고 있을 때쯤 화천리 아이들은 거의 반나절을 뛰어놀아 놓고도 못다 뛰어논 듯 잠시 헤어지는 아쉬움을 등 뒤에다 남겨둔 채 저녁밥을 먹으려 제각기 자기네 집으로 향했어요. 무엇보다 동무들과 어울려 뛰노는 것이 좋을 나이라 화천리 개구쟁이 악동들은 저녁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행여 심부름이라도 시킬까 혹시 엄마 아빠가 날이 저문 야밤에 밖에 나가 논다고 야단이라도 치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족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생쥐처럼 밖으로 빠져나와 동산 아름드리 소나무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어요. 개구쟁이들의 야밤 숨바꼭질은 시작되었고 맨 처음 술래는 가위, 바위, 보, 에서 꼴찌를 한 경화였어요. 아이들은 재빨리 숨을 곳을 찾아 갖가지 은신처를 고르기 시작했어요. 작은 산마을 화천리에서 함께 사는 온갖 풀벌레와 산마을의 야밤을 지키는 산새들도 등달아 신이 난 듯 갖은 울음으로 숨을 곳을 일러주었어요.

 

경화: “어휴! 오늘 밤엔 날씨가 흐려 유난히 앞이 안 보이네”
철민: “흥! 어디 오늘뿐이었겠니 어젯밤 내가 술래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동구: “히히! 난 흐린 날엔 숨바꼭질하러 안 나와야겠다.”
영수: “네가 술래 될까 봐 그러는 거지?”
용구: “저런 얌체”
민서: “철민이 너 우리 아홉 악동의 의리를 저버릴 셈이냐!”
숙자: “그랬단 봐 우리가 가만두나?”
종철: “혼나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냐? 그냥 내버려 둬라”
예민: “애들아! 쉿! 가만 보니 우리가 지금 경화 꾐에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깨숙: “맞네! 맞아 하마터면 경화 언니 꼬임에 넘어갈 뻔했네”
동구: “우리 목소리를 듣고 어디 숨었는지 찾아내려고 어림없지!”
경화: “아냐 오늘 밤은 너무 어두워 목소리가 들리는 곳조차 짐작할 수가 없는걸”
철민: “별님에게 물어봐♪~ 달님에게 물어봐♩~”
종철: “별님과 달님한테 물어봐야 가르쳐 주지 않을걸”
경화: “그건 왜 그래?”
민서: “별님과 달님도 우리처럼 구름 속에 숨기는 마찬가지니 그렇지 뭐 하하하”
예민: “말 되네 말되”
깨숙: “오빠 언니들! 이리 와봐!~ 큰일 났어.”
영수: “넌, 또 왜 그리 호들갑이냐? 이번엔 무슨 일이야?”

 

 아이들은 놀라 큰 소리로 오빠 언니들을 불러대는 깨숙의 고함에 숨바꼭질하다 말고 깨숙의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갔어요. 깨숙이 숨었던 곳은 작년 이만 때 서울로 이사 간 효정이네 빈집이었고 며칠 전 어디서 오셨는지 몰라도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머물러 계셨는데 그 꼬부랑 할머니가 정신을 잃은 채 마루에 쓰러져 계신 것이 아니겠어요. 아이들은 꼬부랑 할머니의 몸을 흔들며 불러 됐어요. 


깨숙: “할머니! 할머니 정신 차리셔요”
민서: “우리끼리 이럴 게 아니라 어른들께 알려야 하는 거 아니냐?”
경화: “가만 우리 침착하자 서두르지 말고”
할머니: “애들아!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걱정들 해줘서 정말 고마워”
종철: “할머니 정신이 드셨군요. 휴! 다행이다”
예민: “그런데 할머니! 어쩌다 정신을 잃으셨어요? 그리고 빈집에 왜 혼자 계셔요?”
할머니: “으응~ 그건 말이야. 실은 내겐 가족이 아무도 없어”
깨숙: “왜요?”
할머니: “너무 어처구니없어 말문이 열리지 않는구나!”
용구: “슬픈 사연이 있는가 본데 말씀 안 해주셔도 돼요. 할머니!”
할머니: “너희를 보니 이 늙은 할미를 두고 하늘나라로 간 손자녀석이 생각나는구나!”
숙자: “어머나! 어쩌다 그렇게 된 거에요?”
할머니: “아들 내외와 손자가 있었는데 집에 불이 나서 모두 하늘나라로 가고 나 혼자 남았어.”
동구: “그러면 우리 마을엔 어떻게 오시게 된 거에요?”
할머니: “바람 따라 구름 따라오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지!”
영수: “그럼, 우리 마을에 사실 거에요?”
할머니: “마침 빈집도 있고 산수 좋은 이곳에 몸 붙여 살아볼까 하는데 너희가 내 말벗이 돼주련?”
경화: “그럼요, 애들아! 우리 모두 할머니 손자가 되어 드리자”

철민: “좋지 좋아!”

할머니: “이렇게 고맙고 기특할 때가 이 큰 은혜를 뭐로 갚나?”
숙자: “할머니는 그냥 저희 모두의 할머니로 늘 이곳에 계셔주면 돼요”
깨숙: “그럼, 할머니가 불편하지 않게 집 청소부터 해 드리자”
예민: “이 야밤에?”
민서: “야밤이면 어때 숨바꼭질도 하면서”
숙자: “맞아 시간 더 흐르기 전에 우리 조를 짜서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자”
용구: “그래 청소라면 내게 맡겨 힘쓰는 일이라면 자신 있으니까 말이야.”
영수: “말만 하지 말고 서두르자 이러다 이 밤이 새고 말겠어.”

 

 화천리 착한 열 악동은 외지에서 오신 외로운 한 할머니의 손자 손녀가 되어 가족 없이 생활하시는 할머니의 말벗도 되어 드리고 불편한 곳이 없는지 한결같이 보살펴 드리기로 하였어요. 이날부터 아이들은 순번을 정해 아무도 몰래 돌아가며 꼬부랑 할머니가 외로워하지 않게 수시로 보살펴 드렸어요. 비록 숨바꼭질은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지만, 동산을 내려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어느 날보다 가벼웠고 마음은 하늘을 날 듯 기쁘고 흐뭇했었답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