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 제 3부 - 배고픈 거미와 길잃은 모기
종이배; “어휴! 추워라~ 이젠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종이배; “조금 있으면 눈도 내리고 얼음도 얼 테지….”
종이배; “그리고 세상 모든 생명체는 겨울 준비로 분주해질 테고”
종이배; “나도 날씨 더 추워지기 전에 한곳이라도 더 다녀야겠어….”
종이배; “얼음이 얼어붙기 시작하면 다니고 싶어도 더 못 다닐 테니까 말이야….”
종이배는 추수를 끝내 텅 비어 있는 논두렁 옆 개골창 물을 흘러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찬바람이 절로 쑹쑹 스며들 누더기를 걸친 채 텅 빈 논두렁 가운데 홀로 서 있던 허수아비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얘! 넌, 날씨도 추운데 왜 거기, 서 있어…? 더 추워지기 전에 어서 집으로 돌아가렴….” “난, 아무리 추워도 돌아갈 집이 없단다.” “너도 나처럼 돌아갈 둥지가 없구나.” 허수아비와 스쳐 가는 얘기를 끝낸 종이배는 물살이 이끄는 대로 아래로 흘러갔어요. 얼마쯤 흘러갔을 때였어요. 바싹 마른 나뭇가지에 몇 잎 붙어 있는 나뭇잎 사이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어요. 점차 날씨가 추워지자 갖가지 곤충들이 겨울잠을 자려고 재다 둥지를 찾은 탓에 배고픈 거미와 시절이 가는 줄도 모른 채 늦장을 부리다 길을 잃은 모기와의 목숨을 건 싸움이었어요. 며칠을 굶었는지 몹시 배가 고팠던 거미는 아랫배로 만들어 미리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모기를 금방이라도 삼켜버릴 듯이 큰 눈을 부라리며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바동거릴수록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려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다 쓰는 모기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어요. 거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겁에 질린 모기는 여섯 개의 다리를 바동거리며 “어떻게 하면 지옥 같은 거미줄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전전긍긍했어요.
모기: “오지 마! 무섭단 말이야.”
거미: “왜 그래 난 네가 좋은데….”
모기: “징그러운 소리 하지도 마! 오지 마! 좀 더 가까이 오면 가만 안 둔다.”
거미: “덫에 걸린 주재에 큰 소리는…. 네가 가만 안 두면 어떡할 건데?”
모기: “너, 아직 뭘 모르나 본데 여름엔 사람들도 내가 무서워한다는 걸….”
거미: “하하하... 모기 아저씨! 뭘 모르시군요.”
거미: “지금은 여름도 아니고요. 아저씨는 덫에 걸린 내 먹이에 불과하네요.”
거미: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라고요.”
모기: “제발 이러지 마! 난, 내년 여름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 있어야 한단 말이야….”
모기: “그러니, 한 번만 봐주라! 못 본 체하고 나 좀 놔줘 은혜는 잊지 않을게.”
거미: “은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난, 지금 당장 널 잡아먹어야 한단 말이야.”
거미: “길고 긴 겨울을 무사히 지내려면 많은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거든.”
거미: “그래서 널 잡아먹어야 하니 날 너무 원망하지 말고 눈이나 꼭 감아….”
위기일발의 순간이었어요. 먹이를 눈앞에 둔 배고픈 거미는 의기양양하여 먹이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고요. 아등바등하다 포기한 모기는 여섯 개의 다리가 끈끈한 거미줄에 붙은 채 작고 얇은 날개를 퍼덕이며 안 간용을 다 쓰다 지쳤는지 축 늘어진 모습으로 살아 있는 날의 마지막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군침을 “꿀꺽!” 삼키며 가늘고 긴 다리의 엉성한 걸음으로 모기 코앞에 다가선 거미가 꽁무니로 뿜어낸 거미줄로 모기 몸을 칭칭 감아 입속으로 가져가려 할 때였어요. 긴 침으로 딱딱한 거미의 몸을 쏘아대며 긴 다리들로 다가가던 거미의 몸을 밀어내며 마지막 몸부림을 쳐, 되던 모기의 아우성 통에 거미 꽁무니에서 뿜어져 나온 가늘고 약한 거미줄이 “뚝!” 하고 끊어지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거미줄에 뒤엉킨 모기와 거미는 한몸이 된 채 개골창 물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헤엄을 치지 못했던 거미와 모기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무심히 스쳐 갈 한 점 바람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거미: “사람 아니 거미 살려요!.”
모기: “흥! 꼴 좋다. 좀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의기양양하여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더니.”
거미: “시끄러워! 넌, 아무리 그래도 내 먹이에 불과하니 입 닥치고 가만있어.”
모기: “먹이 좋아하네! 누가 누구의 먹이란 말이니.”
모기: “우리 착각하지 말자. 지금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인 것은….”
모기: “너랑 나랑 같은 신세이긴 매마찬가지이니 말이야.”
거미: “너 여기서 헤어나면 가만 안 둔다. 한입에 확!”
모기: “헹! 그래…. 날 잡아먹을 수 있음 실컷 잡아먹어 보렴.”
모기: “너처럼 심술궂게 남을 괴롭히며….”
모기: “누구나 닥치는 대로 못살게 구는 마음씨 고약한 거미를 누가 물에서 건져준담”
거미: “넌, 어떻고 남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거미: “한여름 내내 사람들과 짐승들의 귀한 피를 제 것인 양.”
거미: “제 마음대로 빨아먹으며 못되게 굴면서 뭐 어째.”
모기: “그래도 난, 같은 동족격인 곤충들은 절대 괴롭히지 않네요. 힝!~”
거미: “너, 끝까지 약 올릴래? 몸이 무거워 자꾸만 물속으로 가라앉으려 해서 죽을 지경이구먼.”
모기: “헹!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는 거야 남을 그렇게도 괴롭히더니.”
거미: “아니 그럼 전생에 내가 네게 잘못을 저질렀단 말이냐.”
거미: “너, 문자를 쓰려면 똑바로 알고 써라.”
모기: “곧 죽을 목숨이면서 큰 소리는…. 주제도 모르고.”
거미: “그건 너도 같은 운명이거든…. 나 혼자 잘못될 순 없지.”
모기: “천만에 너와 나의 운명은 하늘과 땅 차이야.”
모기: “난, 물에 젖은 날개만 마르면 금방이라도 날 수 있지만….”
모기: “넌, 날개도 없는데다 엉덩이만 오리 궁뎅이처럼 무겁고 튀어나와.”
모기: “물 위로 나오려고 헤엄을 치려 할 때마다 더욱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 테니까 말이야.”
종이배: “애들아! 이젠 제발 그만 싸워 내가 도와줄게.”
모기: “넌, 누구니? 누군데 남의 일에 참견이야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종이배: “응~ 난 종이배야….”
모기: “그러면서 건방지게 우릴 어떻게 도운단 말이니 가던 길이나 그냥 가셔….”
종이배: “그래…. 난 비록 생명은 지니지 못했지만, 생명을 지닌 너희처럼 틈만 나면 다투진 않아.”
종이배: “내겐 아무런 욕심이 없으니까 말이야.”
거미: “우릴 어떻게 도운단 말이니 빨리 어떻게 해봐 몸이 자꾸만 물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아….”
종이배: “먼저 내가 도와주기 전에 너희 둘 나랑 한 가지 약속을 해 줘야겠어….”
모기: “무슨 약속인지 모르지만 약속할게. 도와줘 날개가 물에 젖어 움직일 수가 없어.”
종이배: “다른 게 아니라 너희 둘 다시는 다투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어…?”
거미: “그래그래 네 말대로 두 번 다신 안 싸울게…. 물에서만 건져줘.”
모기: “맞아 나도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기로 말이야.”
종이배: “그럼 너희 양쪽에서 내 몸을 잡고 올라와 땅 위까지 데려다 줄게.”
거미: “정말 고마워 우리도 너처럼 착하고 욕심 없는 곱디고운 마음씨를 지니도록 노력할게….”
모기: “거미야! 미안해 앞으로는 거미줄이 처져 있으면 피해서 날아갈게….”
거미: “아냐~ 애당초 널 먹이로 생각했던 내 잘못이 더 크지 뭐…. 모기야! 잘못해서 용서해줘.”
거미와 모기를 도와 둘의 생명을 구해주고 세상에 둘도 없이 다정한 친구로 만들어 놓은 종이배는 흐뭇한 마음으로 화사한 꽃들로 만발할 새봄의 뜨락을 향해 욕심 없이 아래로만 흐르는 물 위에 온몸을 맡긴 채 흘러갔어요. 참 평화를 찾아서…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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