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종이배/제 2부 우리 모두 사이좋게 살아요

松竹/김철이 2012. 12. 19. 17:38

종이배 2부 - 우리 모두 사이좋게 살아요

 

 숨을 죽이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온몸에 풀잎에 이슬 같은 땀이 절로 뻘뻘 날 정도로 무더운 여름날 한여름 뙤약볕을 온전히 쬐며 흐르는 물살에 몸을 실어 아래로 흘러가던 종이배는 이마에 끝없이 흐르는 구슬땀을 씻을 겸 큰 버드나무가 서 있는 어느 냇가에 잠시 머물며 쉬기로 했어요. 휘늘어진 버들가지 밑에서 냇물에 세수하려고 손으로 물을 떠서 얼굴로 가져가려 할 때였어요. 어디선가 벼락같은 고함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위 버드나무에서 그렇게 굵지 않은 한 가닥 버들가지를 외나무다리 삼아 제각기 가던 길을 먼저 가려고 알락하늘소와 장수하늘소가 다투고 있었어요.

 

 

알락하늘소: “저리 비켜! 내가 먼저 건너왔으니 내가 먼저 건너가야 해….”

 

장수하늘소: “이 뚱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장수하늘소: “애당초 네가 몸이 무거워 가지 끝에서 꾸물거리고 있을 때 난 가벼운 몸놀림으로 잽싸게 건너왔으니….”

 

장수하늘소: “당연히 내가 먼저 가야 해 어서 비켜…!”

 

알락하늘소: “뭐! 뚱보…. 너 말 다했어. 저나 나나 뚱보 이긴 마찬가지이면서….”

 

알락하늘소: “참 날씬도 하다 그래…. 지나가던 바람이 들어도 웃겠네…. 헛소리 말고 비켜! 난 너랑 입씨름하고 있을 시간 없어….”

 

장수하늘소: “시간 없긴 피차 매일반이거든…. 우리 이러지 말고 힘 대결로 해 머리로 받아서 이기는 쪽이 먼저 건너가기로….”

 

알락하늘소: “그럼 지는 쪽은 자연히 냇물 속에 떨어져 빠지겠네…?”

 

장수하늘소: “왜? 겁나…? 무서워서 싫어?”

 

알락하늘소: “누가 싫고 겁 난데…. 헤엄도 못 치는 네가 저 깊은 물 속으로 곤두박질칠 생각을 하니 가여워서 그렇지….”

 

알락하늘소: “난 힘으로 하는 건 다 자신 있어…. 힘 대결은 내가 바라던 바야. 너…. 후회하지 마. 안 봐줄 테니….”

 

장수하늘소: “치! 후회는 너나 하지 마. 힘 대결은 기운이나 덩치로 하는 게 아니야 재치와 지혜로 하는 거지.”

 

알락하늘소: “그건 힘 대결이 끝난 후에 판가름날 거고…. 자! 간다. 이 알락하늘소의 위력을 맛보아라!.”

 

종이배: “애들아! 잠깐만…. 너희는 왜 서로 양보하고 도와가며 건너갈 생각은 않고 먼저 다투기부터 하는 거야….

 

종이배: “내가 너희 둘 가는 곳까지 태워다 줄 테니 싸우지 말고 어서 내 등위로 내려와 타렴….”

 

장수하늘소: “정말이니? 고마워. 넌 우리와 달리 마음씨가 참 착하구나.”

 

알락하늘소: “너 보기 정말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어. 미안해.”

 

종이배: “아냐. 내게 미안해할 건 없어 너희도 앞으로 사이좋게 잘 지내면 되지 뭐.”

 

 

 하마터면 목숨을 건 큰 싸움으로 번질 뻔했던 알락하늘소와 장수하늘소의 다툼을 뜯어말린 종이배는 알락하늘소와 장수하늘소가 가고자 하던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 데려다 주고 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며 물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또 다른 다툼이 일어났는지 주변이 무척이나 소란스러웠어요. “세상이 더없이 넓은 만큼 소란스런 일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가던 길을 재촉하려는 순간 종이배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귀가 막혀 어이가 없었어요. 왕개미와 불개미가 입에다 쌀 한 톨을 문 채 서로의 집으로 가져가려는 욕심을 부리며 냇가 옆 모퉁이에서 또 다른 옆 모퉁이로 걸쳐진 나뭇가지 위에서 밀고 당기는 다툼을 벌이고 있었어요.

 

 

왕개미: “꼬맹아! 이 쌀알은 내가 먼저 찾아냈으니 내 것이잖아. 그런데 왜 자꾸 달라고 우기는 거니. 우길 걸 우겨야지.”

 

불개미: “흥!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게 어째서 네 것이야! 냇가 바윗돌 위에서 내가 먼저 발견하고 달려왔고 넌 뒤에 왔잖아.”

 

불개미: “그런데 왜 자꾸 네 거라며 가져가려는 거야!.”

 

왕개미: “우리 같은 곤충 세계에서 내 것 네 것 정해진 게 어디 있니. 힘이 세서 먼저 가지면 임자이지. ”

 

왕개미: “그러니 이 쌀은 내 것이란 말이야.”

 

불개미: “어림없는 소리 하지도 마! 아무리 보잘것없는 곤충들의 세계라 해도 엄연히 질서와 법칙이 있어.”

 

불개미  “그래서 이건 먼저 발견한 내 것이니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말고 놔줘 우리 동생들이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왕개미: “하하하…. 질서? 법칙? 그 질서와 법칙을 누가 만든 줄 알아…?”

 

왕개미: “개미 나라와 질서와 법칙은 개미 나라 왕인 내가 만든 거야 내가 만든 질서와 법칙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누가 뭐래….”

 

왕개미: “그러니까 이젠 고집 그만 부리고 입에 문 그 쌀이나 놓으시지그래”

 

불개미: “무슨 왕이 백성의 살림살이도 생각하지 않고 백성의 식량마저 빼앗으려 한단 말이야. 난 네 말에 승복 못 해….”

 

불개미: “우리 그러지 말고 제각기 지닌 힘과 지혜, 슬기로 정정당당하게 겨루어 누구라도 패하면 깨끗하게 승복하기로 하지.”

 

왕개미: “그것 좋은 방법인데…. 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불개미: “당근이지…. 자 덤벼!”

 

왕개미: “무슨 배짱이야…. 난 아무리 체구가 작아도 안 봐준다. 단단히 각오해….”

 

 

 작은 쌀 한 톨을 놓고 서로 갖겠다고 다투던 왕개미와 불개미는 한데 엉켜 뒹굴다 그만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냇물 속으로 빠지고 말았어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종이배는 황급히 달려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왕개미와 불개미를 무사히 구하여 가까운 땅 위에 내려주었어요. 

 

 

종이배: “앞으로 다툼의 불씨가 생기면 서로 조금씩만 양보해 그러면 이런 일은 안 생길 거야….”

 

왕개미: “그래 미안해 이런 모습 보여줘서….”

 

불개미: “다음에 만날 땐 우리 개미들만이라도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줄게…. 도와줘서 고마워…. 잘 가…. ”

 

 

 왕개미 불개미와 헤어진 종이배는 또 다른 모습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세상을 향해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무성한 여름 나무 우거진 숲사이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와 여치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시절의 노래가 들려왔어요. 매미와 여치는 누구의 목소리가 더 고운지 제각기 소리 높여 귀가 따갑도록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됐어요. 

 

 

여치: “낄!~ 기럭! 끼르르…. 이만하면 내 목소리가 최고지….”

 

매미: “메 엠!~ 멤! 메에~ 무슨 소릴 여름이라 하면 내 노래를 최고로 치는 것 몰라….”

 

여치: “착각은…. 네 노래 말이야 시끄러워도 어쩔 수 없이 들어주는 거야. 뭘 모름 가만있어….”

 

매미: “그럼 넌? 넌? 제 노래야말로 돼지 멱따는 소리가 아니고 뭐람. 낄!~ 끼르르~ 이게 무슨 노래람.”

 

여치: “너 말 다 했어!”

 

매미: “다 했다. 왜? 내가 어디 틀린 말 했어.”

 

여치: “아이 분해! 너 두고 봐. 그럼 우리 이렇게 해.”

 

매미: “뭘 어떡해? 또 무슨 억지를 쓰려고….”

 

여치: “우리 둘 중 누구의 노래가 더 고운지 가리는 거야. 그래서 지는 이는 이긴 이를 형이라 부르기 어때?”

 

매미: “좋지~ 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이렇게 해서 매미와 여치는 제 잘난 채 하면서 누구의 노래가 여름철의 대표적인 노래인지 가리기 위한 노래시합에 들어갔어요. 하나 소용없는 욕심을 부리며 때를 가리지 않고 다투기를 좋아하는 살아 있는 생명을 이해할 수 없었던 종이배는 욕심 없고 다툼없는 평화의 나라를 찾아 욕심 없이 흘러가는 물 위를 흘러만 갔어요. 때마침 불어오는 실바람에 하얀 몸을 동실동실 흔들며…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