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종이배/제 1부 끝없는 여행

松竹/김철이 2011. 8. 10. 15:24

종이배 1부 끝없는 여행

 

 

 몹시 추운 겨울 추위에서 풀려난 갖은 꽃들이 제각기 재롱을 다 부리며 온갖 향기로 온 세상에 새봄이 찾아왔음을 알리려 단장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외딴 산간마을에 사는 영수와 경민은 아래 마을 세상을 늘 그리워했어요. 그렇지만 외딴 산간마을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씩 들어오는 버스를 타고 도시로 나들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영수와 경민이 작은 실개천이 흐르는 언덕에 올라 물끄러미 바다 저 멀리 보이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해낸 것이 있었어요. 종이배를 접어 섬 밖 넓은 세상을 동경하는 영수와 경민의 마음을 실어 보내기로 했던 것이었어요. 영수와 경민은 정성스레 종이배를 접어 개골창 물이 흘러나가도록 길게 파놓은 개천 물에 띄워 보냈어요. 영수와 경민은 물살을 타고 무심히 흘러가는 종이배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어요. 두 아이와 이별한 종이배는 한없이 흘러만 가는 물살에 몸을 실어 무작정 아래로 내려갔어요. 얼마쯤 흘러가다 제법 큰 물살을 만났는데 거센 물살에 작은 나뭇가지가 떠내려갔고 나뭇가지 위에 곱디고운 무당벌레 한 마리가 간신히 물에 불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고 있었어요.   

 

종이배: “애! 너 왜 그러고 있니…?”


무당벌레: “말 시키지 마! 네 눈엔 안 보여 내가 힘들어하는 게….”

 

종이배: “미안해. 내가 세상 구경은 처음이라 그래….”

 

무당벌레: “모르면 잠자코 있기나 해…. 난, 지금 목숨이 위급하단 말이야!”

 

종이배: “내가 도울 일은 없겠니?”

 

무당벌레: “거참 데게 귀찮게 구네. 종이 주제에 돕긴 뭘 도운단 말이니!”

 

종이배: “그래도 모르잖아. 내게 도울 힘이 있을는지….”

 

무당벌레: “그래? 그렇담 이 위기에서 날 구해봐!”

 

종이배 “고마워. 힘없는 내게 도움을 청해줘서…. 우선 그 나뭇가지에서 내 등으로 옮겨 타….”


 

무당벌레: “믿어도 돼? 이렇게 튼튼한 나뭇가지도 못 믿어 불안한데….”

 

종이배: “으응…. 네가 올라앉은 나뭇가지는 튼튼하긴 한데….”

 

종이배: “물을 먹어 퉁퉁 부어 조금 있으면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 거야.”

 

무당벌레: “네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구나.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종이배: “인사는 나중에 하고 어서 옮겨 타기나 해…. 조금 있으면 나뭇가지가 가라앉을 거야….”

 

무당벌레: “그래야겠어. 끄응! 힘들어 몇 시간 동안 나뭇가지를 붙잡고 떨었던지 팔이 무척 아프네.”

 

종이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무당벌레: “그러게….”

 

무당벌레: “이렇게 따뜻한 네 마음도 모른 채 업신여겨 미안해.”

 

종이배: “다 지난 일인데 뭐…!”

 

종이배: “그런데 넌 어쩌다 꽃잎이나 나뭇잎에 붙어 생활해야 할 텐데….”

 

종이배: “왜 물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에 붙어 떠내려 오게 됐니…?”


무당벌레: “그게 말이야. 참 어처구니없었어….”

 

종이배: “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귀 막혀 하는 거야….”

 

무당벌레: “따뜻한 새봄도 오고 해서 나들이를 겸해서 나왔는데….”

 

무당벌레: “화사한 꽃이 눈에 띄기에 향기를 맡으려고 나뭇가지를 오르고 있을 때였어….”

 

무당벌레: “봄을 시샘하던 꽃샘바람이 갑자기 세차게 불어 와서는 아직 여린 꽃나무 가지가 툭! 하고 꺾지 않겠니.”

 

종이배: “그래서…?”

 

무당벌레: “휴! 지금 생각해도 등골에 식은땀이 절로 나네.”

 

무당벌레: “그렇게 거센 바람에 꽃나무 가지가 부러지니 가지에 붙어 있던 난 어떻게 됐겠니….”

 

종이배: “당연히 땅바닥으로 떨어졌겠지.”

 

무당벌레: “땅바닥으로 떨어졌으면 다행이게….”

 

종이배: “그럼…?”

 

무당벌레: “제수가 없음 넘어져도 코를 깬다더니.”

 

무당벌레: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던지….”

 

무당벌레: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 단숨에 바람에 날려 종이 짝처럼 이 모양이 되고 말았던 거야.”

 

종이배: “그래도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야.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무당벌레: “이게 다 널 만난 덕이야.”

 

무당벌레: “아마 널 만나지 못했더라면 난 지금쯤 물에 떠내려가서 물귀신이 되고 말았을 거야.”

 

종이배: “그런 소리 마…. 세상 생명체들 운명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무당벌레: “그건 그렇고…. 우리 마냥 이렇게 흘러갈 수만 없잖니…?”

 

종이배: “참! 그렇구나.”

 

종이배: “내가 깜빡 정신을 놓고 있었네.”

 

종이배: “네가 그 말을 안 해줬다면 큰일 날 뻔했어….”

 

종이배: “난 외딴 산간마을에서 생활하며 넓은 세상을 그리워하는 두 아이의 마음을 싣고 가는 길이라.”

 

종이배: “될 수 있으면 세상 한 생명체라도 더 많이 만나야 하고 어느 한 곳이라도 더 보고 느껴야 해….”

 

종이배: “때문에 너와도 여기서 헤어져야 하는데 널 어디서 내려줄까?”

 

무당벌레: “응! 난 아무 곳에 내려줘도 상관없어….”

 

종이배: “그래? 그럼 저 밑 갖가지 꽃들이 무성하게 피어나려 하는 시냇가에 내려줄게.”

 

무당벌레: “고마워…. 그리고 잘 가.”

 

종이배: “그래…. 너도 어딜 가나 조심해. 넌 체구가 작으니 위험이 많이 따를 거야.”

 

무당벌레: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종이배: “아마 우린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야.”

 

종이배: “넌 계절이 바뀌어도 땅 위에서 생활하겠지만,”

 

종이배: “난 한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물살 따라 어디로 갈지 모르는 운명이거든.”

 

 종이배는 무당벌레와 또 한 번의 아쉬운 작별을 하고 곱고 앙증맞은 손으로 흔들어 주는 무당벌레의 배웅을 뒤로 남긴 채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영수와 경민의 마음을 싣고 목적지 없는 여행길을 재촉했어요. 뉘엿뉘엿 져가는 붉은 저녁 해를 뒤로 남긴 채…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