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도깨비 투투의 세상 여행기 제 2화 (네 가지 작은 비밀)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처서가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어느덧 들판엔 오곡백과가 더욱 풍요로운 가을을 맞으려 제각기 갖가지 색깔과 모습으로 단장이 한참이었어요. 높푸른 하늘엔 가을 색을 시샘하듯 고추잠자리들이 큰 하늘을 뒤덮었고 비어가는 들길에는 가냘픈 코스모스 꽃잎들이 하늘거리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과 함께 시골 길을 걷고 있던 투투의 눈에 비친 모습이 있었어요. 그것은 맑은 물이 흐르는 냇둑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턱을 고인 채 무엇인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던 남자 아이 둘과 여자 아이 둘의 모습이었어요. 한눈에 보아도 어떤 걱정거리를 안은 것이 느껴졌어요. 투투는 숨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네 아이의 등 뒤로 다가가 아이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기 시작했어요.
철민: “어쩌지.. 어젯밤 친구들과 삼촌네 참외 과수원에 가서 서리하느라 참외 줄기를 밟아 놓았는데..”
경주: “난 말야.. 엄마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는 거울을 깨뜨려놓고 여태 말씀드리지 못했거든 엄마가 아시면 난 죽음이야..”
명식: “그건 아무것도 아냐.. 난 할머니 꿀단지에서 몰래 꿀을 꺼내 먹으려다 그만 꿀단지를 깨뜨리고 말았어..이 일을 어쩐담..”
영숙: “너희도 큰일이지만, 난 정말 야단났어 이 위기를 벗어날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일러줘.. 생각하면 울고 싶어..”
경주: “뭔데 그러니...? 얘기 해봐 우리 서로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
철민: “그래 말 해봐 우리가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
영숙: “너희의 말은 고마운데 우리 아이들 힘으론 해결하기 벅찬 일이야..”
명식: “그래도 얘긴 해봐.. 알아,? 우리 넷의 머릿속에서 좋은 해결 방법이 떠오를지..”
영숙: “다름이 아니고.. 엄마가 학원비 갔다 내라고 주신 육만 원을 엄마께 말씀드리지 않고 우리 반 혁이네 갔다 줬거든..”
경주: “아빠께서 공사장 일하시다 다쳐 수술을 받으셔야 한다는 아이 말이니...?”
영숙: “으응~ 맞어 혁이네 사정을 듣고 나니 너무 딱한 생각이 들어 엄마께 말씀드릴 겨를도 없이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
철민: “좋은 일을 하긴 했는데 방법이 조금 틀렸구나.. ”
투투: “하하하.. 아무런 걱정마 내가 감쪽같이 해결해 줄게..”
명식: “누구야! 누군데 남의 얘길 몰래 엿들어.. 누군지 몰라도 우리 앞으로 나와!..
투투: “내가 너희 앞에 모습을 보이면 너희가 매우 놀라 까무러칠지도 모르는데 어쩌나..“
철민: “우린 그런 헛된 말에 속지 않으니..어서 너의 정체를 밝혀라..”
투투: “내 모습을 너희 앞에 드러내지 않고도 너희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줄 순 있지만, 너희가 원하니 하는 수 없지..”
경주: ”무섭게 그러지 말고 너의 모습을 보여줘.. 목소리를 들으니 우리와 같은 또래의 아이인 것 같은데..“”
투투: “알았어 알았어.. 성미도 급하지.. 요리퐁 조리 퐁 모습아, 나타나라!~”
모습도 없는 이상한 주문을 돼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뽀얀 연기와 함께 네 아이의 앞에 나타난 것은 머리 한가운데 작은 뿔이 돋아나 있고 울퉁불퉁한 피부를 지닌 꼬마 도깨비가 어깨에 방망이를 메고 싱긋이 웃고 서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투투의 이 괴상한 모습에 네 아이는 매우 놀라 까무러칠 뻔하였으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서로에게 의지하였어요.
명식: “그래 괴상하게 생긴 넌 어디서 온 누구니,?”
투투: “으응~ 난 도깨비 나라에서 세상 구경을 내려온 투투야..”
철민: “도깨비? 투투...? 그런데 네 갈 길이나 갈 것이지 왜 남의 비밀 얘기를 엿듣고 그래..”
투투: “오 해마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건 아냐.. 우연히 길을 가다 너희 얘길 듣고 너희의 걱정들을 해결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
영숙: “정말 우리 걱정거리를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이니...?”
투투: “그럼.. 그야 간단한 문제인 걸..”
경주: “어떻게...?”
투투: “나만 믿어 다 해결 방법이 있으니 말이야.. 요리퐁 조리 퐁 야압!~”
이상하게 생긴 도깨비 방망이로 땅을 치며 생전 처음 들어보는 괴상한 주문을 되뇌는 투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예쁘게 생긴 손거울 하나와, 돈 육만 원 그리고 꿀이 가득 들어 있는 꿀단지가 네 아이의 눈앞에 놓아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투투는 빙그레 웃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아이들은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어요. 그때였어요. 다른 아이들은 다 만족해하며 투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데 철민이 만큼은 입이 툭 튀어나온 채 뚱한 표정으로 서 있었어요.
경주: “철민아, 왜 그래...? 우리가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걱정거리를 고맙게도 투투가 다 해결해 주지 않았니.. 넌 기쁘지 않니,?”
철민: “너희는 몰라도 난 아니란 말이야.. 나의 걱정은 그대로 남아 있잖아.. 해결할 것을 해결해야지..”
투투: “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런데 철민아!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경주 엄마 손거울을 드려다 보렴..”
철민: “아니 이건!”
투투: “그래.. 그 거울 속에 비친 과수원이 바로 어젯밤 네가 친구들과 망가뜨린 너희 삼촌네 참외밭이야..”
철민: “정말이니,? 애들아 우리 가서 직접 확인해 보고 오자..”
조그마한 손거울 속엔 탐스럽고 잘 익은 수많은 참외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참외 과수원이 비추어지고 있었어요. 투투의 말을 굳게 믿은 아이들은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철민이 삼촌네 참외밭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갔고 한동안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가는 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투투는 아이들의 등 뒤로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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