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아람문학 동화부문『새봄』신인문학상(2009년 봄호)

松竹/김철이 2009. 6. 25. 14:06

    ♠ 새봄 ♠
    ♣ 松竹♣김철이♣ 세상 온갖 식물과 동물들이 무서워 벌벌 떨며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으려 멀리 달아나 버리는 몹시도 추운 계절이 찾아왔어요. 살을 에고 대부분 동물이 이 계절을 피해 피난을 가듯이 긴 겨울잠을 자려고 따뜻한 땅속을 찾아 들었어요. 그들은 폭신한 흙 알갱이 이부자리 삼아서 땅 위의 세상과는 몇 달 동안 인연을 끊어가며 따뜻한 계절이 하루빨리 찾아와 주기를 마음 모아 간절히 기도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바람 사 형제가 한자리에 모여 내기를 했답니다. 첫째 형 높바람, 둘째 형 갈바람, 셋째 형, 샛바람 그리고 막내인 마파람이 그들이었어요. 높바람: 우리 날씨가 너무 추워 밖에 나가 놀지 못하니….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내기나 하자구나…. 갈바람: 형! 그거참 좋은 생각인데…. 샛바람: 우~와…! 재미있겠다…! 마파람: 내기를 한다면 무슨 내기를 하지…. 높바람: 글쎄. 누가 재미 좋은 내기거리가 있음 얘기해봐…. 갈바람: 자. 자 우리 이러지 말고 각자 한 가지씩의 내기거리를 내놓아서…. 그중에서 가장 재미난 것을 골라 정하기로 하면 어때…? 샛바람: 그 정말 좋은 생각이야…. 높바람: 그럼 모두 내기거리를 내놓아 봐…. 샛바람: 무슨 내기를 하지…. 마파람: 그러게 말이야. 바람 사형제는 제각기 한 가지씩의 내기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동, 서, 남, 북, 사방으로 돌아앉아 골똘히 궁리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다시 한자리에 모여앉아 각자가 생각해낸 내기거리를 내놓았는데, 맏형인 높바람은 연날리기를 둘째 형인 갈바람은 제기차기를 셋째 형인 샛바람은 팽이 돌리기를 막내인 마파람은 사형제 중 누구의 입김이 가장 센가를 내기로 내놓았답니다. 바람 사형제는 제각기 내놓은 내기거리가 가장 재미있을 거라고 우겨댔고, 어떤 내기거리가 좋을까 하는 생각 끝에 막내인 마파람이 내놓은 누구의 입김이 가장 센가를 겨루는 입김내기로 정하기로 하고 준비할 시간을 조금씩 갖기로 했어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 바람 사형제는 제각기 내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모여앉아 내기의 순서를 정하기로 하였으나,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하자는 막내 마파람의 제의를 따르기로 하고 맏형인 높바람부터 제일 먼저 시작하여 둘째인 갈바람, 셋째인 샛바람, 넷째인 마파람 순으로 내기의 순서를 정하기로 했어요. 먼저 첫째인 높바람이 앞으로 나와 입을 모아 힘껏 입 밖으로 입김을 내 불자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세차게 부니, 세상 모든 생명이 몸을 한껏 움츠려 높바람을 원망스런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다음은 둘째인 갈바람의 차례가 되어 입가에 미소를 가득 담은 갈바람이 입을 오므렸다. 후!~ 하고 입김을 밖으로 내 불자 세상은 온통 화려하게 물들어 갔고 먹거리가 많아지니, 모든 사람이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하여 온 세상이 금세 가난해지고 말았어요. 그다음은 셋째인 샛바람의 차례가 되었어요. 샛바람은 두 형과 달리 더 멋지게 입김을 불어 세상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야지…. 하며 마음을 굳게 먹고는 입을 예쁘게 오므렸다. 뾰족이 내밀며 후!~ 하고 입 밖으로 길게 입김을 내 불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세상 많은 사람이 기뻐하기는커녕 온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람들은 마구 짜증을 내며, 서로 다투기 시작하더니 하나같이 입고 있던 옷들을 훌러덩훌러덩 벗어젖히는 거였어요. 그리고 샛바람은 세상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워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 말았어요. 막내인 마파람의 차례가 되자, 마파람은 세 형처럼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없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어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세상 모든 생명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에요. 기도를 끝낸 마파람은 눈을 감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입을 모아 가볍게 후!~ 하고 입김을 입 밖으로 내 불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마파람이 입김을 세상을 향해 내 불자 말자 겨우내 추위에 서로 꽁꽁 부둥켜안고 잠만 자던 냇물 형제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졸~졸~ 노래를 부르며 긴 나들이를 했으며, 동장군 극성맞은 등쌀에 견디다 못해 잠자는 공주가 되어버린 세상 온갖 식물과 꽃들은 제각기 모양을 내어 갖가지 고운 미소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겨우내 옷 한 벌 입지 못한 채 산기슭과 들판에 외롭게 서서 마치 생명력도 없이 죽은 것처럼 온 가지가 다 뒤틀리고 살이 터져 껍질마저 흉하게 벗겨져 있던 온갖 나무들의 가지에도 물이 올랐지요. 가지 사이에는 한 해 동안 푸르게 매달려 있을 잎사귀들이 조롱조롱 매달리기 시작하였고, 땅 속에서 긴 잠을 자던 개구리들도 제각기 목청을 가다듬어 온 세상에 햇봄이 찾아왔다고 긴 합창을 불러댔으며 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나뭇가지에도 하나 둘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또 다른 세상 한 편에서는 농한기라 하여 추운 겨울 동안 휴식을 취하며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던 농부들이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이 먹고살 수 있는 농사를 지으려고 논과 밭의 손질은 물론 농사를 지을 때 쓰이는 농기구들을 손질하는 등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한편, 추위를 피해 방안에서만 지내던 아이들이 하나 둘 두꺼운 털옷을 벗어 던지고 신이 난 듯 밖으로 뛰쳐나와 참새 부리와 같은 입들로 재잘대니, 온 마을 골목 안이 시끌벅적 난리가 났어요. 추운 겨울을 피해 정 붙여 살던 고향마저 버려두고 따뜻한 타향을 찾아 떠났던 철새들도 바람결에 소문을 전해 듣고 제철을 만난 듯이, 먼 길을 떠나 긴 여행을 하느라 날개도 아프련만 아랑곳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와, 강가와 하천 주위를 가득 메워 계절이 바뀌었음을 목소리 높여 온갖 생명의 귓전에 지저귀었어요. 그 후 내기의 최후 승리자는 막내인 마파람으로 정해졌고, 봄은 새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모두들 사계절 중에서 봄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심사평- 문학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것이그 본령이다. 동화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동화는 순수하고 신선한 동심의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야 한다. 그러면서 교훈성을 글 속에 에둘러 은근히 숨겨두어야 한다. 김철이 님의 동화는 이런 점에서 일정 수준 성공을 서두고 있다. 바람을 의인화한 『새봄』은 바람 사 형제의 내기를 맑게 그려내고 있다. 바람의 종류에 맞게 성격을 창조해 낸 작가의 능력도 돋보인다. 우의적인 동화에 걸맞게 적절한 교훈성을 부각시킨 점도 좋게 보인다. 다만 문장을 길게 늘어뜨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지양해야 할 일이다. 문장이 길면 글의 느슨해질 뿐만 아니라, 비문이 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문장 쓰기 훈련만 하면 좋은 작가가 될 것이다. 대성을 기대한다. -당선소감- ★ 인생의 목표점 ★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와서 각자가 목적하고 걸어가야 할 목표지점이 있는 법이다. 인간들이 주도해 나아가는 세상사 어느 분야에도 별다른 점은 없겠지만, 노벨문학상은 아니더라도 글로써 세상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무상한 세월의 각박함 속에 마음의 문을 닫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열어 글이 세상 어느 힘센 장사도 어떤 권세를 지닌 자라 할지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을 능히 해내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깨닿게 해주는 한편, 숱한 세상 풍상에 상처주고 상처받아 찌들대로 찌들어 아파하는 이들의 마음을 몇 줄 글로써 정화해 주고 싶은 욕망은 문학도를 꿈꾸며 참된 문학도의 길을 걸어가는 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일 게다. 나 역시도 철없던 시절 그저 책이 좋았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읽게 하는 이들이 존경스러웠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참된 문학도의 길을 걷고자 겁 없이 뛰어든 문학의 세계에서 사람이 살아가야 할 세상사 진리를 배웠으며 연륜이 쌓여가고 공인이 된 지금 이 순간에 더 크고 황금을 주고도 배우고 깨달을 수 없는 것을 깨우친 바 있다. 그것은 글로써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시켜 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몇 줄의 글로 멀쩡하고 건강했던 영혼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 영영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고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여겨지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영혼에 지니고 살아가야 할 신앙이고 또 다른 한 가지 역시 내 인생의 마지막 날 마지막 숨을 몰아쉴 그 순간까지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할 문학이다. 개인 사정으로 급박함 속에 동분서주 뛰어다니느라 아람 문학 신인상에 응모했었다는 것조차 잠시 잊고 있다 한순간 떠올라 아람 문학 카페를 들어가니 카페 대문에 큼지막하게 신인 등단 자들의 이름이 붙어 있었고 하단에 나의 이름도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의 심리가 묘한 것이라 문학 길에서 첫 공인의 딱지를 붙였을 땐 적지않게 기뻤고 축하한다는 인사도 많이 들었었는데 장르별로 하나씩 공인의 딱지를 더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모습에서 넌 당연히 해야 해 넌 당연히 할 수 있어 라는 듯한 표정을 읽었었고 나 자신도 기쁜 마음은 반감이 되는 한편 앞으로 어떻게 해야 공인으로써 올 고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책임감으로 미약한 어깨에 무거운 짐을 하나씩 올려놓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처음 내디딘 문학의 목표에 하나의 점을 더 찍었다는 뿌듯한 느낌이었다. 내 인생에서 문학은 영원한 동반자이기에 공인의 딱지를 하나 더 붙이게 된 지금 무거워지는 책임감으로 한층 더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애당초 목표대로 세상 풍상에 상처 입어 아파하는 이들의 영혼을 포근히 안아주고 닫힌 마음을 열게 해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며 무안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앞으로 나의 글을 읽어줄 독자 여러분께 감히 약속드리는 바이고 끝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내 영혼을 지어내시어 오늘 이 영광의 자리에 서게 해 주셨음에 하느님 크신 은덕에 감사드리며 미흡한 나의 작품을 심사해 주시고 당선작으로 선정해 주신 아람 문학 발행인님과 심사위원 여러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