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숨바꼭질 제3화 겨울새

松竹/김철이 2014. 2. 24. 13:32

연작 동화 4부작 숨바꼭질 제3화 겨울새

 

 화천리의 겨울은 다른 대도시보다도 여느 산골 마을보다도 일찍 찾아왔어요. 산이 깊은 탓도 있지만, 공기가 맑고 깨끗한 덕도 있었어요. 가을이 물들어 나뭇잎들의 물기를 잃어가는가 싶으면 어느 사이 산길을 곱게 물든 낙엽이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듯 소복이 쌓여갔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에서 내려온 새하얀 천사의 손길로 산골 마을은 온통 하얗게 뒤덮여 갔어요. 마치 흰머리로 서리 내린 할아버지 할머니 머리처럼… 그런가 하면 겨우내 화천리 산골 마을 집들 처마 밑엔 고드름이 느려져 있었어요.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겨울을 이겨보겠다는 듯이 눈썰매 타는 소리 두껍게 언 계곡물에 얼음을 지치는 소리 편을 갈라 눈싸움하는 아이들의 함성이 어울려 춥고 긴 겨울이 금방 발걸음을 돌리곤 하였어요. 화천리의 올해 겨울도 그렇게 추운 계절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어요. 살을 예이는 듯한 추위도 동무들과 함께 놀고 싶은 동심은 말리지 못했어요. 살을 예이는 듯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천리 아이들은 으스레 비춰주는 달빛을 전등 삼아 숨바꼭질을 하며 동심을 불살라 우정을 쌓아갔어요.

 

 가위! 바위! 보! 오늘 밤 숨바꼭질 첫 번째 술래는 화천리 아이 중 막내인 깨숙이였어요. 깨숙이 너 눈뜨면 안 돼 오빠 언니들 다 숨고 나면 눈떠야 해” “흥! 그런 걱정일랑 이 아름드리나무에 붙들어 매셔 난, 누구든 반칙을 범하는 걸 가장 싫어하니깐 말이야.” “막내가 말 한번 암팡지고 겁나게 하네” “우리가 말을 잘 못했지 뭐 여태 많은 놀이를 해왔지만, 언제 깨숙이가 비겁하게 반칙하는 것 봤니” “깨숙아! 미안, 미안, 언니 오빠들이 널 골려주려고 해본 말이야.” “그래, 맞아 반칙대장은 따로 있는데 말이야. 하하하” 아이들은 실없는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숨바꼭질을 시작하였어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장독 뒤에 숨어라.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텃밭에는 안된다. 상추 씨앗 밟는다.”

 

깨숙: “오빠 언니들! 다 숨은 거야? 흠~ 대답도 없고 너무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

깨숙: “마른 풀밭에 여름 여치처럼 납작 엎드려 있는 사람 종철오빠 맞지 나오셔”

종철: “치! 아무것도 안 보인다더니 잘만 찾네! 매번 나를 가장 먼저 찾으니 속상해”

깨숙: “또 찾았다. 오동나무 뒤에 산토끼처럼 움 쿠리고 앉은 사람 숙자 언니 맞지?”

숙자::“찾는 것은 깨숙이 못 따라가겠네! 거의 척척박사 수준이야”

깨숙: “어머나! 너 왜 여기 떨어져 있니? 하마터면 내 발밑에 밟힐 뻔했잖니”

민서: “깨숙아! 너 또 뭘 보고 그렇게 놀라는 거야?”

 

 깨숙이 곳곳에 숨은 아이들을 하나 둘 찾아가고 있을 때였어요. 달빛이 산동네를 비춰주고 있었지만, 워낙 공기 맑고 깊은 산골이라 몇 미터 앞도 분별하기 어려웠었는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가던 깨숙의 발 앞에 뭔가 퍼덕이는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추고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몸집이 큰 짐승에게 쫓겨왔는지 아니면 어미 새 품을 떠나 온종일 혼자 놀다가 둥지를 잃었는지 몰라도 아직 어린 티가 역력한 새끼 동박새 한 마리가 녹색 날개를 퍼덕이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벌벌 떨고 있었어요.

 

철민: “너, 술래 하기 싫어서 꽤 부리는 건 아니겠지?”

깨숙: “아냐! 여기 와서 이걸 좀 보고 얘기하란 말이야.”

경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깨숙아! 너 괜찮아?”

영수: “무슨 일인데 다들 이렇게 호들갑이야.”

동구: “깨숙이 재만 술래를 하면 사달이 나니 앞으론 깨숙이 재는 술래를 시키지 않아야겠어”

예민: “그럼, 가위, 바위, 보, 할 때마다 우린 깨숙이에게 일부러 져줘야겠네”

깨숙: “언니 오빠들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란 말이야.”

민서: “어디 어디 뭔데 그래”

 

 숨바꼭질하느라 술래 몰래 숨을 만한 곳에 제각기 숨은 채 머리카락마저 숨기려 했던 아이들이 깨숙이 동박새를 안고 앉아 있던 곳으로 우르르 몰려들었어요. 아이들은 깨숙의 품에 안겨 떨고 있는 새끼 동박새의 몸을 이곳저곳 세심하게 살피기 시작했어요. 동박새의 몸에는 다행히 큰 상처는 입지 않았으나 언제부터 어미 새의 품을 떠나있었는지 작은 콩알만 한 까만 눈을 깜빡이며 온통 겁에 질려 있었어요. 

 

깨숙: “아이 불쌍해라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숙자: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종철: “맞아 어미 새가 있는 둥지를 한시 빨리 찾아 어미 새 품으로 보내줘야 해”

예민: “종철이 말이 맞아 어미 새의 품을 떠난 어린 새들은 환경이 바뀌어 몹시 불안해 한데”

동구: “그럼 안 되잖아. 우리 각자 흩어져 이 새의 둥지를 찾자”

철민: “그렇기 하지만, 뭐가 보여야 찾지 바로 코앞도 분간 못 해 코를 베어 가도 모르겠는걸”

경화: “철민아! 투덜거리지 말고 우리 빨리 찾아보자. 이 새끼 새가 가엾지 않니”

 

 아이들은 코를 베가 도 모를 정도로 유난히 어두운 밤을 헤치며 무척이나 두려울 새끼 동박새의 마음을 제각기 마음속에 새겨 어미 새가 있을 동박새 둥지를 찾기 시작했어요. 동백꽃에서 꿀을 잘 따먹는 동박새의 습성을 생각하여 분명히 동백나무 위에 둥지를 틀었을 거라 여겼고 벚나무 가지에 앉아 잘 놀았기에 행여나 벚나무 가지에 둥지를 틀진 않았을까 하여 이마에 땀에 나도록 거의 온 산을 뒤졌으나 어둠이 너무 짙어 동박새 둥지를 찾을 수 없었고 밤의 순라군 부엉이 할아버지의 꾸중만 실컷 들었지요.

 

영수: “애들아! 밤이 너무 깊어 더 찾는 건 무리야”

민서: “맞아 우리도 이 새끼 동박새 어미처럼 집에서 기다리실 엄마 아빠를 생각해야지”

깨숙: “그럼 어떡하지 새끼 동박새를 이대로 두고 가면 큰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경화: “옳지! 바로 그 거야 애들아 아무 걱정하지 마 내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용구: “경화 누나! 그게 뭔데? 빨리 말해봐”

예민: “용구야! 경화 누나 숨 안 넘어가니 숨이나 좀 고르게 차분히 얘기하렴”

경화: “있잖아. 이 동박새 어미 새를 찾을 때까지 우리가 모두 새끼 동박새의 보호자가 돼주는 거야”

종철: “어떻게?”

경화: “새끼 동박새를 집으로 데려가서 다친 상처가 있는지도 봐주고 먹이도 주고”

영수: “그게 가능할까?”

숙자: “가능할 거야 작년 봄 서울 삼촌네서 들었던 얘긴데 둥지 잃은 새끼 새를 손수 기르는 아저씨가 있데”

민서: “우리도 그렇게 이 새끼 동박새를 잘 기를 수 있을까…”

경화: “암, 할 수 있고 말고 우리가 정성을 다해 번갈아 돌본다면 새끼 동박새도 잘 자라줄 꺼야”

깨숙: “아이! 좋아라 이젠 이 깊은 산속에 동박새 혼자 두고 가지않아도 되겠네”

 

 의견의 일치를 이룬 아이들은 어미와 둥지를 잃은 새끼 동박새를 품에 안고 제법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산에서 내려왔어요. 따뜻한 새봄이 오면 어미 동박새를 찾아 새끼 동박새를 꼭 안겨줘야지 하는 동심 속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