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성심성월을 맞이한 우리 삶의 지표
일 원짜리 사랑
칠흑(漆黑) 같은 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십자가 불빛이 반짝이는 땅 위를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신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나의 집이라 불리는 십자가 불빛은 저다지 많으나 내 진정 머물러 쉴 곳은 단 한 곳도 없구나!” 하시며 애통해하셨다는 반성의 이야기를 인용한 바와 같이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라 자칭하는 이들의 수는 어림짐작으로도 상상을 초월할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의 가톨릭 신자가 550만이 넘어섰다고 하는데 창조주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자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 제자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가 봉헌하는 우리 삶의 모습과 향기는 예수님께서 역겨워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주실까? 우리 자신은 과연 예수님께서 한순간이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성전을 지워 드렸던 적이 있었던가를 예수성심성월을 맞이하여 잠시 묵상해 보기로 하자
가톨릭 신앙을 지녔고 성체를 영하며 예수님의 제자임을 자청하는 천주교 신자라면 능히 알고도 남음이 있겠지만 이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가슴에 일 원짜리 사랑을 심어주시려고 천대에 가까운 매를 맞는가 하면 수많은 고난과 수모를 감수 인내하시며 천 원짜리 사랑을 완성해 주신 바 있다. 그 천 원짜리 사랑을 아무런 조건도 바램도 내세우지 않고 내놓으시며 반복하여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다. 이 말씀의 뜻을 헤아려 묵상해 본다면 우리는 일 원짜리 사랑조차 행하지 못한다는 것일 게다.
이 일 원짜리 사랑을 실천하며 생활해야 하는 우리지만 숫자가 가리키는 일 원짜리 사랑이라 해서 우리가 얼마든지 몸소 실천하며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도 큰 시기일지 모른다. 그러한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 안에 존재하는 자만심과 교만이 얼싸 좋다. 춤을 출 것이고 우리에게 겸손의 미덕을 가르쳐 주신 예수성심은 저만치 밀려나 극심한 슬픔에 잠겨 계실 것이다. 이천 년 전 돌아가시기 전날 밤 누구 하나 함께 해주지 않아 극심한 외로움에 빠지셨던 예수성심처럼
이처럼 일 원짜리 사랑을 실천하며 살다 가신 분 중 한 분이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닌가 싶다. 사제 초년 시절 시골 본당 신부로 재직하실 적 가난 탓에 끼니조차 잇기 힘겨운 교우들을 아무도 몰래 선별하여 고해소로 불러 도움을 주시며 고해소의 비밀이니 이 일을 입 밖으로 발설하지 말라셨던 그 모습을 묵상할 때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치유시켜 주시곤 크나큰 사건인 그일 조차도 소문내지 말라셨던 그 사랑을 연상케 하였고 만인이 가리켜 천대 시 하는 직업을 지닌 여성들의 아버지 오라버니가 되어 그들이 살아낸 삶의 희로애락을 들어주시며 위로해 주시던 그 다정하고 온유한 모습을 묵상할 때 이천 년 전 천하디천한 창녀를 성심으로 안아주시며 위로해 주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 적 현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신 듯싶었다. 또한, 제 오 공 시절 불의에 맞서 정의를 굽히지 않던 젊은이들이 불의에 쫓겨 명동성당으로 들어갔을 때 이들을 보호하시기 위해 시위대를 내놓으라 강요하던 협박과 회유에 맞서 몸을 아끼지 않고 정의를 불사르시던 추기경님의 모습에서 죄인들의 회개와 일류구원을 위해 갖은 멸시와 천대 돌팔매질을 자청하여 맞으셨던 예수 성심을 눈앞에서 뵙는 듯하였다.
그럼에도 일류 최고 스승의 가르침을 수시로 받아 모시는 우리의 몸가짐을 한번 돌이켜 묵상해 보자. 과연 우리도 세계 최고의 가르침을 받는 엘리트답게 일상생활을 꾸려 나아가고 있는지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자청하면서 스승님의 다 내어놓는 삶의 지표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이 두 가지 삶의 목표만 제대로 실천한다 하여도 일 원짜리 사랑을 완성하였다.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참 바보의 삶을 살았다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거듭 맞이하는 예수성심성월을 맞아 오래된 습관처럼 무심히 흘려보내는 유월이 아니라 우리 영혼 속에 일 원짜리 사랑의 씨앗이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를 곰곰이 새겨 묵상해 나아가는 유월을 맞이하는 것이 만왕의 왕이자 우리 영혼의 주군이신 예수 성심을 향한 우리 그리스도인의 도리이자 예수 성심께 드리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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