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순명하는 자세를 배우자

松竹/김철이 2011. 8. 13. 17:01

순명하는 자세를 배우자

 

 

                                                        김철이/비안네

 

 

세상 모든 자녀는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효성 지극한 아들과 딸로 사는 것이 도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그렇게 부모님의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생활하려면 첫째 순명하는 자세로 살아야 할 것이다. 하물며 육적인 부모님을 대할 때에도 이러할지 언 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마 약속하셨고 우리가 행여 지나쳐 버릴까 걱정하는 마음에 이 약속을 수시로 되새겨 주시는 영적인 부모님께 우리의 도리와 의무를 다하며 사는지 잠시 묵상해 보기로 하자. 성경 말씀을 봉독(奉讀)하여 인용해 본다면 구약, 신약을 통틀어 창조주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효성 지극한 자녀로 생활했던 이들도 적지 않지만 전 세계 역사를 돌아보아도 설화 속 효성 지극한 효자로 살았다는 효자들 이야기에도 성모님처럼 순명 지극했던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랑의 근원이시며 자비의 근원이신 창조주 하느님께 집중하는 정신으로 순명하신 성모님을 순명의 근원이자 표본이라 칭송을 아낄 수 없을 것이다. 성경 루가복음 1장 26절에서 31절의 말씀에서 순박하기만 했던 시골 처녀에 불과했던 마리아는 예수님을 잉태할 거라는 주님의 천사 말씀에 “저는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한 마디 순명의 말씀을 하셨던 터라 전 세계 여인들 중 가장 복된 여인으로 기록되었고 하늘나라에서도 뭇 성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는 것이며 인성을 지녔고 원죄를 타고나는 사람들 중 현세에서 제아무리 덕을 쌓으며 살았던 사람도 영혼만이 하늘나라로 들어가게 되는데 우리와 같이 인성과 원죄를 타고나신 성모님은 영혼과 육신이 동시에 천상의 부르심을 받아 승천하셨는데 창조주 하느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복되신 동정녀를 우리의 어머니로 불러 고백하는 우리의 삶은 두 분의 성심을 불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는지…

 

우리 교회의 제1 교리이자 천주교 신앙을 영혼에 새긴 우리가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행동 지표가 순명의 자세일 텐데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간혹 교회가 가리키는 교회법을 자신의 처지에 맞게 자신의 잣대로 재어 분명해야 할 신앙생활을 세속과 양다리를 걸쳐놓고 적당하게 왔다갔다하는 교우를 접할 때면 가슴이 아프다. 현실 속 시각으로 볼 수 없는 주님이라 하여 자신들의 처지와 현실에 맞춰 마치 자신의 몸에 맞는 액세서리처럼 신앙생활을 해서는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벽에 걸린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며 주위를 살피는 교우들이 존재한다는 현실이 부끄럽고 개탄스럽다. 세상 누구라도 하느님의 손길이 필요치 않은 사람은 없겠으나 몸이 성치 못하거나 덜 가진 자, 불우하고 가난한 처지에 놓인 이들일수록 많이 지닌 채 호강하며 누리는 사람들보다 몇 배로 주님 사랑의 손길을 간구해야 한다. 옛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더니 신앙 생활하는 데 있어 웬 핑계가 그렇게도 많은지 놀고 즐기는 곳에는 한 걸음이라도 더 앞서 가려 하면서도 신앙행위를 하는 데 있었어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늘 미흡하고 소홀히 하는 모습을 접할 때면 주님은 저러한 모습을 보고 뭐라 하실까 하는 묵상이 절로 된다. 몸이 불편하고 처지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의당히 놀고 즐기는 곳에도 불참을 선언해야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 그 점까지는 그냥저냥 넘어간다 하더라도 사랑의 근원이신 예수성심, 성모 성심을 아프게 하는 불충의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영하는 우리 신자들의 도리이자 의무이며 크게는 하느님께 순명하는 것이고 한편으론 우리 교회법에 순명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주일미사 참례는 뒤로 미룬 채 실컷 놀고 즐기다 다음 주에 미사 봉헌하면 되지 뭐 하는 행위나 오래된 습관처럼 엄숙하고 거룩해야 할 미사 시간에 술 냄새를 풍기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행위, 미사보를 쓰지 않는 건 예사이고 짧은 치마 민소매에 열 발가락이 다 드러나는 신발을 신고도 양발조차 신지 않은 행위, 성전이 무슨 인맥을 만나고 헤어지는 찻집으로 착각이라도 하는 것인지 미사 중의 미사는 안중에도 없고 함께 온 사람이나 옆에 앉은 옆 사람과 아무런 생각 없이 수다를 떠는 행위를 항상 지켜보시는 예수성심과 성모 성심은 얼마나 슬퍼하실까? 그러나 실망하지 말며 주저앉지 말자. 그것은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성심을 더욱 아프게 하는 행위이니 한층 더 분발하고 몽소승천(蒙召昇天)하신 성모님의 순명자세를 배우기 위하여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