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바보야

松竹/김철이 2011. 6. 7. 06:53

바보야

 

                                                                                                                복지회원: 김철이/비안네

 

 

 창조주 하느님께서 어떤 도구로 쓰시려 크고 작은 아픔을 주셨는지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 복지회 식구들은 선천적 후천적 장애의 십자가를 진 채 생활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복지회 회원이면 누구나 따가운 시선을 동반한 바보야!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단어로 우리 마음속에 왕소금을 뿌린 듯 아프게 했고 잊기 힘든 상처로 남게 했던 사연들도 없지 않아 있겠으나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들의 의도는 무시하고 업신여겨서가 아니라 무심결에 입 밖으로 잘못 나왔던 적도 있었겠지만, 깔보고 얕잡아 보며 놀리고자 했던 의도도 분명히 있었을 게다. 그러나 [바보]라는 이 두 글자 속에 어떠한 의미가 숨어 있는지 헤아려 이해하는 사람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바보]라는 이 단어가 얼마나 좋은 말이고 어떤 은총의 뜻이 숨어 있는지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로 하자

 

 그리스도인이라면 알고도 남음이 있지만, 매년 우리 곁을 찾아오는 사순(四旬) 시기는 더없이 큰 은혜로운 시기이며 회개(悔改)와 참회(懺悔)의 시기이다. 그리스도 신앙을 지닌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이 사순 시기 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뒤안길을 돌아보고 더 성숙한 신앙을 추구하기 위해 부활하실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기를 원하는데 레지오 주회 때마다 사순의 의미와 신앙인이 지녀야 할 몸가짐 부활의 뜻과 의미, 특히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셨지만, 선천적 후천적 장애라는 멍에를 등에 진 채 생활해야 하는 우리 회원들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훈화(訓話)의 말씀으로 레지오 로사리오의 모후 단원들의 가슴에 새겨주셨던 그 말씀의 깊은 뜻을 이루시려 지도 수녀님이신 제노베파 수녀님을 도구로 쓰시어 눈뜬장님이요 귀 연 청각장애우인 우리 앞에 참 바보의 삶을 사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살아생전 행적을 통해 드러내신 듯싶다.

 

 레지오 야외 행사로 김수환 추기경님의 살아생전 행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야]를 수녀님을 비롯한 로사리오의 모후 전 단원이 관람한 바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김 추기경님의 모습은 과히 바보의 모습 그대로였다. 영화 관람을 하는 동안 예수님의 제자임을 자청하는 우리는 움켜쥐는 손보다 내어주는 손을 지녀야 한다는 말씀과 행하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소요된 세월이 팔십 년 걸렸는데 손까지 내려오려면 몇십 년 더 걸릴까…? 하시며 살아생전 추기경님께서 농담 삼아 내게 되물어 보시던 기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져 참느라 혼이 났다. 그 누구도 선뜻 나서 다가가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여성들에게 아무런 계산 없이 당신을 내어주는 봉사와 헌신적 그 모습과 못 먹고 못살던 시절 시골 본당 신부로 사실 적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교우들을 아무도 몰래 하나같이 조사하여 도와주시며 고해소의 비밀이니 이 사실을 소문내지 말라고 당부하셨던 그 모습을 묵상하니 이천 년 전 예수님을 뵌 듯 기뻤고 제오공화국 시절 명동성당으로 밀려든 시위대를 내달라 요구하는 시위 진압 경찰에 맞서 정의를 굽히지 않으신 모습에서 순교자의 정신을 느꼈다. 어느 큰 부자가 평생을 선행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이 걸어온 인생길을 거슬러 돌아보니 잘못 살아온 자신의 모습만 눈 속에 가득 차니 부자는 후회스러운 마음에 죽마고우에게 자신이 세상을 떠나거든 자신의 두 손을 관 밖에 내놓으라고 부탁하였다. 이 광경을 지켜본 슬하의 자식들은 부친을 닮아 재물을 향한 욕심이 넘치던 자신들의 마음을 비우는 한편 움켜쥐던 손은 단호하게 잘라내고 내어주는 손을 지닌 채 남은 여생(餘生) 값없는 선행(善行)을 행하며 살았다는 웃지 못할 실화가 있는데 이미 받는데 익숙해 있는 우리 복지회 일부 가족들, 내어주는 손은 어디다 감춰놓았는지 움켜쥐는 손만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는 복지회 일부 가족들을 보면서 늘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늦었다고 생각 들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는 교훈을 되새겨 현재 처해있는 처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 최고의 스승님을 섬기는 그리스도인답게 내어주는 손도 아울러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장애를 지녔으니 할 수 없다는 생각과 내가 하지 않아도 다른 이가 하지 않겠나 하는 타성(惰性)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전하며 참 바보의 길을 한번 멋지게 걸어보자는 것이다. 비록, 휠체어에 의지하고 목발과 의수, 의족에 의탁한 걸음이지만 말이다. 해서 누군가 “바보야!” 하고 놀려도 동요(動搖)하지 않고 그러한 말을 듣는 우리 자신을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줄 아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자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자청하시어 큰 바보가 되셨으니 우리는 작은 바보가 되어야 할 의무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