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 松竹/김철이 -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의
시들지 않는 혼 불인가
사그라들지 않는 연민으로
초저녁 길섶을 두루 밝힌다.
오랜 세월
가슴에 품은 열정 불사르려
하루살이 삶의 되새김질
거리의 집시로 산다.
초혼제도 치르지 못하고
방황하는 영혼처럼
무덤에 수북한 풀조차 뽑지 못할 텐데
그 정열만이 거리를 적신다.
다가올 미래를 짐작할 순 없으나
순간을 지배할 욕망은 크기에
하룻밤의 역사로 지고 말
향기 없는 꽃으로 수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