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에 적힌 사연
- 松竹/김철이 -
꽃피고 새우는 호시절
몇 달 뒤를 예견한 것인지도 몰라
배부른 가을날
단풍잎 가슴에 붉은 멍이 든다.
늘 내어주고도 부족해하는
부모의 정을 보는 듯하다
사계를 늘 푸르게 베푸는
소나무 곧은 정을 느낀다.
오동나무 장구 소리가 난다
마주 보고 춤이라도 추어볼 심사인가
그 옛날 기녀들 한 맺힌 사연들
붓도 없이 적어 나아간다.
온 팔월 홍등색 열매로 익더니
잊혀져 가는 추억을 되살리려나
동지섣달 기나 긴 밤 추억의 강을 건너
짙은 녹색의 품속에 흰 떡을 쓸어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