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사이 인간이 한 인격체를 지니고 태어나기 시작한 이후로 미리 예견될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사랑에 굶주린 채 한 인격체로 형성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태아가 여인의 자궁 속에 잉태된 것도 남녀 두 사람 사랑의 결실이고, 한 아이가 세상 밖으로 태어나 성인으로 훌륭하게 성장해 나아가기까지는 부모 형제뿐만 아니라 가까운 주위의 수많은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할 터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올 고른 사랑을 주고받으려면 어릴 적 성장 과정에서 얼마큼 부모님께 받으며 자랐던 사랑은 물론이고 형제 친지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랐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천하의 흉악범도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난, 흉악범이라고 써 붙인 채 태어나는 이도 없을 것이고 세상에 둘도 없을 천사라 칭송받는 이 역시 태어날 때부터 천사의 마음을 지니고 태어난 것은 분명히 아닐 게다. 평소 필자가 같은 신앙을 지닌 교우들 신앙상담을 해 줄 때마다 입버릇처럼 펼쳐온 지론처럼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자만이 참사랑을 행할 수 있고 너를 위하여 아무런 계산 없이 나를 내어주는 희생을 할 수 있을 게다. 물론, 시각으로도 후각으로도 청각으로도 미각으로도 확인이 전혀 불가능하지만, 그러므로 어렵고도 쉬운 것이 사랑한다는 일이 아닌가 싶다.
본디 사랑이란 인간 정신생활의 기본적 감정으로서, 어떤 주체가 특정한 대상에 대하여 품는 전체적 또는 부분적 합일의 욕구. 사랑은 문학 · 도덕 · 철학 · 종교의 어느 관점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관념의 하나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는 이 관념을 둘러싸고 사상이 전개되었다. 동양에서도 인(仁)이나 자비(慈悲) 등의 사상이 있다. 공자의 <효제(孝悌)는 인의 근본이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은 부모 형제라는 혈연에 근거하는 친애 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 감정을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넓히는 것이 인의 도(道)이다. 맹자는 측은(惻隱)의 마음이 인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남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동정심으로부터 사랑이 전개된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친족과 타인을 구별하지 않는 평등한 사랑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 기본적 관념 안에서 몇 가지 분명히 다른 모습이 되어 인간의 영혼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사랑이란 거대한 꽃봉오리가 존재(存在)하는데 그 꽃봉오리속에 부정(父情), 모정(母情), 애정(愛情), 우정(友誼), 연민(憐憫), 동정(同情), 봉사(奉仕), 희생(犧牲)이라고 하는 여덟 가지 꽃씨가 영글지 못한 채 숨겨져 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이 여덟 가지의 꽃씨를 어떻게 잘 가꾸어 인성(人性)의 가지에 제대로 피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될 것이다.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첫째 부정(父情)은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온갖 관심을 다 쏟아 돌보고 양육하는 것을 뜻한다. 둘째 모정(母情)은 어머니가 갖은 희생을 다 하여 자녀를 기르고 정성을 다 바쳐 보살피는 것을 뜻한다. 셋째 애정(愛情)은 연모하는 이성 간의 마음을 뜻한다. 넷째 우정(友誼)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친구 사이의 정의를 뜻한다. 다섯째 연민(憐憫)은 이 역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인데 가련하고 불쌍한 마음을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여섯째 동정(同情), 타인의 불행을 가엾게 여겨 따뜻한 마음을 쓴다는 뜻과 남을 이해하여 같이 느낌을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일곱째 봉사(奉仕)란 공손히 시중을 들고 곁에서 열과 성을 다해 섬긴다는 뜻과 남을 위해 진력을 다 한다는 뜻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여덟째 희생(犧牲)은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하여 자기의 수고나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 여덟 가지의 꽃씨를 어떻게 해서든 잘 영글게 하여 만개(滿開)시키느냐에 따라 성공한 인생과 실패한 인생을 분류하게 될 것이고 이 숙제를 다 해낸 자만이 참사랑이란 꽃봉오리를 만개(滿開)시킬 수 있는 자격을 지녔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 누구나 완벽한 인생을 꿈꾸어 보지만 누구도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듯이 이 여덟 가지 꽃씨를 다 터뜨렸다 장담할 수 있는 인생이야말로 드물겠지만, 이 여덟 개의 꽃씨를 하나 빠짐없이 만개(滿開)시키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마음일 게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참사랑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다가 참사랑을 쟁취한 사람도 많지만, 인간의 얄팍한 계산적 장벽에 부닥쳐 참사랑을 이루기는커녕 씻을 수 없을 마음의 상처를 입어 본인들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치유 불가능한 애정의 불치병에 걸려 평생을 방황하며 살아가는 이도 적지않다는 것이다. 사랑이라 함은 흔히들 쉽게 남녀 간의 러브스토리를 연상시키곤 하는데 진정한 러브스토리를 실천하려면 위에서 말하는 여덟 가지 꽃씨를 영혼 속에 제 다 품은 사람만이 참사랑을 행할 수 있는 자, 진정한 러브스토리를 엮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 감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을 다 죽이고 자신을 다 내어주는 사랑을 하기란 절대 쉽지만 않다는 것이다. 비록 문학 속 인생들이긴 하지만 수많은 역경과 장벽을 뛰어넘어 참사랑을 쟁취했던 삶들을 소개하여 세상 모든 이가 참사랑 천국 문을 통과하기를 소망하면서…
영국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의 희곡. 1595년 무렵에 쓰인 작품 속에서 글로써 표현한 바 있듯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남녀 두 주인공이 등장하게 되는데 베로나의 명문 몬터규 집안과 카플렛 집안 사이에는 오랜 반목이 계속됐는데 몬터규 집안의 아들 로미오와 카플렛 집안의 딸 줄리엣은 첫눈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들은 로렌스 신부의 주선으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의 결실을 보기까지는 숱한 역경과 고난이 동반하게 된다.
뿐이겠는가 한국 대표적인 고대소설 춘향전[春香傳]에는 주인공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이 남원 광한루[廣寒樓]를 배경으로 시작되는데, 이 [춘향전[春香傳]에서도 표현했다시피 이 몽룡과 성 춘향은 원하는 사랑을 이루기까지 숱한 피박과 수난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아차! 하면 목숨을 내어놓아야 하는 위기까지 겪어야 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몇 달 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바 있었던 [이산]이란 제목의 TV 드라마를 첫 회부터 마지막회까지 한 차례도 그르지 않고 시청했던 일이 있는데 20대 초반 문학도의 길을 걷고자 수많은 습작을 하고 작품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방송에서 방송하고 방영하는 드라마라는 드라마는 가리지 않고 보고 들었던 통에 어지간한 드라마는 몇 회 접하지 않아 그 드라마의 스토리와 작가가 의도하고 있던 바를 훤히 꿰뚫어 보았던 터라 연속극 박사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적이 있었다. 그랬던 터라 근래 들어 TV나 라디오를 통해 방송이나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눈감고 아옹!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시청자나 애청자들의 눈속임만 하려는 듯이 솔직이 드라마라면 싫증이 나서 전혀 접하지 않았던 시기에 홍보를 통해 {이산]이란 드라마 제목에 이끌려 방영 첫회를 시청했었고 내 예감이 적중했던 것이었다.
[이산]이란 드라마는 18세기 후반, 조선조 제22대 임금 정조 500년을 주제로 왕조 사에서 이산인 정조임금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극에 불과하지만, 송연은 어린 시절 우연히 정조를 알게 되고 할아버지 영조의 오해로 11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비참하고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목격한 뒤 평생 치유 불가능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정조를 예비 화원에 불과한 성송연이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던 정조에게 이성을 눈뜨게 되었으며 그 당시로는 어떤 장벽보다 높게 여겨졌던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애틋한 사랑을 얻게 되며 정조임금이 평생 잊지 못하고 의빈 성씨를 영원히 사랑한 여인으로 영혼 속에 묻는다는 내용의 드라마였는데
이 드라마에서 [이산] 정조임금과 송성연은 참사랑을 일구어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으며 얼마나 많은 수모와 고난을 겪어야 했는지. [이산] 정조임금과 송성연이 참사랑의 숙원을 이루는 데는 정조임금의 정비인 효의황후의 역할이 컸었다. 결국, 오래 참고 오래 기다려 주었던 덕에 정조와 송연은 인내의 결실을 맺게 되었고 사랑의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정조와 송연은 두 사람의 사랑의 끈을 이어주었던 효의황후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며, 조선왕조 부흥기를 이루었던 정조는 자신이 타고난 천명을 다하지 못한 채 중도에 요절했던 송연에게 조선왕조 부흥기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고 칭송의 말을 전해야 할 것일 게다.
위의 세 분류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로미오 줄리엣) (이몽룡 성춘향) (이산 정조 성송연)을 현실의 실제 인물이라고 가상하고 이들이 참사랑을 얻기까지 치러야만 했던 수많은 시련과 수모 고난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이라 가상하에 이들은 본인들이 선택했고 본인들이 그토록 원했던 상대의 영혼과 참사랑을 얻기까지 부정(父情), 모정(母情), 애정(愛情), 우정(友誼), 연민(憐憫), 동정(同情), 봉사(奉仕), 희생(犧牲) 이 여덟 가지 꽃씨 중 몇 개의 꽃씨를 사랑하는 상대의 영혼에 받칠 수 있었을까… 를 생각하며
나 역시 적지않은 나이에 늦게나마 가정을 이루고 아내를 맞기까지 나름대로 적지않은 시련과 수모의 터널을 빠져나와야만 했었기에 과연 나는 사랑하는 아내를 얻기까지 몇 개의 꽃씨를 아내의 영혼에 바쳤으며 내 여생 동안 몇 개의 꽃씨를 더 아내의 영혼에 바칠 수 있을까 하고 남은 인생 앞당겨 미리 생각해 본다. 이 시간 곤한 늦잠에 빠진 아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바라보며 아내의 영혼에 한 가지 약속을 한다. 내게 주어진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 세월, 그 시간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당신을 사랑할 것이고,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참사랑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여덟 가지 꽃씨 중에 몇 개의 꽃씨를 당신 영혼에 바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이 순간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