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를 맞아 토끼띠와 맺은 연을 생각한다

松竹/김철이 2011. 1. 18. 13:32

토끼는 예로부터 우리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 중 하나이다. 토끼는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는 동물이지만 토끼가 사람과 함께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로마 시대 때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토끼요리는 요즘도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이다. 구전 소설인 [토끼전]에서도 용왕님이 토끼의 간을 탐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통 토끼의 눈이 빨간색이기 때문에 피곤하게 돼서 눈이 붉게 충혈되면 우리는 토끼 눈이 됐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토끼의 눈의 색깔은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이라고 한다. 또 토끼의 눈은 좌우 각 170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시야를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눈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토끼는 깡충깡충 뛴다. 뛰는 모습이 독특한 토끼는 한국 고전 수궁가, [별주부전]에서도 잘 표현되었듯이 그 기지(奇智)가 뛰어나기로 말하자면 어느 짐승에게도 견주어 비교치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한국 명작동화 [토끼와 거북]에서 잘 연출되어 나오듯이 잘 뛰고 날쌔며 위로만 바라보며 질주하는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아울러 [토끼와 거북]에서 연출되었듯이 토끼에게 있어 옥에 티는 자신의 뛰어난 달리기 실력만 믿고 남을 업신여기며 교만스런 태도를 보였다는 것인데 이는 꾸김 없고 무한하게 자라나야 할 동심 속에 자신이 지닌 재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 하여 남을 업신여기거나 깔보지 말고 늘 겸손하고 자중하라는 교훈을 심어주기 위함일 뿐 다른 뜻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토끼의 달리기 실력만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앞다리는 짧지만, 뒷다리는 굵고 튼튼하게 발달되어 있겠는가 이러한 토끼의 달리기 실력이 좋은 이유는 바로 독특한 다리 구조가 토끼의 달리기 실력을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앙증맞은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 토끼는 성격도 이러한 외모처럼 온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토끼는 겉모습과는 달리 영역에 대한 방어가 매우 강한 동물이다. 화가 나면 독특한 행동으로 의사 표현을 하기도 한다.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를 맞아 토끼가 사람에게 새겨주는 의미와 상징, 장점, 단점 등을 분석 살펴보고 가슴 깊이 새겨 간직해야 할 점과 우리 인간들이 반드시 버리고 외면해야 할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아주 오랜 인도의 설화를 인용하면 원래 토끼는 민첩하고 귀가 커서 장수하고 입이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 해서 다산을 의미한다. 또한, 호랑이와의 이야기 설정이 많아 지혜롭다고도 한다. 이러한 토끼에 관한 설화가 불교 출현과 더불어 불교와 연을 맺게 되었다 한다. 토끼와 사람들은 예로부터 아주 가깝게 밀접 되어 생활해 왔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몇 가지 예를 들어 분석해 보기로 하자.

 

 먼저 토끼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면 온순하고 희생적인 본성도 지녔고 지혜가 뛰어나 예로부터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겨 왔고 강한 번식력(다산)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동물이다. 또한, 달 속에 산다고 하는 이상세계의 신수(神獸)로서 달과 동일시되며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최고의 장수동물로 상징화되어 있고, 현실세계에서는 지상의 어느 동물보다도 지략이 뛰어난 동물로서 지혜의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징은 토끼는 우리의 정서 속에 가장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조그마하고 귀여운 생김새며, 놀란 듯한 표정에서 약하고 선한 동물로 그리고 재빠른 움직임에서 영특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토끼띠는 묘(卯)의 속성이 번성 · 풍요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열두 띠 중 가장 생기가 발동하는 띠로서, 그 성격과 기질은 자애롭고 온순하며 영리하고 지혜롭지만, 유약하고 경박한 측면도 있다. 장점은 토끼의 의미에서도 말하듯 지혜롭고 온순하고 꾀가 많다는 것이다. 단점은 망설인다. 감상적이다. 나약하다. 쉽게 화를 낸다. 피상적이다. 예측 불허이다. 이기주의다. 속물적이다. 변덕스럽다. 주관적이다. 쾌락적이다. 손해를 쉬 보지 않으려 하는 속성도 지니고 있다.

 

 설왕설래(說往說來)하는 중에 토끼가 얼마나 희생적인 짐승인지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인도 설화를 통해 능히 알 수 있다. 아주 먼 옛날 인도의 베나레스 부근에 여우, 원숭이, 토끼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석제환인은 이들 세 종류 짐승 중에서 누가 가장 잘 보살 도를 닦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노인으로 변장하여 찾아갔다. 그리고는 배가 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각자 최상의 대접을 하고자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 얼마 후 원숭이는 숲 속에서 과일을 따가지고 왔으며, 여우는 물가에서 생선을 잡아 왔으나, 다른 생명을 해칠 수 없었던 토끼만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노인이 이상하여 "너는 왜 빈손으로 돌아왔느냐?"라고 묻자 토끼는 "저는 저대로 생각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여우와 원숭이에게 자신을 위해 마른 나무 한 단씩만 구해다 달라고 부탁했다. 나무를 구해다 쌓아 놓은 나뭇단에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르자 토끼는, 노인에게 "저는 쓸데없는 물건에 불과합니다. 원하옵건대 저의 몸을 노인께 공양하고 후세에 성불할까 합니다. "하고는 훨훨 타오르는 불 속에 몸을 던져버렸다. 이에 노인은 제석천의 몸으로 변하여 타다 남은 토끼의 몸을 잡고 말하길, "너희의 보살 정신을 시험하고자 여기에 왔다. 토끼가 소신공양을 올리니 놀라지 않을 수 없구나. 이렇게 훌륭한 토끼의 자취를 없애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므로 토끼의 모습을 달 속에 붙여 후세의 귀감이 되게 하리라."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 토끼의 모습이 달에 들어가 사람들의 마음에 애틋함을 일으키게 되었다. 부처님은 토끼의 설화를 말씀하시고 나서 "그때의 토끼가 바로 오늘의 나."라고 말했다. 석제환인은 토끼의 지극함과 자신을 던져 희생하는 것을 보고 이기적이고 자기 제일주의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그 본을 보아야 한다 생각하고 모든 사람 곁에 머물러 볼 수 있도록 토끼를 달에 머물게 했다고 한다.

 

 토끼와 고슴도치에 관한 동화가 있다. 고슴도치가 잘난 체하는 토끼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한다. 고슴도치는 도착점에 아내를 숨어있게 하고 자신은 출발점에 서 있는다. 토끼가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오르내리는 동안 고슴도치와 아내는 "난 벌써 왔지."라면 승리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승부 근성이 뛰어났던 토끼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시합하다 피를 토하고 죽는다. "이 동화가 우리 현대인들에게 전해주는 교훈과 메시지는 가장 빠른 자가 되려는 사람은 결국 성급함 때문에 죽게 된다는 것이다. "하고 독일의 철학자 칼하인츠는 말했다.

 

 그렇지만, 21세기를 사는 현대사회는 빛의 속도로 비유될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위해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질주하고 있다. 이러듯 세상의 속도는 하루가 먼 옛날인양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현대인의 인식 속에선 빠름이 가장 큰 중요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급속도로 빨라지는 사회의 이 속도가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비롯한 인륜(人倫)과 천륜(天倫)은 물론 더없이 소중한 대자연마저 파괴하는 무기와 폭력으로 변모될 수 있다. 그 폭력적 속도 속에서 우리도 토끼처럼 죽어가는 비극을 초례할 수도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여유를 갖고 인생을 관조할 줄도 알아야 한다. 5분을 빨리 가려다 50년을 먼저 간다는 속언도 있듯이 속도를 내야 할 때와 속도를 줄여야 할 때를 잘 판단한다면 참 평화와 참자유 속에 새로운 세상이 절로 보일 것이다.

 

추상적(抽象的 논리를 배제하고 나는 토끼띠와 각별한 연으로 세상에 태어났고 토끼띠의 배웅을 받으며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토끼띠와 가장 먼저 맺었던 연은 1927년 정묘년(丁卯年) 생인 내 어머니다. 내 어머니는 토끼의 본성처럼 슬하의 자식을 향한 사랑은 세상 어느 어머니보다 애틋했고 희생적이셨다. 굳이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수없이 넘나드는 썰물과 밀물의 고난과 시련 속에 1급 장애를 지닌 아들자식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반듯한 성품으로 키워주셨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서게 해 놓으신 사실만 보아도 내 어머니가 어떤 성품을 지니셨던 분인지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토끼띠와 맺은 연은 한 분뿐인 숙부님이신데 숙부님은 6,25 동난 참전 용사시고 백마고지 전투 중 거의 전별했고 생존자라고는 불과 50여 명의 생존자 중 한 분이다. 어릴 적 기억으론 숙부님은 늘 군복 차림이셨고 우리 형제들 사이에 가장 근엄하고 무서운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아울러 숙부님은 당신 외동딸보다 나를 더 귀하게 여기셨고 숙질간(叔姪間)이 아니라 세상 어느 부자간(父子間)보다 애틋한 사랑을 주셨다. 세 번째 토끼의 연은 1951년 신묘년(辛卯年) 생인 내 형님이다. 세상이 사람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어린 시절 그토록 어질고 순박하며 누구보다 착했던 형님이 세상굴레에 휘말려 타고난 본성을 점차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 안타깝고 가슴 아프지만, 난 세상 끝날까지 형님께 미안해야 하고 감사해야 한다. 부모님을 도와 한참 뛰놀고 싶을 어린 나이에 사지를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동생의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했고 동내 아이들과 어울려 놀 때에도 병든 동생을 등에 업고 함께 밖으로 나가 어울려 놀곤 했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형님이 내게 주셨던 큰 우애(友愛)는 갚을 길이 묘연하지만, 그때 그 아름답던 시절은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네 번째 토끼띠와의 연은 1963년 계묘년(癸卯年) 생인 내 아내다. 아내는 어머니와 숙부님, 그리고 형님께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대물림받아 가진 것 별로 없는 내게 시집와 나날이 고난과 시련의 연속인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몸은 하나지만, 두 사람 몫의 삶을 살아야 하는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늘 환히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묘연하다. 하지만, 난 내 영혼보다 아내를 더 사랑한다. 면구스러운 심정 뒤로 미룬 채 하늘이 내게 한 번 더 세상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다시 아내의 남편으로 태어나 아내의 영혼 속에 내 영혼을 합하여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고 싶고 또 하늘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세상엔 내가 어머니의 아비가 되어 부녀간(父女間)의 연으로 숙부님께는 반대로 내가 숙부님의 작은 아비가 되어 숙질간(叔姪間)의 연으로 형님께는 바로 손위 형으로 태어나 분에 넘치게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제다 돌려 드리고 그 크신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심정이다. 다음 세상엔 나 자신이 토끼띠로 태어나서…

'松竹♡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 칠 계명  (0) 2011.04.15
넋(魂)의 노래  (0) 2011.03.02
어머니의 빈 지갑  (0) 2010.07.24
효(孝) 십계명  (0) 2010.06.01
야참  (0) 201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