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효(孝) 십계명

松竹/김철이 2010. 6. 1. 15:28

TV를 즐겨 보지 않는 습관을 길러온지 십 년이 훨씬 넘은 지라 TV를 시청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탓에 TV를 시청하기란 드문 일인데 며칠 전 저녁식사 후 잠시 비는 시간이 있어 TV를 켜니 마침 저녁 9시 종합 뉴스를 방영하고 있었다.

뉴스가 거의 끝날 무렵 시야에 들어온 기막힌 장면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어느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한 40대 남자가 70대 노모를 심하게 확대하며 폭행을 가하여 얼굴과 온몸에 피멍을 드려놓은 것은 물론, 치매로 노망을 부린다는 이유로 자신의 밭두렁에다 노모를 밀쳐 넘어뜨려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치게 하였는 보도였다.


 

그 남자가 노모를 그토록 심하게 확대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더욱 기가 막혔다. 7남매 맏아들인 그 남자는 열일곱 살 때 부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자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부친을 대신하여 모친을 도와 농사일을 하면서 어린 동생들 뒷바라지하며 고생 끝에 동생들을 남들 못지않게 공부도 마치게 하였고 혼기가 되어 동생 여섯을 다 시집 장가보내고 나니 정작 자신은 혼기를 놓쳐 결혼을 못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다 얼마 전부터 심상치않은 증상을 보이던 노모가 치매기가 온 듯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집 안팎을 두루 다니며 말썽만 부렸다는 것이다. 노모가 아무리 말썽을 부렸다 한들 지가 어릴 적 철없이 온갖 말썽을 다 부리며 부모님의 속을 썩여 드린 일에 비할 수 있으리 해서 그 남자의 변명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으며 아무리 그 남자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한편, 현재 우리 옆방에 세들어 사시는 70대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 할머니께선 젊으실 때 남편의 폭행으로 귀 고막이 파손된 듯 가는 귀를 자셨다. 한데, 할머니 슬하에 자녀를 몇이나 두셨는지 모르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40대 아들 하나가 함께 생활하는 듯 술만 마시는 날이면 본인의 어머니께 욕설은 기본이고 기물 파손에 때로는 할머니께 폭행도 가하는 듯 할머니의 비명이 방문을 넘나든다. 두 가지 실화를 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분한 마음에 욕설이 자제력을 잃고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저희 키울적 부모님의 수고와 걱정근심이 태산이었고 품 안의 자식들 혹시 아플세라 행여 다칠세라 노심초사하시던 그 은공 어디인데 한평생 살아 극진한 효성 다 드려도 부모 은공 못 갚는다 하였거늘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패륜을 저지르다니 해서 유치한 말이긴 하지만,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는 부모님들 태산 같은 은공과 노고에 작은 위로와 감사를 표하는 뜻에서 세상 모든 부모님 가슴에 한 송이 카네이션보다 이 효(孝) 십계명을 바친다.
 

일 계명, 사랑한다는 고백의 말씀을 자주 해 드려라 가장 쉽고도 어려운 단어지만, 아무리 들어도 싫증 나지 않고 듣기 좋은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처럼 다정스럽고 따스한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 쑥스럽거든 편지나 작은 쪽지로도 성을 다해 써라.
 

이 계명. 한번 온 젊음은 영원하지 않음에 늙음을 능히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들을 수 있는 가장 크고 끔찍한 악담은.. "너도 늙어 봐라."라는 단어임에 잊지 말고 꼭 기억하라. 짐승은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 새끼가 되고 말지만,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한 번의 어른 두 번의 아이가 된다는 설화도 있지 않은가. 나이엔 장사가 없듯, 누구에게나 한번은 반드시 찾아오는 더구나 노령의 시기는.. 정답을 말하기보다 오답을 말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삼 계명. 생명의 보약 웃음을 선물해라 한 첩의 보약을 지어 들이기보다 한 번의 웃음을 선물하라. 세상 사람 중 진정 기뻐 웃는 자 그 누가 있으리 기뻐서 웃은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기뻐진다. 마음이 즐거운 이는 몸도 항상 즐거워한다. 세상사 곤하고 힘이 들더라도 부모님께 웃음의 잔칫상을 차려 함께 놀아 드려야 한다.
 

사 계명. 내 호주머니가 궁해도 용돈은 꼭 챙겨 드려라 출생 이후 열여덟 살까지의 소년기에는 좋은 부모가 늘 곁에 있어야 한다. 열여덟 살부터 서른다섯 살까지는 자신의 실력과 잘 생긴 외모가 있어야 한다. 서른다섯 살부터 쉰다섯 살까지는 훌륭한 인격이 자신이 책임질 인품이 있어야 한다. 쉰다섯 살 이후의 인생에 필수적인 것은 돈이다. 반드시 부모님의 실명으로 된 예금 통장을 만들어 드려라.
 

오 계명. 부모님께 소외감을 느끼지 못하게 일거리를 드려라 나이 들수록 자신이 설 자리가 필요하다. 할 일이 없고 본인의 존재를 알릴 수 없는 것처럼 서럽고 비참한 일도 없다. 작은 텃밭을 일구어 소일거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노년생활의 풍요로움은 내세의 토양이 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지난 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과제를 드려라. 가정사에서 늙으신 부모님 말고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일들을 찾아 드려라.
 

육 계명. 바쁜 세상 핑계만 대지 말고 말벗이 되어 이야기를 자주 해 드려라 부질없고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자주 해 드려라. 우리 어릴 적 부모님께 조 잘되던 그 입 모양으로.. 그리고 실없고 덕 없는 말이라 할지라도 하시는 말씀을 잘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한다. 노년생활에 가장 필요로 하고 간절히 원하는 것은 말 상대자다.
 

칠 계명. 자녀의 맑고 밝은 표정은 부모님께 가장 크고 보배로운 선물이다. 그러므로 생활에 찌들고 힘겨운 세상사 울려놓아도 바깥 일은 부모님이 계시는 가정사로 드려가지 말라 본인의 성격에 의해 형성되는 얼굴과 성품이야말로 그 어떤 경치보다 아름답고 경외로운 것이다. 부모님께 늘 밝은 낯빛으로 위로를 드려야 한다.
 

팔 계명. 아무리 못 배워 무지한 부모라 할지라도 작고 하찮은 일에도 늘 상의하고 문안 인사를 잘 드려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항상 의논을 드려라. 또한, 생업을 목적으로 일터로 향하거나 외출을 할 때 일단 집 문을 나서면 안부를 묻고, 외출에서 귀가할 시는 가장 먼저 부모님을 찾아라. 날 세상에 있게 해 주신 부모님 건강은 나의 건강이라는 생각으로 부모님의 건강 정기검진을 해 드리는 것은 필수다.
 

구 계명. 출생 이후 성장기까지 부모님 나의 인생을 정리정돈 해 주셨기에 부모님 인생을 잘 정돈, 정리해 드려라 죽음엔 순서가 없고 누구나 한번은 가야 할 길이며 죽음은 통과의례와 같다. 그러뫼 준비하고 맞는 죽음은 아름답다. 노을처럼 서산에 저가는 부모님 생애를 멋지게 정리해 드려라.
 

십계명. 가장 큰 효는 부모님 삶의 방식과 행로를 인정해 드리는 일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내 생각과 방식대로 효도하려고 들지 마라.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이 효도 중 으뜸이다. 나의 공로를 드러내려고 부모님께 효도하지 말고 설사 내 생각과 다르고 불편하다 치더라도 부모님의 생각과 방식을 존중해 드려라.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있어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는 마중 물과 꽃샘추위에 비유한다 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마중 물이란 농촌에서 심한 가뭄으로 논이나 밭에다 물을 대야 하는데 펌프로 물을 지하에서 퍼 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펌프 윗구멍에 붓는 물을 가르치는 말이다. 꽃샘추위라는 말을 해마다 이른 봄이면 간혹 듣게 된다.

 

이 말의 원뜻은 이른 봄철 날씨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보통의 봄 날씨와는 달리 갑작스레 추워져 꽃봉오리를 움츠리게 하는 추위라는 뜻으로 알려졌지만, 이 뜻 외에도 더욱 신묘한 뜻이 숨겨져 있다. 꽃샘추위란 겨우내 혹한에 시달려 봄이 찾아왔는데도 지레 겁을 먹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꽃의 줄기를 흔들어 꽃을 제대로 피우게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자녀를 낳아 기를 적에 인생의 마중 물이 되어 자식들의 장래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가 하면 슬하의 자식들 행여나 헛되고 잘못된 길을 걸을까 노심초사하시며 인력의 꽃샘추위가 되어 바른 인생 살기를 일깨워 주시지 않는가? 험난한 세상 살다 보니 좋은 날도 있지만 궂은 날이 더 많기에
더 좋은 날이 오면 미루어 놓은 효도 다 해야지 했는데 한숨 한번 돌이켜 쉬고 보니 성을 다해 효도해야 할 부모 날 기다려 주지 않더라는 교훈을 실감하며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감사하며 마음을 다하고 열성을 다하여 효(孝) 십계명 영혼에 새겨달라고. 우리나라 역사의 장을 한 장씩 펼쳐보노라면 효자, 효녀도 많더니만 그 후손들 다 죽어 한 줌의 흙이라도 되었는지 지금 이 땅 어디에도 그 지극한 효심과 효행 찾을 길 없으니 이 시대 이 땅에 생명을 부지하는 자로 먼저 가신 선조께 부끄럽기 그지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