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 松竹 / 김철이 -
정월 대보름 휘영청 밝은 달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하얗게 밝혀
온 동네 총각, 처녀들 여린 가슴
한껏 설레게 한다.
뒷동산 삼돌네 밤나무 그늘아래
한껏 부풀어 오른 밤송이
가슴을 부끄러워 여미며 얼굴 붉혀 감싸 안을 쯤
숨바꼭질 숨이 차던 다람쥐 한 쌍
잘 익은 밤톨 양볼 속 채워간다
사계절 변함없이 늘 푸른 소나무 가지 위에
곱게도 단장하고 임 오실 시간 기다리며
얌전히 누워 쉬던 송편들
떡시루 달구어 주던 장작불 성화에 참다못해
팥 물빛 이를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논두렁 두렁마다 대풍에 감사하는 농악놀이 한참이고
제 세상을 맞은 듯 동네 꼬마들 팽이치고 열중할 무렵
아랫마을 처녀들 강강술래, 그네뛰기 정신없어
속셈 다른 총각들 동네 처녀들 몰래 훔쳐볼 때쯤
한가위 큰 달은 더욱 큰 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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