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비닐우산

松竹/김철이 2008. 5. 29. 00:12

△ 비닐우산 ▽ - 松竹 / 김철이 - 동그라미 하늘에 곱게 피어 땅 위 내리던 날 살림살이 늘 부족했던 한 시절 추억의 책장을 넘긴다. 오래 신으려 샀던 발목 긴 장화 철퍼덕거리며 흙탕물 위에 첨벙거리고 형제들 번갈아 입던 색바랜 비옷의 행렬은 거리에 한없이 거들먹거린다. 철부지 개구쟁이 녀석들 늦잠자다 어머니 불호령에 쫓겨 뛰던 날 길섶에 피어 오가는 길손 노랗게 반기던 호박꽃 뒤로 하고 울퉁불퉁 제멋대로 자라던 호박잎 곱게 따서 머리에 쓰고 달린다. 이 꼴불견 참다못해 개구리 큰 웃음은 온 동네 넘치고 빨간 우산, 노란 우산, 찢어진 우산, 구령도 폼나게 줄지어 걷고 삼원색 비닐우산 행렬은 온통 골목 안 색수를 놓는다.

'松竹일반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0) 2008.05.31
사랑을 배웁니다  (0) 2008.05.30
새는  (0) 2008.05.28
봄 실개천  (0) 2008.05.27
달맞이 꽃처럼  (0) 2008.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