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봄 실개천

松竹/김철이 2008. 5. 27. 01:35

      봄 실개천 - 松竹/김철이 - 무지개 봄 향기 온 하늘 뒤덮고 노을빛 봄 내음 온 땅을 적시니 품에 안은 귀한 자식 어느 한 곳 다칠세라 고운 눈물지어서 가슴에 묻고 미운 설움 빚어서 등창에 싣던 우리 엄마 실개천 값없는 사랑으로 고이 나를 키워서 뒷동산 종다리 울음 지어 지저귈 때 꽁꽁 동여맸던 앞가슴 실실이 풀어헤쳐 강남 갔던 꽃제비 고향 찾아 돌아올 적에 저 하늘 떠도는 꽃 구름 벗을 삼아 어깨를 걸고 걸어 너울너울 춤추던 한 올 아지랑이 시켜서 벌거벗은 알몸으로 동지섣달 지내던 나의 알몸 얼기설기 감싸게 하사 온 세상 내리는 따스한 햇살 몇 오라기 곱게 꼬아서 새빨간 갑사댕기를 삼고 춘삼월 온 대지 적시는 계절풍 몇 점 빌려다가 참빗 삼아 겨우내 헝클어진 나의 머리 하늘 같은 모정으로 빗겨주시고 설익은 누리에 옹기종기 돋아나는 달래 냉이 예쁜 향기 몇 올 빌려다가 유동치마 색동저고리 곱게 지어 입혀서 길섶에 실실이 늘어진 노란 개나리꽃 양탄자 깔개 삼아 진달래 붉은 꽃가마 태워 말 탄 님 딸려 다시는 돌아올 기약없는 시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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