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노래한다
- 松竹/김철이 -
퇴색된
새끼줄 몇 오라기로 얼기설기 엮어낸
섬마을 어느 초가집 처마 밑에
둥지 틀고 새끼 낳아 긴 시간 살아온
제비 깔 섬 제비 한 쌍
고향을 잃었을까
갈 길을 잃었을까
동지섣달 북풍한설 매섭도록 시린 가슴 파고들어도
넉넉한 마음으로
제비 깔 윤이 나는 날개만 열심 다듬고
옷 입은 이 옷 벗기고
옷 벗은 이 옷 입히는
짓궂은 계절풍 몇 점 불어와
조용했던 섬마을 휘휘 감아 푸른 창공에 끓어 올리니
빈 마당에 우두커니 홀로 서서 온 겨울 묵묵히 지켜주던
겨울나무 한 그루 연초록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낡은 섬마을 토담집 흙벽돌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 몇 알 숨죽이며 내려와
옹기종기 모여앉아 썰물 따라 흘러간 옛이야기 다정히 나눌 때
제멋대로 쌓아놓은 돌 담장 품속에
길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이름 모를 꽃 몇 송이 노란 꽃 웃음을 피운다.
저 멀리 바다가 잔잔히 불러주는 짭짭한 콧노래에
푸른 창공 종다리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꽃샘바람 샘이 난 듯
빈 나뭇가지마다 쓸쓸히 파고드는
몇 점 가슴 시린 찬 바람에
이제는 자유를 달라 소리높여 외치는 진달래 짙은 하소연
뒷동산 달래 냉이 우스워 깔깔대며 웃다가
파랗게 질려버리고
몇 알 민들레 작은 홀씨
아지랑이 비행기 타고 온 섬마을 두루 다니며 봄 씨를 뿌릴 적에
휘영청 늘여진 수양버들
실실이 뒤루어진 가지로 새봄을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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