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우산 ▽
- 松竹 / 김철이 -
동그라미 하늘에 곱게 피어 땅 위 내리던 날
살림살이 늘 부족했던
한 시절
추억의 책장을 넘긴다.
오래 신으려 샀던
발목 긴 장화 철퍼덕거리며 흙탕물 위에 첨벙거리고
형제들 번갈아 입던
색바랜 비옷의 행렬은 거리에 한없이 거들먹거린다.
철부지 개구쟁이 녀석들
늦잠자다 어머니 불호령에 쫓겨 뛰던 날
길섶에 피어 오가는 길손 노랗게 반기던 호박꽃 뒤로 하고
울퉁불퉁 제멋대로 자라던 호박잎 곱게 따서 머리에 쓰고 달린다.
이 꼴불견 참다못해
개구리 큰 웃음은 온 동네 넘치고
빨간 우산, 노란 우산, 찢어진 우산, 구령도 폼나게 줄지어 걷고
삼원색 비닐우산 행렬은 온통 골목 안 색수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