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님에게
- 松竹/김철이 -
님 보기가 부끄러워
밤에 피는
한 송이 달맞이꽃으로 다시 피려 하네.
그리 짧지 않은 세월
한 송이 앉은뱅이 꽃으로 피고 지고 또 피었건만
누구 하나 반겨주는 이 없었네.
그리 곱지 않은
한 송이 앉은뱅이 꽃으로
무명의 울타리에 갇혀 서럽게 살아온 지
언 반백 년
시린 가슴속에
한 품고 원 품어
따스한 봄날 얼음 풀려 흐르는 실개천처럼
훗날 찾아오실 님의 청심 속에 실실이 풀려 하였건만
내 안의 나를 보지 못하고
내 안의 나를 찾지 못하여
어두운 암흑과 망각 속에 살아온
헛된 내 욕망 때문인가?
내 사랑하는
님을 찾았으나
내 속에 뿌리내린 깊은 무지갯빛 환상 탓에
님의 청심 진정 품에 품지 못했었네.
내 사랑하는 님이시여
이제라도 님 향한 내 열정 받아주신다면
비록 밤에만 필지라도
님만 찾는 한 송이 달맞이꽃으로 다시 피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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