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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무정 (꾼과 쟁이 중에서) 창작과 의식

松竹/김철이 2008. 5. 17. 00:43
고향무정

                    - 松竹/김철이 -



그 옛날 뽀얀 흙먼지 곱게 날리우며
터덜터덜 힘겹게 달구지 끌며 걷던
누렁이 싫지 않은 투정은 간 곳이 없고
무향 무표정의 경운기 빠른 걸음 한참일세


삼월 삼지 기다렸다는 듯
호박씨 입에 물고 날아와
처마밑 새 집터 삼아 자식번창 기원하던 제비 날갯짓 볼 수 없고
높은 하늘 능가하려 높아가는 콘크리트 지붕만이 극성일세


늘 푸르러 그 모습 굳게 지켜 메아리 크게 울던 뒷산
손대면 물들듯 녹색빛 울창했던 숲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허리 잘려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황토빛 피강은
자손만대 지울 수 없을 수치가 되어 슬픈 노래 한참일세


사계를 큰 텃새로 살던 참새떼 노오란 합창은
무르익어 출렁이는 논두렁에 사라진지 오래이고
생각없는 이들 짧은 소견은 걷잡을 수 없을 허세가 되어
미래도 돌아볼 수 없을 몇 방울 농약만이 극성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