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시집

보리밭(꾼과 쟁이 중에서) 창작과 의식

松竹/김철이 2008. 5. 16. 00:31
보리밭

                           - 松竹 / 김철이 -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늘 술에 만취되어 허공을 맴도는
고추잠자리 사심없는 비행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내일을 향해 높은 하늘에 원을 그린다.

온누리 주인 된냥 텃새도
거칠게 진종일 재잘거리는 참새떼 수다에
대풍을 굳게 지키려 애쓰며
노랗게 잘 익어가다 지쳐버릴 허수아비 큰 노력에도
무심한 세월은 또 다른 계절에 대한 기억을 파종한다.

동지섣달 큰 혹한에 세상은 깊은 잠이 들고
먹을거리 부족하여 배곯던
그 옛날 그 시절의 보릿고개 아픔이 머무는 우리네 가슴마다
새봄에 대한 큰 기대심이 느긋한 자세로 놀고 있다.

밭두렁마다 아직 녹색은 물들지 않았고
산하도 초록빛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건만
누구의 허락이 있었는지 몰라도
온 유월 밭두렁 길섶마다 진노랑 보리가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