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빈자리 (창작과 의식)

松竹/김철이 2008. 5. 13. 00:33
빈자리 

                             - 松竹 / 김철이 -


아직 들녘 한 켠엔 대풍을 자랑하는 농악 소리 한참인데
허수아비 슬픈 외로움은 깊어만 가고
하늘에 피던 눈꽃은
백색의 꽃잎을 온 대지 풀어 날린다.

눈곱 때지 못한 개구리 긴 하품은 옷 덜 입은 대지에 졸고 있는데
개나리 봄 소식 동구 밖 저편에 스며들고
땅 위에 솟던 아지랑이
작별의 인사도 없이 하늘로 되돌아간다.

진녹색 소나기 무지개 동반하여 실도 없을 둥근 수를 놓는데
여름을 연주하는 매미 더운 소나타 귓전에 맴돌고
냇가에 놀던 송사리
더 큰 소망 이루려 더 큰 강을 따라 흐른다.

낙엽 따라 온 갈색 기다림은 논과 밭 길섶마다 쉬는데
만족하는 농심은 두렁마다 한껏 차고
힘에 겨운 황소의 투정은 가을 온 대지위에 번져간다.
주인 잃은 빈자리 외로울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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