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 松竹 / 김철이 -
몇 천 년 전의 해 묶은 화신이련가…
대낮 살빛을 닮은 낮달,
몇 시간 후 일가를 준비하려 고운 단장을 하고
하루를 함께 놀던 햇살은 내일을 위한 작별을 한다.
연한 먹물빛 어둠은 날개도 없는 나래 짓을 하고
하루살이 생인가,
길게 낮잠 자던 한 송이 달맞이꽃 하루를 살려 다시 피는데
밤을 울어 낮을 기쁘게 살려 우는 소쩍새 슬픈 울음은
조급한 심정으로 서편 마루에 한 편의 시를 적는다.
초저녁 하늘 아래 뜬구름 내일 없는 긴 꼬리를 감추고
한 생을 울어 눈물 없을 기러기 가엾은 행렬은
훗날 더 큰 그리움으로 피기를 소망하며
긴 날개 고이 접는다.
철길위 길게 누워 달리는 열차는
세상 역사 다 싣고 쉼 없이 달려가겠지만,
인력으로 지을 수 없는 생이라
진줏빛 고운 눈물 가득 담아
허공 높이 흐르는 구름 속에 어여쁜 꽃물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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